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오역의 역사
2017년 봄.
Raindrops falling on my head.
올봄은 비가 참 자주 내린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다가 문득 꽃을 사 와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한다.
안개꽃과 바이덴스, 그리고 사계국화를 샀다.
꽃을 살 때마다 문득 꽃말이 궁금해진다.
하여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더니,
안개꽃 :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
바이덴스 : 자료 없음....
사계국화 : 맑음, 고상함.
비교적 깨끗한 마음을 지녔던 시절, 여성에게 최초로 선물 받은 꽃이 안개꽃이었다. 아니, 어쩌면 기억의 왜곡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준 것일지도 모른다.
당시의 대학 교육 방침대로 학우들과 단체로 2박 3일의 병영체험을 갔을 당시, 첫 미팅에서 만난 유미(가명)가 내게 보낸 편지의 내용 중 기억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이번 주말에 안개꽃을 들고 봄나들이를 가려고 해요.'
별것 아니지만 그녀의 편지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안개꽃을 들고 서 있을 그녀의 모습이 심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편지 말미의 추신 때문이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ps : 우리 이제 반말하지 않을래?
고로 내게 있어 안개꽃의 꽃말은 '사랑의 성공'이 아니라 '먼저 반말하는 여자'다. 문득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떠오른다. "너 왜 자꾸 존댓말 해?"
'이번 주말에 안개꽃을 들고 봄나들이 가려고 해요'라는 얘기를 지금은 이렇게 해석한다. '같이 갈래요?'
비교적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당시의 나는 아마도 이렇게 해석했으리라.
부럽죠?
안개꽃의 꽃말이 무색하게도, 이런 서투른 번역가에게 있어 사랑의 필패는 당연지사다.
문득 의심해 본다. 지금의 나는 좋은 번역가인가?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오역을 한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여.
다음은 밀란 쿤데라의 단편 소설 <콜로키움>의 구절.
[.....그러니까 그렇게 시선을 주고받은 다음 여의사가 갑자기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말했다. "바깥이 너무 아름다워요. 보름달이네...."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시선이 기계적으로 플라이슈만에게 놓였다.
이런 상황에 촉각이 예민한 그는 즉각 그것이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그 순간 그는 가슴속에 커다란 파도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가슴은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작업장에 걸맞는 민감한 악기였다.]
그녀(여의사)의 기표("달이 너무 아름다워요. 보름달이네...")를 유혹의 기의('너 먼저 나가 있어, 그러면 내가 기회를 봐서 그쪽으로 갈게')로 판단한 플라이슈만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병원 바깥의 정원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그 여의사를 기다린다. 그는 생각한다.
[그는 앞으로 이어질 일들을 상상해 보려고 애썼다. 나가자는 신호를 보낸 여의사는 대머리가 의심보다 대화에 더 몰두하기를 기다릴 것이며 볼일을 보러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알릴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다음은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가슴속 파도가 모험을 알렸고 그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운을 믿었고, 자신의 사랑의 별을 믿었고, 여의사를 믿었다.(...) 마침내 건물에서 그를 향해 다가오는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담배를 빨았고 연기를 내뿜고 눈길을 계속 하늘에 두었다. 발걸음이 아주 가까워졌을 때 그는 다정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실 줄 알았어요."]
플라이슈만이 고개를 돌렸을 때 눈앞에는 방뇨를 위해 잠시 바깥으로 나온 대머리 과장이 서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현대적 시설보다는 자연에 방뇨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처럼 민감한 악기 같은 플라이슈만도 '삑싸리'를 낸 것이다. 기표와 기의의 엇나감.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하물며 약관의 나이였던 나는?
그럴 수밖에.
아마도 남자들의 이불킥 태반은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어느 한 남자가 캘리포니아 해안을 기도하며 걸었다.
갑자기 이 남자는 큰 소리로 "신이여,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자ㅡ
하늘의 구름 위에서 신의 음성이 울려 나왔다.
"너의 변함없는 믿음을 보고 내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마."
그 남자가 말하길, "하와이까지 다리를 하나 만들어서 내가 언제든지 차로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자 신께서는, "너의 기도는 들어가는 게 너무 많아. 그게 보통 일이 아니야.... 다리의 교각이 태평양 바다밑까지 닿아야 하고, 콘크리트와 철근이 얼마나 들어야 하겠냐? 내가 할 수는 있지만 정말 세상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들구나.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내 영광을 나타낼 수 있는 다른 한 가지 소원을 말해봐라."
그 남자는 한참 동안 더 생각하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신이시여, 난 여자들을 잘 이해하기를 원합니다. 여자들이 토라져서 말 안 하고 있을 때 마음속에 어떻게 느끼고 뭘 생각하는지, 왜 우는지... 여자들이 '아니, 신경 쓰지 마...'라고 할 때 그 말의 참 뜻이 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자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알기 원합니다."
그러자 신께서 숨도 안 쉬고 곧바로 대답하셨다.
"하와이까지 가는 다리, 4차선으로 해주랴? 아님 8차선으로 해주랴?"
ㅡ펌글.
https://youtu.be/q0_mgrkoYsg?si=a56BP2TCYCmmKU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