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러운 시선과 농담

ㅡ가벼운 글쓰기

by 지얼


1.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심리학 교수 최인철의 저서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좀 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도덕과 원칙을 내세워 유머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 실없음과 유치함을 사랑해야 한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눈동자에서 장난기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장난치며 친해지듯

나 자신에게도 장난을 쳐야 한다.

내 삶을 바라보는 장난기 가득한 시선

한마디의 농담이 필요하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면서 무게의 2분법(무거움가벼움)에 대해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 혹은 웃음과 울음 중 어느 것이 '가벼운' 것일까?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움베르트의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호르헤 수도사는 아마도 전자라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신념이 있었나 보다. 그는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識者)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라는 내용을 다룬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유일한 필사본이 장서관에 있음분개하여 그것을 읽으려는 이들을 살해하고 결국 장서관이 있는 교회에 불을 지른다.


비극은 인정하지만 희극은 인정할 수 없었던 호르헤 수사를 소위 '진지충'으로 폄훼하며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희극 배우(개그맨, 또는 코미디언)보다 보통의 정극 배우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위계적 편견이 내 안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극단적으로 진지하게 사유하는 호르헤 수사는 희극을 인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 존재까지 말살하려 든다. 가까이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의 비극성이야말로 종교적 믿음의 전제가 된다. 고로 멀리서 보면 세상이 희극으로 보인다는 찰리 채플린의 견해를 일소할 수밖에 없다.


'백경(흰 고래)'로 상징되는 세상의 악, 또는 비극성 앞에서 <모비딕>의 '이슈메일'은 찰리 채플린의 자세로 맞선다. 철학자 미하엘 하우스캘러는 저서 <왜 살아야 하는가>에서 그의 인생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이슈메일은 온갖 나쁜 일은 물론 심지어 죽음까지도 포함하여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문의 장난꾸러기에게 부드럽게 그리고 유쾌하게 옆구리를 얻어맞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이슈메일은 그런 식의 인생관이 불러일으키는 유쾌한 무심함,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무법자 철학"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또 모비딕을 추적하는 여정 역시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겠다고 다짐힌다. 삶이 장난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면 장난에 맞춰 즐기는 것이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지난날에 쓴 글들(주로 일기)을 다시 읽어본다.

소감은 이렇다.


무거운 머리 때문인지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다


세상의 모든 희극 대본을 분서갱유할 태세다. 젊은 시절에 구매한 시몬느 베이유의 책(국내 출판사에서 편집한 책) 제목처럼 그것은 '고뇌로 쓴 젊은 날의 일기'다.

문득 저 세상에서 밀란 쿤데라 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너는 네 삶이 그렇게나 진지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니?


예컨대 이별.

과거의 내가 느꼈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을 배트 미들러의 <The Rose> 노랫말로 대신하자면 이랬다.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누군가 말합니다, 사랑은 연약한 갈대를 익사시키는 강이라고
누군가 말합니다, 사랑은 당신의 영혼을 피 흘리게 하는 면도날이라고


무거움 가벼움의 이분법에 대해 이렇게 썼다. 슬픔은 무거운 것, 기쁨은 가벼운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사랑의 기쁨이라는 생의 에너지는 엔트로피라는 기구를 타고 저 높이 날아가 버리고 슬픔이라는 감정만 건축 폐기물처럼 육중하게 심층에 가라앉았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이별의 경험이 쌓여가고... 그리하여 내 감정의 무게를 줄이는 일종의 각성도 따른다.

이별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것은 꽃이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그 무엇도ㅡ사람의 감정마저도 엔트로피라는 자연법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

비록 지나간 모든 것을 진지하지 않게 대하거나 한갓 장난으로 치부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이런 각성만으로도 충분히 명치 깊은 곳에 박힌, 대못이라 생각했던 그것을 가시 정도로 격하시킬 수 있다는 것.


이런 각성들이 아픔의 농도를 옅게 해 준다.

그러자 어깨에 힘이 좀 빠졌고

글은 조금 가벼워졌다.


글쎄다. 그 모든 것을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다면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럴 수 없는 나는 어쩌면 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에 나의 자리를 두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도 지향의 삶은

자유다.


아, 어깨에 또다시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2. 가벼운 글쓰기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란,

중용(中庸, Doctrine of the Mean, Middle Way)이다.

말 그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것을 중용이라고 한다.

중용으로서의 자유에서 벗어난 것이 구속(억압), 또는 방종이다.....

.....라고 우리는 중딩 시절, 도덕 시간에 배웠다.

하지만 모든 깨달음은 책이나 학교가 아니라 삶을 통해 일깨워져야 한다.


월요일이다.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위, 아래 옷을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문득 배가 고파졌다.

떡볶이를 요리하였다.

떡볶이를 막 먹으려는 순간,

국물이 옷에 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새 옷의 고추장 자국은 삐져나온 현빈의 코털과 같다. 고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바지를 벗고

셔츠도 벗었다


빤쓰와 난닝구 차림으로 떡볶이를 먹다가 문득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이 떠올랐다. 대체 자유와 구속, 그리고 자유와 방종을 가르는 기준이란 무엇인가?

이내 깨달았다.


구속 : 새 셔츠와 새 바지를 입은 채로 떡볶이를 먹는 것

자유 : 빤쓰와 난닝구만 입고 떡볶이를 먹는 것

방종 : 홀딱 벗고 올 누드로 떡볶이를 먹는 것


글타.

자유란 중용이다.

Q.E.D.


내 삶을 바라보는 장난기 가득한 시선

한마디의 농담이 필요하다.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중에서


하버드대 분교 심미학과 지얼 학생의 중도에 대한 진담 1/4, 농담 3/4




https://youtu.be/8azjpk8AB9c?si=BBIEDBB3CgUBoc6_

Bette Midler




https://youtu.be/VTCQBuYhq_s?si=NeXw6NKF8EC9JdGz

Westlife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누군가는 사랑을 강물이라 하죠

연약한 갈대를 물에 빠져 죽게 하는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어떤 이는 사랑을 면도날이라 하죠

당신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Some say love it is a hunger

an endless aching need

또 어떤 이는 사랑을 굶주림이라 해요

끝없는 고통을 요구하는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난 사랑을 꽃이라 말하죠

그리고 당신은 유일한 사랑의 씨앗이죠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

that never learns to dance

결코 춤추는 걸 배울 수 없는 건

상처받길 두려워하는 마음이어서죠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

that never takes the chance

기회를 잡은 적이 없는 건

깨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꿈이어서죠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who cannot seem to give

줄 수 없는 사람은

가져갈 수도 없는 사람이죠

And the soul afraid of dyin'

That never learns to live

죽기를 두려워하는 영혼은

결코 사는 법을 못 배우죠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밤이 너무 외롭고

길이 너무나 멀 때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그리고 사랑은 운이 좋고

강한 사람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반드시 기억하세요

겨울에 가혹한 눈더미 저 아래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봄이 오면 태양의 사랑으로

장미가 될 씨앗이 누워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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