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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14. 2024

23. 베트남의 숟가락 근육통 치료

베트남의 숟가락 근육통 치료법 까오죠(cạo gió)는 효과가 있다.

“목 주변에 벌겋게 긁은 자국이 뭐야?”

어느 날 간호사 투이의 목 밑 주변이 벌겋게 긁힌 자국이 심하게 나 있었다. 나는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그와 유사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짐작은 했지만 물어보았다.

“목감기가 있어 치료하고 있어요.”

“무엇으로 긁은 거야?”

“숟가락으로 긁었어요. 우리 고향에서는 자주 하는 민간요법이에요. 조금 아프긴 하지만 효과가 참 좋아요.”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베트남 화폐는 동전이 없다. 오로지 지폐만 있어 대단히 편리한 점이 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동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녁이면 동전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베트남은 지폐만 사용하므로 목이나 등, 근육 여기저기를 숟가락으로 긁는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베트남은 꼬집기를 좋아해서 간혹 꼬집기도 한다는 점이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메이드들이 동전으로 긁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그것이 효과가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었다.     


베트남의 숟가락 근육통 치료법 까오죠(cạo gió)

통증이 있는 부위나 열이 많이 나면 그 부위에 박하향처럼 화한 성분의 약용(멘톨) 오일을 바른 후 숟가락으로 피부를 문지른다. 베트남어로 까오(cạo)는 ‘깎다’는 뜻이며 조(gió)는 바람의 뜻이다. 바람(신경) 때문에 감기나 근육통이 생긴다고 하여 그 부위를 깎아 낸다.  피부를 계속 문질러 벌건 자국이 나는 것을 풍독으로 보며 그로 인해 효과가 나타난다고 믿는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괄사요법이라고 해서 긁기를 하지만 피가 정도로 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까오죠(cạo gió)의 부위별 효과 

1. 심하게 체했을 경우에나 목통증이나 목감기는 데콜테를 문지른다. 

2. 등이 아프거나 등뼈가 아플 때는 경추와 흉추 사이를 문지른다.

3. 소화가 안 되어 배가 아플 때는 명치나 중완 사이를 문지른다.

4. 팔, 다리, 허리, 무릎 등의 근육이 아플 때는 그 부위를 문지른다. 




데콜테(Décolleté)

프랑스어로 '목둘레를 파다'라는 뜻이다. 흔히 얼굴 아래의 목부터 쇄골로 이어지는 어깨 부위와 가슴 윗부분까지를 일컫는 용어다. 베트남의 까오죠(cạo gió)는 데콜테 주변을 주로 문지르는 경우가 많다.


까오죠(cạo gió) 자국은 다양한 표시와 칼라로 나타난다.

밝은 붉은색에서부터 시커먼 붉은색, 심하면 어두운 보라색까지 다양하다. 숟가락으로 긁는 사람도 있지만 목젖 같은 곳은 꼬집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칼라가 다양해진다. 

나는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메이드들이 심하게 긁은 자국을 볼 때는 폭력사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통증에 효험이 있다. 보기는 조금 흉하지만 통증을 사라지게 한다. 

나는 그다음 날 투이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목감기가 좋아졌어?”

“예, 다 나은 것 같아요.”

나는 투이의 민간요법이 약국의 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꿩 잡는 것이 매다.’  이 뜻은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베트남의 까오죠(cạo gió)도 효과가 좋다면 한 번쯤 해봄직하다. 목감기로 2달 내내 양약을 먹는 것보다는 까오죠(cạo gió)를 해보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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