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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18. 2024

15. 바닷가 언덕 위의 하얀 펜션

열정의 온도 15. 그들은 빠르게 심신의 무장해제가 되어갔다.

섬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다. 

배에서 내린 차들은 하나 둘 길을 따라 사라졌다. 진성은 어디로 갈지 몰라 천천히 운전했다. 섬 특유의 바다냄새와 어촌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 앞으로 직전 했다가 우측으로 꺾어가세요.”

그녀는 길이 익숙한 듯 안내를 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바닷가 언덕 위의 하얀 펜션이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는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현대식 건물이었다.

“여기를 예약해 두신 건가요?”

“그래요.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자세히 살폈어요. 어떤가요?”

진성은 엄지손가락을 척 쳐들었다. 그녀는 안내실로 가서 키를 받아 왔다.

“일단 여기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가요.”    

 

펜션은 깨끗했고 바닷가 전망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함께 푸르른 색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가끔씩 푸른 창공으로 꽁지에 하얀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였다. 진성은 모처럼 나른하면서도 기분 좋은 일요일 오후를 느꼈다. 방이 2개였지만 진성은 침대로 가지 않고 창가에 서 있었다.

“이제 나가요. 가까운 바닷가로 가서 회 한사라 하실까요?”

“그래요.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다시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닷가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그늘져 있었고 아늑했다. 모래사장 위에 테이블이 있는 곳에 앉아서 회를 시켰다.

그녀는 조개탕을 좋아한다고 따로 시켰다.     

진성은 일요일 오후 갑자기 섬으로 오게 된 자신을 떠올렸다. 

아침까지 전혀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푸근해지며 몸이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있었으면 무엇을 하기에도 어중간한 오후였을 것이다. 


회가 나오자 그녀가 빠르게 말했다. 

“회가 빨리 나오네요.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셨잖아요. 많이 드세요.”

“그래요. 일단은 허기를 채워야죠. 많이 드세요.”

그녀가 진성이 회를 먹는 것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처음처럼 하셔야 하지 않나요?”

“소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요. 처음처럼 좋아하시죠?”


진성은 다시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소 뒷걸음에 쥐새끼가 밟힌 것 같지 않았다. 

정말 통찰력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처음처럼 소주만을 좋아한다는 것을 직관으로 느낀 것일까? 잠시 그 생각을 했다. 그녀가 그를 보고 깔깔 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통찰력이란 것이 있다니까요.”

그녀는 술을 병아리가 물을 마시듯 천천히 조금씩 마셨다. 진성은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마셨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마시는 술은 별미였다. 술이 술을 따르며 취기가 더해갔다. 그들은 빠르게 심신의 무장해제가 되어갔다. 바닷바람과 솔향기를 맡으며 금방 잡은 싱싱한 물고기와 조개, 꽃게를 먹는 시간들이 꿈결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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