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체질의학 소설> 법고창신

옛 것을 법으로 삼아 새것을 창조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9. 체질을 알면 스스로 자기 몸을 고칠 수 있다.


“법고창신으로 다시 총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네. 자네는 자궁혈에서 막 태어났다네. 앞으로 100일간은 그간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하게나 그 후엔 법고창신으로 총정리를 해야 하네. 어린아이가 돌이 지나야 생명이 안전하다고 돌잔치를 하듯 자네도 앞으로 1년간은 수선제에 머물며 총정리를 하게나.”

“저야 좋지만 사부님께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사제의 관계는 영혼의 연줄로 이어진 인연일세. 육신의 혈육으로 된 부모보다 어떤 의미에선 더 강렬한 연결이 되어 있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네. 수선제가 자네의 집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야.”

승학은 사부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꼈다. 산속 동굴에서의 생활은 행복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공부하고 깨달은 것을 바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부모님의 불화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수선제로 와서 사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산속에서 뵐 때와 속세에서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였다.

작은 동작이 예전 같지 않고 기력이 많이 쇠잔해진 것 같았다. 양생법을 꾸준히 실행하지만 슬픔의 기운을 이겨내기는 힘이 들었을 것이었다. 사부는 1년 전 부인을 여윈 뒤에는 무척 힘들어했다. 자식은 1남 2녀로 셋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미국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살았다.

사부를 곁에서 모시는 사람이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워낙 성격이 완고하면서 남의 도움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것은 스스로 해결하실 것은 뼌 한 일이었다. 승학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부님, 앞으로는 제가 곁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자네는 자궁혈에서 막 태어난 애기일세. 앞으로 체질의학을 정립하는데만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야. 부족한 임상은 내 곁에서 보고 경험하면 될 것이야.”

차를 끓어 내어놓으며 그는 웃으며 말했다. 승학은 자궁혈에서 연구하고 깨달은 것을 총 정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특히 천고비전을 모두 익히고 서양의학을 공부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하지만 임상을 경험하려면 사부의 곁에서 도와야 할 것이었다.

“사부님, 임상을 하려면 제가 늘 곁에서 사부님을 도와야 합니다. 낮에는 사부님을 도우고 밤에는 법고창신을 하겠습니다.”

“허허,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리 하는 것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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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내가 하루 종일 열심히 환자를 치료한 들 몇 사람을 고치겠나? 의원의 치료는 언제나 일대 일이야. 하지만 스스로 병을 알고 치료하게 하는 체질의학이 완성되면 한꺼번에 수천, 수백 만 명의 병을 치유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 자네의 연구가 정말 중요하네.”

“예 맞는 말씀입니다.”

“자네가 연구하고 깨달은 체질의학의 법칙과 원리는 대단한 거야. 특히 체질을 강화하면 성공을 할 수 있게 하고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원리는 놀라워.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리인 것 같네. 앞으로 경제가 발달할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 것이야. 그때, 자네의 이론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예, 그리 되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명은 정해진 것이라거나 성공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이나 운명은 일반적인 자연과학처럼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모두 체질에서 비롯된 생체에너지의 작용임을 꼭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는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간절한 한 가지 소망이 있었네. ”

“그것이 무엇이신지요?”

“그건 나같이 직접 치료를 해주고 낫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야. 사람들이 체질을 알고 스스로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을 완성하는 것이었네. 음식으로 치료하고 운동과 각종 자연의학으로 병을 고치는 의술 말일세, 그것이 앞으로 28 체질의학으로 되겠나?”

“예, 사부님, 그리 됩니다. 28 체질의학으로는 그러한 자연치료가 됩니다. 일단 자신의 체질을 알면 인체의 해부도를 들여다보듯 몸과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자가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체질의학과 음식과의 관계를 충분히 연구해야 할 것일세.”

“예,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병이 음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맞는 말일세. 음식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것이야. 앞으로 음식치료에 대한 부분은 내가 연구한 부분을 전부 전수해 주겠네.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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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은 홀로 대나무 숲을 거닐고 있었다.

봄이 완연해지고 있었다. 마른 잎들 사이로 초록색 새싹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승학은 댓잎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 겨우내 얼었던 땅기운이 풀린 자리에 싹을 틔운 풀잎을 살폈다. 그때 누군가가 가까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승학 씨 여기서 뭐해요?”

혜린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의 늘 어긋나기만 했는데, 오늘은 어찌 딱 마주쳤네요.”

“하하 그래요. 반갑습니다.”

“이제 동양철학과 역학을 모두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요. 공부에 몰두했더니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가고 있네요.”

혜린과는 인연이 오래 연결되어 있었다. 승학이 그려를 처음 보았을 때의 풋풋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성숙미가 물씬 풍겼다. 승학은 웃으며 말했다.

“혜린 씨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군요. 남자들이 줄을 서 있을 것 같은데요?”

승학은 농담조로 말했다. 혜린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요. 추앙받고 싶지만 그 사람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속 상해요.”

“그 사람이 누군가요? 내가 찾아가서 혼을 내겠습니다.”

승학이 다시 농담조로 말을 하자 혜린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사람이 내 눈앞에 서 있어요. 빨리 혼을 내주세요.”

승학은 혜린에게서 여러 차례 애정의 암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 대학 다닐 때는 편지가 몇 번 왔으나 승학이 회신을 게을리했다. 군대 있을 때는 면회까지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승학의 마음속에 혜린은 여전히 좋은 친구로 자리 잡고 있었다.



“혜린 씨는 아직 그 병원에 근무하세요?”

“예. 약국을 하기는 싫고 병원에도 오래 근무해서 지쳐 가요. 누가 먹여 살려 줄 사람이 없으니 어떡해요. 병원 약국에 근무하는 것도 이제 힘들어요.”

“혜린 씨의 건강은 어떤가요?”

“좋아요. 아주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승학 씨 우리 둘 자주 만나면 어떨까요?”

말을 마치자 혜린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속내를 감추고 있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 말인 것 같았다. 승학 역시 그 말을 들으며 눈길을 먼 산 쪽으로 돌렸다. 승학은 이미 여러 번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 표현을 듣고서야 자신의 감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혜린 씨는 좋은 여자예요. 언제까지나 아주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요.”

승학은 그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승학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혜린의 붉은 뺨에 차가운 물기가 적셔지고 있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혜린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 그렇게 해요.”

그들은 서로 어색한 침묵으로 겉돌고 있었다. 마치 대나무 숲에 갇힌 것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들이 대나무 숲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승학이 무거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식사를 알리는 종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요.”

“그래요. 식사를 하러 가죠.”

혜린은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눈망울엔 여전히 마르지 않는 물기가 묻어 있었다. 승학은 식사를 하기 위해 기와가 보이는 곳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멀리 석양이 그들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쓸쓸히 서산으로 기울며 노을빛을 토하기 시작했다. 노을은 그렇게 빛을 펼치다가 곧 어둠에 잠길 것이다. 승학과 혜린은 약속이나 한 듯 서녘 하늘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쓸쓸하면서도 장엄한 노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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