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금 무리하게 달렸다. 그래서 오늘 아침 러닝은 쉬기로 했다. 하지만 몸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더 자도 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이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항상 먼저 깨어난다. 그렇게 주어진 한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이용해 조금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 오늘 한 시간 일찍 출근한 만큼 금요일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금요일 오후의 행복한 혼술을 상상하며 아내와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한창 준비를 하던 중 방문이 빼꼼 열렸다. 아이가 잠에서 깬 것이다. 아 망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아이는 새벽에 가끔 깨긴 하지만 보통은 다시 잠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방 밖에서 들려오는 나의 부산스러운 소리가 아이를 깨운 모양이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아빠 차로 어린이집에 데려다 달라, 회사 가지 말고 자기랑 놀아달라, 일찍 퇴근해서 자기를 데리러 오라는 등 여러 요청을 쏟아냈다. 들어줄 수 없는 요구들이라 마음만 짠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데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는 내게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나는 뒤를 돌아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빠가 안아줄게.” 어느새 부쩍 커버린 20킬로그램에 가까운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목을 감싸고 머리를 어깨에 기댄다. 우리는 그렇게 가만히 1분 정도를 있었다.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이다. 아이를 내려놓으면 다시 투정을 부릴 것 같았다. 나는 아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빠가 퇴근할 때 이나가 좋아하는 호두과자 사 올게. 좋아?” 아이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며 좋다고 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팥으로 사 올까, 슈크림으로 사 올까?”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팥으로 사다 줘.” 그러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고기 모양으로 사줘.”
아이는 호두과자가 아닌 붕어빵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답하고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제야 아이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아이를 향해 ‘빠빠이’ 하고 문을 닫았다.
평소와 다른 아침이었다. 보통의 아침은 자는 가족을 뒤로하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약간의 쓸쓸함과 함께. 하지만 오늘은 아이를 1분간 안아주었다. 그 짧은 포옹이 놀랍게도 나의 하루 전체를 바꿔놓았다. 출근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도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왔다. 계단은 낮아 보였다. 사무실 커피는 오늘따라 향이 더 고급스러웠다. 아이가 일찍 깨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각들이다. 잠시나마 아이가 깬 것을 원망했던 못난 아빠의 모습을 반성한다.
퇴근길에 호두과자 가게는 어디 있는지 안다. 그런데 붕어빵 가게는 어디에 있을까. 오늘은 퇴근길에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