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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13. 2024

19. 메뚜기와 매미의 차이

매미의 약효가 좋은 이유는 유충의 땅속 생활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면 집이 잠겨요. 외부로 거의 나가지 못해요.”

베트남 간호사 뚜이는 중부지방 휴에의 무서운 홍수에 대해 말했다.

당시 TV에는 물에 완전히 잠긴 중부지방 홍수 상태를 방송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저것보다 더 심해요. 우리 동네는 집집마다 조그만 보트가 있어요. 홍수가 심하면 보트를 타야만 근처에 이동을 할 수 있거든요.”

나도 TV를 유심히 보며 신기해서 물어보았다.

“저 정도 심하게 집이 잠겨도 무너지지 않는 거야?”

“그래요. 아주 심할 때는 지붕 위에 피신을 하기도 해요. 집의 모든 가구가 잠겨도 집은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지어요.”     

“저 상태가 되면 무엇을 어떻게 먹어?”

“전기가 없어서 쌀을 불려서 씹어 먹거나 간신히 밥을 만들어 먹어요. 반찬은 구할 수가 없어서 집으로 오는 뱀을 잡아서 먹어요.”

“뱀이 집으로 어떻게 오는 거야?”

“물에 잠기면 뱀들이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집으로 와요. 그러면 잡아서 요리를 해요. 뱀국도 만들고 찌개도 만들어요. 우리 엄마가 뱀국을 잘 끓여요. 저도 엄마한테 배워서 잘 만들긴 해요.”

“뱀으로 국을 만들고 찌개도 만든다고?? 그걸 어떻게 먹어?”

“아주 맛있어요. 언젠가 기회 있으면 먹어보세요. 뱀국 얼마나 맛있는데요.”

나는 상상만 해도 이상했다. 시골에서 뱀을 구워 먹기는 해도 뱀국을 끓여 먹는 예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매미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세요?”

갑자기 화재를 바꾸려는 듯 그녀는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매미를 먹는 사람도 있어?”

“우리 고향에는 매미를 잡아서 반찬으로 해 먹어요.”

나도 시골출신이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다시 물었다.

“메뚜기는 시골에서 많이 먹어봤지만 매미는 먹는 것이 아니잖아.”

그녀는 반색을 하며 말했다.

“메뚜기는 먹으면서 왜 매미는 안 되죠?”

다시 생각해 보니, 메뚜기와 매미가 그리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메뚜기는 정력에 좋다고 한 때 북한에서 수입해서 대량 유통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매미는 그 누구도 상상한 적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매미의 허물을 한약재로 선태라고 한다.  시골에서는 참매미를 애들이 열이 많이 날 때 민간약으로 사용했다.   



피부염의 성약으로 유명한 한약재 선태(蟬蛻)

매미의 유충이 우화 되고 남은 빈껍데기이다. 

선태는 약물실험에서 소염 및 해열 효과가 증명되었다. 성질이 차가워서 열을 내리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 

임상에서는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등을 치료한다. 

감기로 인한 발열, 해수, 두통, 인후염 등에도 쓰인다. 아울러 소아의 발열 감기, 파상풍 및 야제증(夜啼症) 등에 효과가 있다.  주성분으로 키틴은 키토산의 전구물질로 들은 중금속 등을 흡착하는 특성이 있다. 

또 키틴은 해독작용에도 가치가 높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약재인 선태(매미허물) 추출물에서 파킨슨병을 개선시키는 효과와 작용 원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선 선태(蟬退) 추출물이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한다는 사실과 그 작용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선태의 효용을 생각하면 메뚜기보다 매미가 더 영양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귀여운 매미를 먹는 것은 아무래도 좀 꺼림칙하긴 하다. 나는 잠시 시골풍경을 회상했다. 시골의 아이들에게 매미는 재밌는 놀잇감이었다. 매미가 울면 나무를 타고 살금살금 다가가 덥석 잡았다. 그 후엔 매미의 배를 살살 간질이며 소리를 내게 했다. 주로 참매미와 말매미를 잡아서 데리고 놀다가 재미가 없으면 다시 날려 보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뚜이가 다시 말했다.

“언젠가 우리 집에 놀러 오시면 제가 매미요리 만들어 드릴게요.”

나는 잠시 머뭇하다가 말했다.

“좋아, 나도 매미요리 먹고 싶어.”

“정말 맛있어요. 메뚜기 요리도 맛있긴 해요. 고소한 맛이 있죠. 그런데 매미는 먹을 때 식감이 끝내줘요. 와삭와삭하며 맛은 메뚜기보다 더 고소해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약성으로 보면 매미가 훨씬 더 가치가 높다.


매미의 약효가 좋은 이유는 유충의 땅속 생활이 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매미의 유충은 평균 5년, 미국의 매미 유충은 17년간 땅속에서 산다. 지상으로 올라와서 불과 2~3주일의 번식활동 후 죽는다. 그 오랜 세월의 유충생활을 통해 엄청난 미네랄을 축적하고 생명력을 지닐 것이다. 당연히 각종 약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문화적 관점으로 본다고 해도 메뚜기와 매미의 차이는 얼마나 나겠는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기회가 되면 뚜이가 요리해 주는 맛있는 매미를 한 번쯤 시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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