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애지도(相愛之道) : 서로 사랑하는 도리를 뜻한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9. 최고의 건강한 상태는 사랑의 열정이 강렬히 타오를 때이다.
“이젠 정말 나은 것 맞죠? 확실히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삼 개월이 지나고 나자 유림이 승학을 찾아와서 말했다. 승학은 단적으로 말하기가 뭐해서 잠시 생각을 했다.
유림은 그 확인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듯이 거듭 재촉했다.
“확실히 말해주세요.”
“네, 나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스스로는 느낌이 어떤가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호흡곤란도 없어요. 아프기 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이 정도 느낌이면 완치가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모르니까, 확실히 말씀해 주세요.”
승학은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확실히 나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유림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제가 병이 나으면 꼭 한 가지 선생님과 하고픈 일이 있어요. 그 소원 들어주실 거죠?”
“그것이 뭔가요?”
“별일은 아니에요. 단지 제가 꼭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가보는 것이에요. 선생님이 부담가지실 일은 없어요.”
승학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림은 승학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제 소원 들어주실 거죠? 확실하게 답변해 주세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저는 사부님이 내리신 분부를 잘 이행해서 매우 흡족합니다. 저 역시 유림 씨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시면 아주 잘 됐네요. 그간 몰입치료 하신다고 고생도 하셨으니, 제가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요.”
승학은 도리질하며 말했다.
“그런 보답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유림 씨가 건강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그간 몰입치료하는 내내 저는 많은 연구와 집중을 해서 오히려 충만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유림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내일부터 일주일간은 시간을 비워두세요.”
“그러실 수 있나요? 이유를 묻지 말고 대답해 주세요.”
승학이 잠시 생각을 하자 유림이 빨리 대답하라는 듯한 눈짓을 했다. 승학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 아침에 제가 모든 것을 준비해서 다시 찾아올게요.”
그녀는 그렇게만 말했다. 승학은 망치로 머리를 갑자기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승학은 유림이 완치가 되면 전해주겠다고 쓴 쪽지가 떠올랐다. 그는 불쑥 쪽지를 내밀며 말했다.
“완치가 되시면 전해드리려고 제가 쓴 쪽지입니다. 나중에 읽어보세요.”
승학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가 쪽지를 펴고 읽었다.
이 자리에 돌이 되어
이 자리에 돌이 되어
그대가 나를 밟고 가시기를
언제나 기다리겠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와도
산천초목에 꽃이 피고
새가 울어도
나는 그대만을 그리워하고 있겠습니다.
언제 오실지 알 수 없고
영원히 오시지 않을지라도
그대로 땅 속 깊이 박혀 있는
천년 함묵의 돌이 되어
꿈에 젖어 밤낮을 지새겠습니다.
한 마리 산새가 되어
숲과 창공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들판을 뛰어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행여
그대가 나를 찾아오시는 길을 지키고 있지 않으면
그대가 오시는 길에 눈에 띄지 않으면
엇갈려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대를 기다린 억겁의 세월을
그대와 떨어져 헤맸던 시공의 무상함을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 이대로 돌이 되어
그대 오시는 길을
목놓아 지키다
그대가 밟고 지나가는 순간
새로운 생명으로 화하여
깨어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에 안는 그 순간
영혼의 눈을 뜨고
영원한 빛을 얻고 싶습니다.
그녀는 쪽지를 읽고 나서 승학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대나무 숲에서 만나요. 일주일간 여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서 오세요. 다른 것은 묻지 마시고요. 제가 원하는 대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서 갔다.
승학은 멍하니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화산 폭발이 된 것처럼 뜨겁고 강렬한 열기가 솟구쳤다.
열정의 마그마가 이성의 계곡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승학은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진공상태가 되어 멍하니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승학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상애지도(相愛之道)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서로 사랑하는 도리가 무엇일까를 수없이 떠올려 보았다.
세상에는 온갖 사랑의 유형이 있었고 그에 따른 도덕과 윤리, 관습들이 있었다. 승학은 유림을 만나면 그것 중의 어느 한 유형을 선택하고 상애지도를 정해야 할 것이었다. 그 생각은 무척 복잡했다.
어떤 상애지도인가에 따라 사랑의 깊이와 높이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자기 기준의 상애지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의 토대가 튼튼하면 사랑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조차 모른다면 그 사랑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한 것이 아닌 것이다.'
오랜 생각 끝에 승학은 유림과의 상애지도가 절대적 필연과 영원인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유림에 대한 헌신과 봉사, 일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유림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할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승학은 결국 밤을 꼬박 새우고 대나무 숲으로 나갔다.
유림은 이미 나와서 근처를 거닐고 있었다. 승학은 유림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승학을 보고 말했다.
“앞으로 한 시간 내로 수선재 앞으로 나오세요. 제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일주일간 입고 갈아입을 옷을 간단히 챙기세요. 아름다운 곳으로 가는 거예요.”
“어디를 가시려는 건가요?”
“제가 몸이 아픈 동안 가지 못한 곳을 가려고 해요. 나머지는 상상하세요.”
유림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승학도 준비를 위해 다시 축청당으로 와서 간단히 옷가지를 챙기고 수선재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유림이 승용차를 운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승학은 그 차를 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차는 유유히 수선재를 떠나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행선지가 어디인지 묻지 않고 승학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유림 역시 앞만 보며 운전을 했다. 차 안은 두 사람의 숨결소리만 고요히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