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by 마흔로그

어젯밤 우리 집에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평소 10시 반은 되어야 겨우 자려고 하던 아이가 9시 반부터 졸려하더니 10시에 잠든 것이다. 고작 한 시간 일찍 잠들었을 뿐인데 아내와 나에게는 너무나 길고 소중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한 시간 일찍 잠들 수 있었고, 아내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가 왜 일찍 잠들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아이는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내가 출근하는 소리에 잠이 깬 탓이다. 일찍 일어났으니 일찍 잠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오히려 9시에 잠들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아이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을 바란다. 늦잠을 자고도 일찍 잠자리에 들기를 원한다. 어떻게든 육아 시간을 줄이고 온전한 개인 시간을 1분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은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이다. 어쩌다 아이가 평소보다 더 늦게 잠드는 날이면 우리는 속으로 짜증을 내거나 심하면 아이에게 신경질을 낸다. 아이가 로봇도 아닌데 어떻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잠들 수 있을까.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법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육아는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하는 것이라고. 나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이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가’ 하고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육아는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의 헌신과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헌신과 희생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통을 느끼면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아이도 부모인 우리도 로봇이 아니다. 아이가 부모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수 있고, 우리도 아이가 원하는 완벽한 부모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딸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사랑하는 딸 이나야, 아빠가 너에게 완벽한 아빠는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너를 위해 가장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대신 오늘도 10시에 자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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