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가 초보자에게

by 마흔로그

최근 우리 회사에는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었다. IT 자격증 취득을 권장하는 것이다. 작은 평가 우대가 있기에 이 권장은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 나는 올해 본부의 역량 향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바쁜 본부 직원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 중 하나다.


마침 팀 내에 IT 비전공자임에도, 최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동료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부탁했다. 자격증 취득 노하우에 대한 특강을 본부 직원 대상으로 해달라고. 그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설득하여 수락을 받아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1시간 30분의 강의. 나는 진행자로서 참여했다가 나 역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얼마 전까지 그 역시 입문자로서 어려워했던 부분들을 그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했다.


고수라면 당연하게 여기고 넘어갈 개념들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실습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주었다. “다 되셨나요?” 몇 번이고 확인하며 기다려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착한 심성에서 비롯된 배려만은 아니었다. 입문자가 어떤 부분에서 막히고 어떤 설명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나는 무릎을 쳤다. 입문자는 이제 막 입문자를 벗어난 초보자가 가장 잘 가르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수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들은 초보자가 무엇을 모르는지 왜 어려워하는지를 이미 잊었다. 하지만 이제 막 그 길을 통과한 사람은 길 곳곳에 숨어있는 함정들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한다.


서점의 IT 코너에 가보면 대부분이 입문자를 위한 서적이다. 하지만 그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정점에 오른 고수들이다. 물론 그들의 깊은 경험이 담겨있겠지만 입문자가 겪는 사소한 어려움 하나하나까지 배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지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강의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고수가 아니라고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초보자는 초보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특히 나와 같은 다른 초보자를 이끌어주는 역할이라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 입문자의 눈에는 한 걸음 앞서간 초보자야말로 가장 위대한 스승처럼 보일 테니까. 내가 쓰는 이 글들도 그렇다. 전문가의 글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작은 공감과 힘이 될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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