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완전한 인생
젊은 시절, 감정의 흑역사는 이렇게 쓰인다.
어느 날, 수지(가명)에게 전화를 건다.
나 : 우리 만날까?
수지 : 그럴까? 그럼 내일 스타벅스에서 1시에 보자.
나 : 그래. 내일 봐.
따뜻한 햇살. 푸른 하늘.
세상이 더없이 아름답다.
다음날, 수지에게 전화가 온다.
수지 : 미안. 오늘 못 나가.
나 : 왜? 뭔 일 있어?
수지 :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
나 :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그럼 내일은 어때?
수지 : 내일? 음...안 될 것 같아.
나 : 그럼 주말에 보든가.
수지 : 음....조만간 내가 전화할게.
차가운 빗물. 잿빛 하늘.
세상은 머잖아 멸망할 것만 같다.
기분 좋음을 행복으로 삼으면 기분 나쁨의 괴로움이 늘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의 세계관에서는 즐거움이 극에 달한 상태를 천상, 괴로움이 극에 달한 상태를 지옥이라고 표현했어요. 즐거움과 괴로움 사이를 계속 돌고 도는 윤회가 곧 천상과 지옥을 돌고 도는 윤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윤회전생(輪廻転生) 한다’고 말합니다. 윤회전생(輪廻転生)에서 벗어나려면 즐거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즐거움에 집착하면 필연적으로 괴로움이 따라옵니다. 즐거우면 심리가 들뜨고, 반대로 괴로우면 심리가 가라앉습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면 피할 수 있어요. 평정심을 유지하면 마음이 들뜨지 않기 때문에 가라앉음도 자연적으로 막아집니다.
ㅡ법륜 스님
3화음은 음 3개를 쌓아 만든 화음(=코드)이다.
예컨대 메이저 코드인 C코드는 <도+미+솔>이고,
마이너 코드인 Cm코드는 <도+미b+솔>이다.
메이저 코드는 밝은, 혹은 기쁜 정서의 코드이고,
마이너 코드는 어두운, 혹은 슬픈 정서의 코드이다.
이것으로 알 수 있듯이, 결국 기쁨이냐 슬픔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가운데 낀, '도'음으로부터 세 번째 음인 3음, 즉 <미>, 혹은 <미b>음이다.
<도+미(또는 미b)+솔> 화음에서 가운데 음을 빼면 <도>음과 <솔>음만 남는다. 즉 기쁨이나 슬픔이 모두 사라진 중립적인 정서의 소리만 남게 되는 거다.
<미>, 또는 <미b>음을 빼고, <도>음과 <솔>음을 동시에 울리면 화성적으로 찰떡궁합 같은ㅡ척 달라붙는 소리가 난다. 이를 '완전 5도' 음정이라 일컫고, 이렇게 구성된 코드를 소위 '파워 코드'라 칭한다. 이것은 예컨대 C5로 표기되는데, 롹음악에서 자주 애용되는 코드이다(아래에 링크한 <헤븐 앤 헬> 인트로의 메인 리프 참고).
https://youtu.be/O51pOYh_rNI?si=tOWbsU-CFtLz0hpY
어쨌거나 당시 수지와의 관계로 인한 감정 상태를 코드 진행으로 표현하자면 아마 이럴 거다.
C /Cm/ C/ Cm/ C/ Cm/ C /Cm…
해 떴다가 비 왔다가 해 떴다가 비 왔다가 해 떴다가 비 왔다가.....
이런 코드 진행으로 곡을 쓰게 된다면?
아마도 변태 작곡자라는 소리를 들을 테지.
하물며 내 인생을 이 따위로 진행시킨다면 그게 마조히즘 변태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도+미+솔> 화음에서 가운데 음인 <미>를 빼면 <도>음과 <솔>음의 '완전'음정이 남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삶에서 '락(즐거움)'을 빼버릴 수만 있다면 '완전'한 인생이 되는 걸까?
<도+미b+솔> 화음에서 가운데 음인 <미b>을 빼면 <도>음과 <솔>음의 '완전'음정이 남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삶에서 '고(괴로움)'를 빼버릴 수만 있다면 '완전'한 인생이 되는 걸까?
법륜스님 가라사대,
"인생에 고통과 마찬가지로 즐거움 또한 추구하지 마라, 고락을 반복하는 것, 그게 윤회다."
내 인생의 <미>음과 <미b>음은 수지로 인해 발생했다.
헤븐과 헬의 경계선 위에서 나를 어디로 떨어뜨릴지 모를 존재가 수지다.
그녀를 통해 새삼 깨닫는다.
타자는 내 손 안에서 항상 빠져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타자로 인한 소위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타자는 3음(<미> 또는 <미b>음) 그 자체라는 것을.
그렇다면,
수지 없는 삶은
완전하고도 파워풀해지지 않을까?
각성한 나는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문자-메시지로 작별을 고했다.
대면의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작별 인사로 '잘 지내'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없는 '네' 삶이 평온할 수 있다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으니까.
마지막 인사는 마음속에 썼다.
잘 지내지 마.
쪼잔한 놈.
그 결과,
현재 내 삶의 코드는 다음과 같다.
C5 C5 C5 C5 C5…
그래서 완전하고도 파워풀한 삶이냐고?
시발......
사족 :
블루스 음악에서 기타로 3음을 연주할 때 해당 줄을 살짝 밀어 올려서 장3도음과 단3도음 사이의 애매한 음을 낸다. 예컨대 <미b>과 <미>사이의 음(미분음)을 내는 거다. 이러면 마이너도 아니고 메이저도 아닌 모호한 소리가 난다.
진정 중도의 음악이라 칭송하지 아니 할 수 없다.
https://youtu.be/r7XhWUDj-Ts?si=ZVbpImOb95eePM8a
Some people live their dreams
누군가는 그들의 꿈을 살고
Some people close their eyes
누군가는 눈을 감아버리지
Some people's destiny passes by
어떤 사람들의 운명은 그냥 지나쳐 가고
There are no guarantees
보장되는 것도 없고
There are no alibis
변명도 없어
That's how our love must be
그것이 바로 우리 사랑의 방식이야
Don't ask why
왜 그런지 이유는 묻지 말자
It takes some time
시간이 필요할 거야
God knows how long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신만이 알겠지만
I know that I can forget you
너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
As soon as my heart stops breaking, anticipating
내 마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기대하지 않게 되는 순간
As soon as forever is through
영원히 끝나는 순간에
I'll be over you
나는 너를 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