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체질의학 소설> 복심지질

복심지질(腹心之疾) : 배나 가슴을 앓는 고치기 어려운 병의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7. 몰입치료와 위험한 고비


“큰 병원도 근처 없는 이곳에서 중증 호흡곤란 환자가 있어도 되는 거요?”

유림을 수선재로 옮기고 나서 그녀의 아버지가 승학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승학은 그녀를 내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불신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으로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에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런데 승학이 떠나고 난 후에 유림이 강력히 주장해서 내려온 것이었다.

승학은 유림과 그녀의 부모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호흡곤란은 여기서도 다시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체질침술로 위험한 상태까지 가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큰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치료가 아니고 그것도 일종의 연명치료이기 때문입니다. 호흡이 안 된다고 계속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유림이 그 말을 듣자 말자 말했다.

“병원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싫어요.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것도 힘들고 원인치료 없이 한없이 증세만 지켜보는 것에 진저리가 나요. 이미 죽을 몸이면 여기 대나무 숲 근처에서 죽고 싶어요.”

“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말하자고 여기 오자고 그렇게 졸랐니?”

그녀의 어머니가 화를 내며 유림을 노려보았다. 승학은 그녀의 어머니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따님의 병은 복심지질입니다. 배와 가슴에 병의 뿌리가 깊어서 고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절대 고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분명히 고칠 수가 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만약 다 죽어가는 내 딸을 고쳐주신다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겠어요. 그것은 약속할게요.”



유림이 그녀의 말을 듣고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아빠도 저 약속에 동의하세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는 것이요.”

그녀의 아버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낫는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해주겠느냐? 저기 유 선생의 소원 한 가지는 분명히 들어줄 수 있지.”

그녀의 어머니도 한 마디 했다.

“너의 목숨을 구해준다면 그 정도를 못하겠니?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 나와 너의 아빠한테 너무나 소중한 딸이잖니? 내가 반드시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줄 거예요.”

유림의 어머니도 못을 박듯 그 약속을 확인했다. 유림은 은근히 기쁜 표정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승학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복심지질은 배와 가슴에 병의 뿌리가 있습니다. 따님은 마음이 편해야 하고 간섭이나 통제, 억압을 전혀 받지 않아야 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따님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하십시오.”

그녀의 부모님은 그 말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을 했다.

“참, 지난번 약초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제가 지리산에 가서 천세근을 구한 것은 유림 씨의 완치를 위해서였습니다. 돈과는 무관합니다. 여기서는 침 치료비만 정산하시면 됩니다.”

유림의 어머니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승학에게 치료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승학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앞으로 몇 차례의 위기가 올 것이다. 승학은 그 위기를 넘기기 위해 오범석 원장을 만나러 갔다.



유림이 온 그다음 날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호흡곤란이 극심하게 온 상태였다. 승학은 침구실로 갔다. 그녀는 호흡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오원장은 그녀의 곁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지난번 크게 놀란 이후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승학은 사인펜을 가지고 가서 표시를 하며 말했다.

“여기 표시한 곳에 침을 놓으세요. 그러면 호흡이 풀릴 겁니다.”

오원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저했다. 승학은 강력하게 눈짓을 했다. 환자 앞에서 다른 말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림은 가쁘게 숨을 헐떡이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표정은 호흡곤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오원장은 잠시 망설이다 침을 놓았다.

“아. 시원해요. 이제 좀 숨이 트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은 부족해요.”

승학은 침의 방향까지 표시하여 침을 놓게 했다.

“조금 더 시원해요.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침으로 이렇게 호흡을 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해요.”

그녀는 20분쯤 뒤에는 눈을 뜨고 승학을 바라보다가 오원장에게 말했다.

“이렇게 숨 쉴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여기 유 선생님이 표시한 침 자리에 놓으니까, 신기하게 효과가 있네요.”

그는 순수한 성정 그대로 진솔하게 말했다. 승학이 오원장을 보며 말했다.

“오원장님이 침을 잘 놓아서 효과가 좋은 거지요. 감사합니다.”

유림은 호흡이 안정되어 승학과 함께 대나무 숲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이심전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승학은 애써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오늘부터 제가 구해온 약초로 만든 환을 드십시오. 오핵환과 청혈환, 천강환으로 세 종류입니다. 복심지질의 특효제입니다.”

“그래요. 감사해요. 그렇게 고생하고 만들어온 정성만 보더라도 효과가 있을 거예요.”

유림은 승학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승학은 애써 눈길을 피했다. 3개월 안에 완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절대 몰입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어떤 원리로 성유림 환자의 호흡곤란 침이 작용한 건가요? 너무 궁금합니다.”

유림을 보내고 잠시 대청마루에 쉬고 있을 때 오원장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물었다.

“그건 환자의 체질에 맞는 혈자리가 맞으니까,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배운 전통 한의학 경혈과는 전혀 일치하는 부분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전통 한의학의 365혈과 무관한 자리여서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효과가 그렇게 극적이니, 더욱더 놀랐습니다.”

“체질의학을 공부하면 이해가 되는 혈자리입니다. 공부를 하시면 나중에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말 너무 신기한 경험입니다. 호흡곤란 같은 위중한 상황에 침술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의술 아닌가요? 말로만 듣던 단군 의통의 일면을 보고 탄복했습니다.”

“앞으로 2~3번 정도 호흡곤란증이 심하게 올 겁니다. 그때 제가 알려드린 기본 혈 자리에 침을 놓으세요. 그런데 차도가 약하면 반드시 저를 부르세요.”

그는 알겠다고 하며 돌아갔다. 승학은 혼자 남아서 유림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식단표를 만들었다. 2주일분 식단표를 완성해서 수선재 내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곳에는 식당 일을 하는 엄 씨 아주머니가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식단표를 보시고 여기 성유림 환자에게 전용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꼭 이대로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식단을 좋아할까요? 저야 만들기 편해서 괜찮아요.”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단순식일수록 환자에게는 좋습니다.”



승학은 침술과 식단에 대한 준비를 한 후 유림에게 갔다.

유림은 방에 없었다. 승학은 대나무 숲으로 갔다. 그녀가 그곳에서 멍하니 대나무 잎 흔들림을 보고 있었다.

“대나무 숲 바라보는 것이 취미인가 봅니다.”

“예. 그렇게 되었어요. 아주 좋아요. 마음도 편하고요.”

“오늘부터 걸음걸이 운동을 좀 하세요. 그것을 알려주려고 여기 왔어요.”

승학은 호보, 곰보, 사보, 우보를 알려주며 자세히 지도를 해주었다. 그녀는 재미있어하며 열심히 배웠다.

“호랑이 걸음, 곰 걸음, 뱀 기어 다님, 소걸음처럼 걷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나요?”

“당연히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여기 혼자 산책하실 때 꼭 하십시오.”

“예, 알겠어요. 꼭 그렇게 할게요.”

승학은 절제된 표정과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때 유림이 승학을 보며 말했다.

“제 마음을 그렇게 전달했는데도 모르시겠어요.”

승학이 그대로 멈춘 채로 말했다.

“제 마음도 유림 씨와 같습니다. 하지만 복심지질이 나을 때까지는 억제해야만 합니다.”

승학은 뒤돌아서서 다시 유림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몰입치료는 사소한 잡념이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최고로 귀한 약재와 체질침술, 식단, 운동 처방까지가 결합되어 신효한 효과가 나도록 해야만 했다.

승학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유림의 쾌차만을 기원했다. 저 푸르른 하늘 한가운데에 유림의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눈을 감아도 떠도 이제 승학은 유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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