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다

by 마흔로그

느긋한 주말 저녁이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이게 전부다. 고등어구이, 미소 미역국, 돼지고기 버섯 양파볶음, 그리고 블루베리를 얹은 그릭 요거트. 하루 종일 밥과 빵 같은 탄수화물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는 완벽한 하루였다.


그런데 평화롭던 저녁에 내가 직접 균열을 냈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새우튀김을 꺼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려버렸다.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집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냉장고 속 시원한 캔맥주. 나의 뇌가 그것들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나는 유혹을 받아들이기 위한 명분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가장 큰 합리화의 무기를 쓸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다.


‘오늘은 운동을 쉬는 날이다. 휴식일에는 잘 먹어줘야 근육이 회복된다. 이건 회복을 위한 식사다.’


‘그리고 나는 ‘달리는 사람’이다. 어제 달렸고, 내일 달릴 것이다. 하루 운동 안 했다고 해서 나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달리는 사람은 이 정도 먹을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오늘은 주말이다. 주말은 정신적으로 쉬는 날이다.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결정적으로 나는 얼마 전 브런치에 글도 썼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달리기로 상쇄하는 것이 나의 성공 비결이라고. 사람이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만 예외로 두는 것은 나의 철학을 흔드는 행위다. 이것은 자기 합리화가 아니다. 나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일관성 있는 판단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편히 먹기로 했다. 하루 종일 건강하게 먹으며 잘 버텼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그러니 이 밤의 새우튀김과 맥주 한 캔은 내가 나에게 주는 완벽한 주말 선물이다. 몸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정신 건강에는 이게 더 좋다. 아마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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