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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26. 2024

23. 하룻밤 만리장성의 축조술

열정의 온도 23. 내 생애를 관통하는 최초의 완벽한 만리장성이야.

진성은 창밖이 희뿌옇게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밤새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정신은 맑았다. 그녀 또한 지친 기색 없이 진성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철인경기에 함께 뛰는 동료선수처럼 서로를 지켜보았다.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요. 오히려 힘이 나요. 제 몸에 우주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 들어요. “

"맞는 말이야. 우리는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거야.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우주에너지를 충전하며 완성한 거야. 내 생애를 관통하는 최초의 완벽한 만리장성이야. 내 인생은 바로 자기와의 삶이야. 자기가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어."

"저도 그래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명확한 확신이나 희망, 미래가 보여요."


진성은 그녀의 맑고 깊은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생에서 이렇게 선명하고 분명한 확신은 없었어. 하룻밤 만리장성의 축조술을 깨달았어. 너무나 완벽한 확신이야. 나는 자기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오래오래 기다린 거야."

"그건 저도 그래요. 저는 아직 많은 인생을 살지 않았지만 숙명을 계시처럼 느꼈어요."

그녀는 진성을 껴안으며 가슴 안 속으로 파고들었다. 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날이 밝으면 나는 서울로 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올 거야. 기다릴 수 있어?”

“그래요. 저는 괜찮아요. 직장 생활하면서 월차와 연차를 한꺼번에 이렇게 쓴 적은 없어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제 온몸을 다 열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진성은 그녀를 다시 힘껏 안으며 말했다.

“우리 기쁘고 행복한 상상만 하고 있어. 세상을 바라보며 열정의 온도를 느껴봐.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온도를 느꼈다면 그건 한 생애에 단 한번 오는 거야. 특별한 계시나 예감이 될 수도 있어.

“마땅히 비교할 경험이 없다면 그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진성은 웃으며 말했다.

“통찰력이 있잖아.”

“아, 맞다 통찰력!!”

그녀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한참 동안 그녀를 안고 있는 동안 그녀는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새록 거리며 자는 모습이 고양이 새끼 같이 귀여워 보였다.


진성은 가만히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짧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경아!!

수 천 개의 아침햇살이 몇억 광년의 거리에서 다가오고 있어.

나는 서울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빨리 돌아올 거야.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곳은 여기 신 벗은 자리뿐이야. 나는 영원히 자기 앞에만 신발을 벗을 거야. 내 나침반은 언제나 경아 씨를 가리킬 거야. 

조금도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려줘.

지구가 도는 속도를 따라서 길 잃지 않고 다시 돌아올게.     

추신: 빛의 속도로 수천광년을 통과해서 금방 다시 올 거야.     


그녀는 진성이 떠날 때까지 백설공주처럼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진성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둠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진성은 차를 몰고 나루터로 가는 길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축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말을 여러 차례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만리장성이 쌓아진 느낌은 처음이었다. 

살면서 원 나잇을 경험하거나 3년이나 7년까지 사귄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몇 번의 쉼표를 찍고 헤어져 있거나 다시 만났다고 해도 결국은 마침표를 찍고 뒤돌아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깊고 깊은 일체화의 감각이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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