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어 쉽게 배우기 10. 베트남어 성조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라
베트남어 알파벳 E는 가장 쓰임새가 적다.
흔하게 연하를 호칭하는 E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음으로 사용된다. 독자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많은 베트남어 교육 교재는 마치 알파벳 E가 어렵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그렇지 않다. 아주 단순하고 쉽다. 성조를 붙이는 것은 그들의 표기방식일 뿐이다. 나는 성조를 신경 써지 않고 베트남어를 말하지만 그들은 알아듣는다. 왜 그럴까? 성조보다 억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어 통역사 시험을 칠 때 마지막에 인터뷰 코스가 있다.
나는 그 시험을 통역사가 되려고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 정부의 규정에 한의원을 하면 통역사 의무고용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런데 베트남어 통역사 라이선스를 따면 의무적인 통역사 고용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시험은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으며 주감독이 교수이고 보조감독관이 같이 총 4시간을 친다. 듣기와 읽기, 쓰기가 각 1시간이고 인터뷰까지 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인터뷰할 때, 그들은 주제를 작은 종이에 쓰고 무작위로 선택하게 한다.
한번 뽑으면 어떤 주제이든 설명을 해야 하고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단순한 대화가 아닌 전문적 질문인 셈이다. 나는 당시 베트남계 프랑스인과 베트남계 미국인과 함께 시험을 쳤다.
그들은 외국에서 성장했지만 베트남사람들이다.
베트남어가 모국어이고 완벽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국적이 외국이어서 통역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인터뷰를 할 때 교수와 감독관은 통과의례를 하듯 질문을 했다. 그들에겐 모국어니까 쉽게 답하고 화기애애했다. 그들은 단지 통역사 라이선스를 위한 시험을 치는 것일 뿐, 베트남어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달랐다.
한국인으로서의 발음을 했고 설명을 했다. 그들은 이해를 했고 질문을 했다. 베트남인이나 한국인이나 언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나는 성조나 발음을 신경써지 않고 그들과 소통을 했다. 베트남어를 쉽게 이해하고 말할 때, 진심을 담아 설명하면 통하게 마련인 것이다.
아가씨, 물 좀 주세요.
Em ơi, cho anh chút nước đi. Em엠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사용하는 호칭이다.)
예, 알겠습니다.
Vâng, Em biết rồi. Vâng벙(예,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지방에서 주로 사용한다.)
아가씨, 반찬도 좀 더 주세요.
Em ơi, cho anh thêm đồ ăn đi. ơi어이(한국어의 어이처럼 부를 때 사용한다.)
그래요. 갖다 드리겠습니다.
Được rồi. Em sẽ mang đến cho anh. anh안(자신보다 연상인 남성에게 사용하는 호칭이다.)
E로 시작하는 단어
애 <e>: e(哀) 걱정하다. 슬프다, 두렵다.
에 <ế>: ế(曖) 가리다, 잘 팔리지 않는, 눈가리개 ế chồng에 쫑(曖) 노처녀
에 <è>: è(碍) 목이 막힌 듯이 숨쉬기 어려운, 아주 힘겹게 견디다, 힘겹게
에 <ẹ>: ẹ(埃) 먼지의, 더러운
에 <ề>: ề(啀) 협박이나 독촉해서 부르는 소리.
사전에서 찾아보면 초성으로 나오는 알파벳 e는 이 정도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것은 '에 <ế>: ế(曖)'다. 시골에서 30세를 넘으면 '에 <ế>'자를 붙인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애가 타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외에 ‘ẻ 설사하다.’나 ‘é 겁을 먹다.‘는 것도 있지만 한자를 찾기가 어렵다. 베트남어 한자는 쯔놈을 찾으면 있다. 찾으면 분명히 있다. 쯔놈(字喃 / chữ Nôm)은 베트남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베트남의 고유한 표어문자로 3 천자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용한자 1800자로 찾게 되면 한계가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단어의 75%가 한자 기반이다. 성조나 복잡한 발음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베트남어를 한글로 호환해서 외우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