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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13. 2024

21. 가물치와 개구리로 만든 반찬

몸에 좋은 음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섭취하는 것이 건강관리법이다.

“가물치 졸임은 비린내가 많이 나지 않나?”

후에 출신 간호사 투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가물치 졸임과 개구리볶음이었다. 그녀는 그것이 영양가 높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자주 도시락 반찬으로 요리해서 혼자 먹었다. 

너무 신기하지만 비린내가 염려되어 물어본 것이었다.

“비린내가 안 나요. 아주 맛있어요.”

그녀는 가물치를 작게 잘라서 졸여서 반찬으로 된 것을 보여주며 말했다.

“정말 비린내가 안 날까?”

실험정신이 강한 나는 그중 하나를 먹어보았다. 정말 냄새가 안 났다.

한국의 가물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가물치는 달랐다. 맛이 부드럽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냥 일반 생선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물치 전문 요리점이 베트남에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찌민시에는 가물치 전문요리점이 많다. 

까록(가물치)라고 해서 전문점이 많다. 나는 가물치를 약용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그 전문점에도 가봤다. 맛은 솔직히 별로였다. 먹을 수는 있지만 즐겨 먹고 싶지 않은 그런 맛이었다.     


개구리볶음도 가물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투이가 도시락 반찬으로 먹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만 그것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개구리는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어 조금 그랬다.

일반적인 포유류와 달리 개구리는 죽으면 인간의 사지와 흡사하다. 양팔은 만세를 부르고 다리는 팔자로 늘어진 것이 그런 형상이다.

그러나 투이는 개구리를 잘게 썰어서 반찬으로 볶아서 먹는다. 나는 개구리를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먹는 투이가 참 특이하게 느껴졌다.

쇼킹 아시아 ‘몬도가네식’이 따로 없다.      


'몬도가네식'은 혐오성 식품을 먹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의미한다.

1962년 전 세계의 엽기적 풍습을 소개한 이탈리아 다큐 영화 몬도카네(Mondo Cane)에서 따온 말이다. 

이 영화는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살상행위와 엽기적 음식문화 등을 소개해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었다    





나는 왜 이런 음식을 먹느냐고 투이한테 질문한 적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다른 반찬을 살 돈이 부족했어요. 아빠는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해서 낚시로 가물치를 잡고 강 근처의 개구리를 잡아왔어요.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그것을 많이 먹어서 아주 좋아해요.”

특이하면서도 약간은 슬픈 스토리였다. 

그녀는 덧붙여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개구리를 잡아서 용돈으로 썼어요. 많이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 면 학용품이나 약간의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돈을 벌었어요. 그러니까 제 눈에는 개구리가 돈으로 보여요.”  

그녀가 최고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매미고 주로 먹는 것은 가물치와 개구리였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먹거리였다.      


나는 그녀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요즘은 맛있는 먹거리도 많아. 그런데 왜 계속 가물치와 개구리를 먹는 거야? 무슨 이유라도 있어?”

“이유는 맛있고 좋아해서죠.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이 최고잖아요. 아마도 제가 나중에 부자가 되어도 여전히 이 음식을 해 먹을 것 같아요.”

“여기선 가물치나 개구리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잖아.”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그녀가 웃으며 다시 말했다.

“다른 생선에 비하면 가물치나 개구리가 최고로 저렴해요.  사람들이 단지 그것을 먹을 줄 모르는 거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가물치나 개구리는 약으로 쓸 만큼 에너지가 풍부하다. 

가물치는 임산부가 출산 후에 애용하는 것이고 개구리는 허약체질에게 좋다.


개구리는 산소탱크라는 별명으로 쉼 없이 뛰었던 2002년 월드컵 축구 스타 박지성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있다. 그는 어릴 때 허약체질이어서 그의 부친이 개구리를 많이 잡아서 먹였다는 것이었다. 

박지성 선수가 팔짝팔짝 잘 뛰었던 것도 개구리의 에너지가 축적되어서 였을까?       


나는 30대 이후에 가물치와 개구리를 정말 많이 먹었다.

요리로 한 것이 아니라 약재를 넣고 달여서 복용했다. 그 효과는 정말 좋았다. 에너지 강화를 위해서는 최고의 보양식 한약이라 할만했다. 

가물치와 개구리의 풍부한 미네랄과 단백질은 약성분과 결합되어 큰 효과를 발휘했다. 

단 차이가 있다면 나는 20~ 30년 이상 된 자연산 가물치를 사용하였고 개구리를 건조된 것을 사용했다. 

자연산 가물치나 개구리는 약용으로 사용하면 그 어떤 에너지보다 강력하며 체질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임산부 뿐 아니라 허약체질, 중병후의 회복 등에도 좋다. 

나는  몸이 좋지 않으면 한국에서 거래하던 어부에게 최상품을 구해서 약을 달여서 먹곤 한다. 

투이처럼 생물을 사서 직접 요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투이의 건강은 보통 베트남 아가씨보다 훨씬 좋았다. 어떤 식으로 먹든 가물치와 개구리가 좋은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잔병치레가 없었으며 아주 건강하고 부지런했다. 

어떤 음식이든 몸에 좋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 건강관리법이다.

그녀는 결혼 후 일을 그만두었지만 가물치나 개구리, 매미를 생각하면 그녀와의 대화들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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