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미쳤다

-그럼, 안녕히.... 야마자키 도미에였습니다

by 지얼





8월 말에 있을 예정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독서 토론을 위해 <그럼, 안녕히... 야마자키 도미에였습니다>를 읽었다.

야마자키 도미에는 1948년,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강물에 뛰어들어 정사(연인끼리 동반 자살 하는 것)하였다. 향년 28세.


15여 년 전, <인간실격>을 읽었을 당시에 다자이 오사무가, 다섯 차례의 자살 기도 중 첫 번째 정사는 실패하여 여자(다나베 아쓰미)만 죽게 되고, 결국 다섯 번째의 자살 시도 끝에 정사로 삶을 끝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개자식... 죽으려면 저 혼자 죽을 것이지.


인디 뮤지션이자 독서 애호가, 그리고 책방 주인인 홍대 여신 '요조(그녀는 <인간실격>에 매료되어 닉네임도 '요조'로 지었다)'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이렇게 피력했다.

20대 때 처음 <인간실격>을 읽었을 때는 주인공인 오오바 요조에게 동질감을 느꼈지만(아니, 대체 홍대 여신이 왜...?), 나이가 들어 읽어 보니 "자꾸 어른의 시선에서 그를 바라보게 되고 '으이그, 이 한심아,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 그러면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홍대 여신 요조와는 반대로 나이가 들어 읽어보니 한편으로는 오오바 요조가 이해되기도 하는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것일까?




다자이의 소설은 사소설적인 특성이 강하다 보니 그의 소설과 그의 실제 삶이 머릿속에서 자꾸 혼선을 일으킨다. 거기에다가 만화(이토 준지 작)와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인간실격>이 머릿속에 마구 뒤섞여 뭐가 오리지널 스토리인지 헷갈린다. 한동안 원작에 도미에와의 정사(다시 말하지만 그 '정사' 말고 동반 자살)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지냈다.




다자이는 죽기 한 달여 즈음에 도미에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째서 여자들은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내 생각에는 이렇다.


1. 당시로서는 키가 컸다(176~178cm)

2. 유지의 자제라 아마도 귀족적 품위가 풍겼을 거다

3. 주변의 증언에 의하면(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잘 생겼다고 한다

4. 뭔가 알 수 없는 데카당스+멜랑꼴리한 분위기

5. 나름 당시 일본 문학계에서 잘 나가는 알파메일

6. 모성애를 자극하는 심신의 병약함


다른 건 몰라도 6의 경우는 확실하다. 도미에는 일기에 이렇게 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슈짱(다자이 오사무)의 어머니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이 아이를 위해서,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괴로움이라도...>


5월 22일 자 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나쁜 남자 다자이는 도미에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미안해, 그게 말이지, 괴로워... 연애하고 있는 여자가 있어."

26세의 이하라(좋은 집안의 '늘씬하고 얌전해서 흠잡을 데 없는' 여대생)라는 이름의 여성으로부터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백한다. 심지어는 잠꼬대에서 조차,

"굉장한 미인이야... 아내보다...(...)"

이에 도미에는 이렇게 쓴다. <굉장한 미인이야, 라니. 저는 울었습니다. (소설) <굿 바이>에 관한 일, 병(결핵)에 관한 일, 따라다니는 여성에 관한 일... 저는 살아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엾은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하다, 질투마저 극복하는 여성의 모성이여.

아직 얘기는 안 끝났다.


다자이 오사무와 야마자키 도미에



다자이가 도미에와 사귀고 있을 당시에, 그에게는 쓰시마 미츠코라는 부인이 있었다(그리고 아들과 딸도 있었다). 고로 도미에와의 관계는 러브 어페어, 불륜이 된다.

게다가 도미에와 관계를 맺은 당시에 오타 시즈코라는 혼외 여성은 다자이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도미에를 만나기 직전에 관계를 맺었던 거다.

나쁜 남자(어장관리남?) 다자이가 당시 사각관계를 맺은 여성은 다음과 같다(임신한 시즈코는 결국 생활비만 주고 외면했으므로 사실상 삼각관계라고 해야 할까?).


ㅡ쓰시마 미츠코

ㅡ오타 시즈코

ㅡ이하라(이름은 모름)

ㅡ야마자키 도미에


이쯤 되면 정말이지 인간 실격이 아닌가 싶다.

다자이의 여성 편력을 다 알고 있음에도 야마자키 도미에는 일기에 이렇게 쓴다.

<슈지(다자이의 본명) 씨, 결국 여자는 자신이 마지막 여자였으면... 하고 바라는 법이지요?(...)

5월의 비가 오늘도 슬프게, 쓸쓸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죽으려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혼자 죽다니! 같이 갈 거야.">

도미에의 바람대로, 그녀는 다자이의 마지막 여자로 남았다.


도미에의 일기와 유서 내용 ㅡ"저만 행복한 죽음을 맞이해서 죄송합니다.(...) 저 세상에 가면(...) 사랑하고 사랑해서 슈지 씨를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ㅡ을 보면 양가감정이 든다.

1. 진심을 다하여 목숨 바쳐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그런 의미에서 나는 헛살았다. 내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게임이었다)....

2. 이 정도의 열애는 사실상 일종의 정신병, 아니 성격장애가 아닐까? 경계선 성격장애, 혹은 의존성 성격장애?


2의 경우 의심할 만한 내용이 있다.

<여러 관계자들의 저서에 의하면 도미에는 언제나 청산가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자이에게 '이상한 짓을 하면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자이는 그것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다.>

뭐, 어쨌거나,


<사랑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을 사랑해버리고 말았습니다.

ㅡ1947년 5월 19일의 일기>


'사랑해버리고 말았다'는 표현에서 사랑의 속성이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수밖에 없다는, 반_자유의지적 결정론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빠질 수밖에(fall in love)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

사랑은 미쳤다.

문득 Queen의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영화 <베티 블루 37.2> 중에서


사족 1 :

부러운 놈.....


사족 2 :

작금의 현명한(?) 나는 이렇게 말한다.

바보들이나 사랑에 빠지는 것.



Wise men say

현자들이 말하기를

Only fools rush in

오직 바보들만이 사랑에 빠진대요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하지만 전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걸요


Shall I stay?

당신 곁에 머물러도 될까요?

Would it be a sin?

그것이 죄가 될까요?

If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만약 내가 당신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요?


Like a river flows

강물이 흐르면

Surely to the sea

바다로 가는 게 당연하듯이

Darling, so it goes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Some things are meant to be

이렇듯 어떤 것들은 운명적이지요


Take my hand

제 손을 잡아주세요

Take my whole life, too

내 모든 삶을 그대에게 바치겠어요

Fo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전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랑일까? 아니면,

성격장애일까?


Too much love will kill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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