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오랜만에 아내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놀이터와 빵집을 거쳐 어머니 댁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나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신다. 손주를 보시면 늘 좋아하신다. 우리 집에는 없는 TV가 있어 아이도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TV로 애니메이션을 틀었다. 아이는 TV 화면에, 어머니는 그런 아이의 뒷모습에, 그리고 나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의 가느다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 다리가 언제 저렇게 가늘어지셨지.’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항상 과체중이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러셨던 것 같다. 겉보기에는 정상 체중이 되신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리 근육이 중요하다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들었다. 근력 운동을 안 하시더라도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라도 잘 챙겨 드셔야 할 텐데.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혼자 먹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냉장고 속 밑반찬 몇 가지를 꺼내 먹는 것이 전부다. 요리는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 즐거운 일이다. 아마 어머니도 그러실 것이다. 혼자 드시는 식사를 위해 번거롭게 고기를 굽거나 생선을 찌지는 않으실 테다. 냉장고 속 간단한 반찬들로 끼니를 해결하실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식사 시간에 맞춰 찾아갈 때만 어머니의 식탁은 풍성해졌다. 그때가 되어서야 냉동실에 있던 고기나 생선이 꺼내졌다. 어쩌면 그날이 어머니가 유일하게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나는 더 자주 식사 시간에 맞춰 어머니 댁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찾아가는 것이 어머니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시간은 참 빠르다. 어머니는 점점 더 나이가 드신다. 앞으로 내가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 한 달에 두세 번. 일 년이면 고작 서른 번 남짓. 앞으로 십 년을 더 건강하게 사신다 해도, 삼백 번에 불과하다. 생각하니 아찔한 숫자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뭐가 그렇게 바빠서 식사 한번 같이하기가 어려웠을까.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노래 가사처럼, 불효자는 그저 조용히 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