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보다 평판이다

by 마흔로그

직장 생활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조언은 무엇일까. 나는 망설임 없이 ‘평가보다 평판이다’라는 말을 꼽는다. 한 해의 실적을 바탕으로 연말에 받는 고과 평가는 그저 스쳐 가는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나와 함께한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그 평판은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도 닿는다. 그것이 회사라는 공간의 속성이다.


팀장과 팀원들이 모여 티타임을 가졌다. 팀장이 다른 팀의 한 젊은 사원에 대해 칭찬을 시작했다. 책임감 있게 일을 잘하고, 조금만 신경 써주면 에이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팀원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친한 그 팀의 팀장에게 듣기로는, 오히려 골칫거리인 팀원이라는 것이었다. 팀장은 다시 반박했다. 자신과 함께했던 프로젝트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불평 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태도 좋은 사원이었다고. 그러자 팀원은 또 다른 부정적인 일화를 꺼내놓았다.


나는 중간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 사원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 악의를 품고 나쁜 소문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평판만큼 아쉬운 직원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미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위기에서 한 사람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그의 가장 가까운 동료들이다. “그 친구 그런 사람 아니다”라는 한마디. 그 방어막은 가까운 동료와의 신뢰에서만 나온다.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도 말한다. 인류는 뒷담화하는 능력 덕분에 거대한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뒷담화와 가십은 사라질 수 없는 본능과도 같다.


회사는 그 본능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공간 중 하나다. 우리는 좋든 싫든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평판이다. 그리고 그 평판은 내 옆자리 동료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아직 어린 사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선배와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그에게 꼭 이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평가보다 평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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