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체질의학 소설> 전화위복

전화위복(轉禍爲福) : 재앙과 근심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60. 중병이 고쳐지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유림과 승학이 도착한 곳은 강원도의 원주 치악산 산림휴양림이었다. 그들은 그곳에 도착해서 산 중턱의 휴양림에 짐을 옮기고 산을 바라보았다. 산속의 풍광과 맑은 공기가 너무나 좋았다.

유림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 승학이 말했다.

“많이 아파봤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렇게 느낄 겁니다. 아프기 전의 세상과 건강을 회복한 다음의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저도 예전에 전혀 다른 세상을 느꼈습니다.”

“맞아요. 저는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제가 아팠던 것이 참 행운이라고 느꼈어요. 전화위복이 어떤 것인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아프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아프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너무 많아요. 아프기 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대부분 메트릭스 같은 것들이었어요. 부모님의 바램, 교육, 도덕, 종교, 신념 등 상당 부분이 그랬어요. 저는 없고 누군가에 의해 강요받았던 것들은 대부분 허상이 많았어요. 아팠던 덕분에 이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승학은 유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전에 보지 못했던 발랄하고 생기가 전신에 흘러넘쳤다. 승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유림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앞으로 그 누구의 억압과 통제도 받지 않고 사는 것이죠.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요. 한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것이 전부예요.”

유림은 그렇게 말하고 승학을 바라보았다. 승학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깊고 아득한 눈빛이었다. 승학은 그 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없이 깊고 깊은 또 다른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유림이 승학을 가슴에 안았을 때였다.

자신의 몸에서 대나무 숲의 댓잎 소리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숲 속에서 들었던 긴 바람 소리가 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댓잎이 쓸리는 울림이 몸에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밀하게 떨렸다. 그 순간, 승학의 얼굴이 첫눈처럼 다가왔다. 눈과 눈이 닿고 코와 코가 닿으며 입술과 입술이 포개어졌다.

승학은 대나무 숲의 무수한 댓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유림에게 다가왔다. 유림은 몸을 내맡겼다. 그렇게 부드럽고 아늑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잠자리 날개 같은 속옷이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조차 꿈결처럼 감미로웠다. 그들은 겨울나무처럼 모든 잎을 벗었다. 그러자 떨림이 몸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울렸다. 절실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긴 긴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와 같았다.

유림은 무수한 울음소리를 삼키거나 터뜨렸다. 통증과 쾌감이 섞인 울음소리는 차츰 더 아득하게 떨어졌다. 유림의 눈물 같은 탄성은 침대 가득히 머리카락처럼 흘렀다. 수양버들처럼 물기를 머금은 긴 머리카락이 장마철 큰 물에 떠내려가는 것 같았다.

유림의 몸이 아득하게 아래도 떨어지는 것을 승학이 두 팔로 어깨를 받쳐주었다.

승학은 자신의 영혼이 유림에게 쓸려 가버린 것 같았다.

강렬한 불꽃이 육체를 넘어 영혼으로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림과 승학은 동시에 진공의 상태에 빠져 들어갔다. 호흡과 현실이 멈추었고 하나가 된 몸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와 내가 사라진 우리만이 남아 있었다.

유림은 그 아득한 진공상태를 거쳐 불기둥 같은 고조감으로 타올랐다.

유림은 어깨 죽지에서 날개가 솟은 듯 승학을 태운 채 하늘을 날아올랐다. 승학은 유림이 파닥거리며 비상하는 순간을 잡아주었다. 멈추지 않고 함께 올랐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더욱더 가슴을 깊이 안았다.



유림의 날개 짓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몸은 맥박처럼 뛰었다. 마침내 유림은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사랑을 느끼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승학은 대나무 숲의 댓잎이 울리는 소리를 내내 들었다. 언어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였다.

심장의 파동이 통하는 느낌으로 그들은 하나가 된 것이었다.

그들은 한 동안 침묵의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림은 승학의 목을 바라보았고 승학은 유림의 머리카락을 보았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아도 이제는 통하는 것을 알았다.

한 참의 시간이 흐른 후 승학은 유림을 이불에 감싸고 번쩍 안아 올려 창가에 가서 섰다.

승학은 커튼을 약간 열고 말했다.

“창밖을 보세요. 지금까지 본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이지 않나요?”

유림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의 치악산 산자락엔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고 있었다. 창밖을 보던 유림이 고개를 돌려 승학을 보며 말했다.

“이제 내게 세상은 당신이에요. 새로운 세상은 창밖보다 내 안에 있는 당신으로부터 시작된 거였어요.”

유림의 눈은 이제 막 태어나 눈을 뜬 꽃사슴처럼 해맑고 깊었다. 승학은 그 눈을 보며 말했다.

“내게도 새로운 세상은 당신뿐입니다.”

유림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앞으로 샴 쌍둥이처럼 서로 몸을 붙이고 하나 되어 살아가요. 우리 트윈 프레임 아닐까요? 두 개의 다른 신체로 나뉘었지만 애초에 같은 영혼을 공유하는 두 사람인지 모르잖아요.”

승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말은 의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느꼈고 사랑했으며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치악산에서 2일을 머물고 강릉으로 갔다.

바닷가를 거닐고 회를 먹으며 바다를 하염없이 보기도 했다. 유림은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 보는 신기한 구경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럼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여기 바닷가 온 것이 처음인가요?”

“아빠가 부산 출신이어서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 바닷가는 가 보았어요. 하지만 한가롭게 바다를 볼 시간조차 없었어요. 항상 시간에 쫓겨야 했어요.”

승학은 그녀의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그들은 강릉에서 하루를 보내고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여행을 즐겼다. 승학 역시 하루하루가 꿈결 같았다.

그들은 해가 지면 바로 둘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유림은 승학과 함께 있는 순간은 아무런 근심 없이 자신의 내면 깊이까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베개를 흠뻑 적시고 온몸의 세포들이 춤을 추고 깨어나는 순간까지 늘 그랬다. 승학은 유림을 그 아뜩한 세계에 홀로 두고 떠나가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함께 했다. 유림이 더 깊고 아득한 세계에 닿을 때까지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유림은 세계의 그 어느 미지의 공간에 도달해도 항상 승학을 느낄 수 있었다.

유림은 언어로 하는 약속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승학의 육체적 신의를 통해 강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 유림은 무슨 말을 해도 승학과의 육체적 질감을 느꼈다. 그들은 정신과 육체를 일체화시켰다. 이제 그들은 곁에만 있어도 육체와 정신에 화학적 작용을 유발했다. 관능적 황홀은 그들이 공유하는 공기가 되었다.

“이렇게 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자꾸 보고 싶어요.”

유림은 승학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승학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정신적 샴쌍둥이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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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되는 날 전화를 하고 온 유림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승학이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녀가 승학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

“부모님이 우리가 여행 온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친구랑 여행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의심이 많은 엄마가 수선재에 전화를 걸어 선생님 행방을 물어봤나 봐요. 빨리 돌아오라고 야단이네요.”

“그래요. 그럼 돌아갈까요?”

“일주일 예정으로 왔으니까, 내일 돌아가요. 걱정 말아요. 저는 당신과 영원을 함께 할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요. 당신 없이 살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영원토록 사랑할 것입니다.”

“그럼 됐어요.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면 돼요.”

둘은 내면으로 이겨갈 용기가 있었다. 하지만 승학은 유림이 힘들까 마음이 써였다. 유림 역시 혹시 승학이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님들한테 상처받으면 어떡하나 를 염려했다. 하지만 둘은 의기투합했다. 그들 앞에 그 어떤 고통이 닥쳐오더라도 이겨낼 것이라고 굳은 결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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