나의 신체 정보는 180센티미터, 97킬로그램. 이 숫자는 내가 20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한 결과다. 그렇다. 나는 비만이다.
올해 초,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당연히 그 안에는 다이어트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이런저런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살이 빠지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건강검진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으니, 그냥 ‘건강한 돼지’로 살기로 했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니까. 마음껏 먹고, 달려서 상쇄하며 살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7월인 오늘, 무심코 올라간 체중계의 숫자가 94를 가리키고 있었다. 8년 전 아내와 연애할 때나 보았던 숫자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올해 2월에는 96, 5월에는 95였다. 아주 느리지만 지난 7개월 동안 3킬로그램이 빠진 것이다. ‘일주일에 3킬로 감량’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7개월에 3킬로그램은 어쩌면 별것 아닌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딱히 식단 조절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변하고 있었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했다. 작년과 올해의 달리기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의 나는 달리기를 ‘고통스러운 노동’으로 여겼다. 힘들게 뛰었으니 ‘보상’으로 더 먹어도 된다는 합리화를 했다. 결과는 당연히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달리기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되었다. 즐거운 일에는 보상이 필요 없다. 나는 그저 평소 먹던 만큼 먹었다. 보상 심리가 사라지자 몸은 비로소 정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것도 즐겁고 먹는 것도 즐겁다. 그런데 살은 저절로 빠진다.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의 기분이다. 그러자 슬그머니 새로운 욕심이 고개를 든다. ‘이러다 93킬로그램도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나는 서둘러 그 기대를 지운다. 기대는 곧 부담이 되고, 부담은 즐거움을 앗아간다. 즐거움이 사라지면 다시 보상 심리가 찾아올 것이다. 나는 작년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신경 쓰지 말자. 지금처럼만 하자. 먹고 싶은 것은 마음껏 먹고 달리고 싶을 때 마음껏 달린다. 그것이 지난 7개월간 나의 성공 비결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