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상인(心心相印): 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8. 위기극복과 회복의 과정
“선생님, 아주 심각한 호흡곤란이 다시 왔습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승학은 급히 오원장이 찾아서 침구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지난번 보다 더 호흡이 곤란한 듯해 보이는 유림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뭐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선생님. 저 어떡해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요.”
그녀는 의식이 반쯤은 희미한 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극심한 호흡곤란 중에서도 조금 호흡이 되면 그런 말을 반복했다. 승학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본 후 사인펜을 들고 다시 표시를 했다.
이번에도 오원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뜻밖의 혈자리가 아니냐는 뜻이었다. 승학은 눈짓을 했다.
그가 침을 놓았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아. 시원해졌어요. 머리가 조금 맑아져요.”
두 번째의 호흡곤란은 더 심각했지만 침을 맞자 더 빠르게 효과가 나타났다. 그녀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승학이 다시 사인펜으로 표시를 해서 추가로 침을 놓게 했다.
오원장이 침을 놓자 그녀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다가 승학의 눈가에 머물렀다. 승학이 주변 시선이 무안해서 말했다.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어요. 산소 호흡기 없이 호흡곤란이 해결이 되네요. 너무 놀라워요. 저는 속으로 이번에는 다시 호흡기 내과로 가서 산소호흡기를 꽂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녀는 말을 하다가 뭔가 생각하다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제가 호흡곤란이 극심할 때 횡설수설 뭔가 말하지 않았나요?”
“별 말이 없었습니다. 가쁘게 숨만 몰아 쉬고 힘들다고 낮게 중얼거린 듯했습니다.”
승학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말했다.
오원장과 간호사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오원장은 위급한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맞장구를 쳤다.
"아무 말씀도 없었습니다. 그냥 힘들다고 혼자 말처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림이 안정이 되는 것을 보고 승학은 홀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이 귓가를 스쳐갔다. 승학은 유림을 위해 몰입치료를 위한 마음속 기도를 했다.
유림이 수선재에 머무른 지도 한 달이 넘어갔다.
그 사이에 큰 비상상황은 없었다. 승학은 이전과 달리 아침 시간이 느긋했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하늘과 땅, 대나무 숲을 보는 일상이 이어졌다. 그런데 하루는 대청마루에 쪽지가 한 장 있는 것을 보았다.
고운 색종이로 종이학과 함께 놓여 있었다. 승학은 그것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오늘은 늘 있는 통증에 그리움까지 더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였어요. 덕분에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여쁜 선생님에 대한 생각은 늘 한없이 깊어져요. 이 메시지를 혹시 누가 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유림이 두고 간 것 같았다. 예전에 유림이 와서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대나무 숲 쪽을 바라보았다. 먼발치에서 유림이 그 숲가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승학은 순간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억제했다. 승학은 오원장을 찾아갔다.
“아. 선생님, 아침 일찍부터 어인 일이십니까?”
사람 좋은 오원장이 웃으며 환대했다. 승학 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성유림 환자의 상태는 어떤가요?”
“첫 번째와 두 번째처럼 심각한 호흡곤란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2번 와서 침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선생님이 표시한 그 자리에만 침을 놓아달라고 해서 그리 놓아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왜 그런다고 하던가요?”
“그 자리에 침을 놓으면 숨이 트이고 시원하다고 해요. 성유림 환자도 그전에 침을 수없이 맞았지만 그 자리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해요. 사실 저도 그것을 인정해요. 아주 신기한 효과인 것 같습니다. 저한테도 그 비법을 꼭 알려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근의 특이사항은 없나요?”
“엄청나게 좋아진 것 같습니다. 거의 회복단계인 것 같아서 놀라고 있습니다. 단군 의통의 비법과 체질침술이 그리 강력한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오원장은 승학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환자가 오는 바람에 승학은 밖으로 나왔다.
이제 호흡곤란은 거의 치료가 된 듯했다. 유림의 고통이 절감된 것에 대해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자 불현듯 다시 유림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해지며 가슴속에 불꽃이 일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침에 승학은 대청마루에서 또 쪽지를 발견했다.
역시 색종이로 만든 종이학과 쪽지가 있었다. 승학은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쪽지를 펼쳤다.
“당신은 제게 기적같이, 선물같이 다가와 주셨어요. 평생에 단 한 번 뿐일 인연이에요. 당신을 보지 못한 지난 주말처럼 긴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밤도 길 것입니다. 제 병이 낫기 전에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면 저는 제 모든 시간 완치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 감사함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어요.”
승학은 유림이 자신을 당신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감동을 느꼈다. 심심상인으로 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는 것이 이런 것일까? 지난 주말은 승학이 고향집에 다녀왔던 기간이었다. 그렇다면 유림은 어디에서 자신을 보는 것일까를 생각했다. 아마도 근처에 있다면 어느 각도에서든 승학은 보일 수 있을 것이었다.
승학이 원하는 것은 그녀의 병을 완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학은 두 번의 쪽지를 받고 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승학은 짧게 글을 썼다. 그리고 대청마루 승학이 자주 앉는 자리에 쪽지를 놓고 빨간 페인트로 칠한 돌을 올려놓았다.
“지금의 내 삶은 온통 그리움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것일까요. 나는 오늘 문득 간절히 무엇인가를 염원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보았어요. '무엇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일까' 이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보았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요. 우리는 심심상인이 되고 있음을 매 순간 느낍니다. “
승학은 쪽지를 두고 가며 마음속 대침을 하나 뽑은 느낌이 들었다. 그간 억제하고 또 억제하려고 스스로 놓은 대침이었다. 승학은 그 순간 유림에 대한 정염이 다시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세 달이 거의 다 되어갈 즈음해서 유림이 승학을 찾아왔다.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요. 뿌리 치료가 되었는지 확인하러 왔어요.”
그녀는 장난기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다.
“보기만 해도 거의 다 나은 것 같습니다. 복심지질이 있으면 그런 미소를 짓지 못합니다.”
승학도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자 유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간절히 완치를 염원하며 몇 개월을 참았어요. 제 상태를 자세히 판단해 주세요.”
승학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오원장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그분은 진작에 제 병이 다 나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길 바래요.”
“그래요? 호흡곤란이나 소화기능은 좀 어떠신가요?”
“그건 아주 좋아요. 선생님이 엄 씨 아줌마한테 짜 주신 그 식단 아시죠? 맛없는 죽과 음식 먹는다고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빨리 완치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것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어요. 지금도 그 맛없는 단순식을 계속 먹고는 있어요.”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승학은 그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만성체증은 그리 쉬운 질병이 아닙니다. 간과 신장, 심장까지 다 약화가 되어서 그런 식단은 필수입니다.”
유림도 웃으며 말했다.
“대신에 특효제는 탕약이 아니라서 참 좋았어요. 물로 간단하게 삼키면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어요. 늘 이렇게 갖고 다니며 복용합니다. 참 그 운동법도 좀 괴이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신기한 것은 그것을 하고 나서 소화관이 좋아진 것 같아요.”
승학은 그녀의 복심지질이 나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체질적 성격을 나타냈고 얼굴의 빛이나 몸의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닷물이 조금만 튀어도 바닷물이 짠지를 알 수 있듯 중병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회복되면 온몸에 빛이 감돌고 몸과 마음이 반듯하며 은근한 향기가 풍겼다.
승학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우주에너지를 향해 감사를 표했다. 유림은 승학이 바라보는 그 하늘을 같이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영혼은 내밀하게 연결된 끈이 있는 것처럼 이어졌다. 승학은 유림을 바라보며 자신의 영혼이 유림의 눈빛 안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가슴속 불꽃이 폭죽처럼 솟아오르며 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