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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28. 2024

26. 꼬마와 꽃잎의 찬란한 조우

열정의 온도 26. 꽃잎은 꼬마를 위해  꿀이 흐르는 샘이 될 거야.

진성은 넋을 잃은 듯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무겁고도 어두운 상실감이 엄습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진 것이었다. 진성은 간절히 그녀를 기다렸다. 그러나 마냥 있을 수가 없어 함께 갔던 곳을 가기로 했다.

차를 몰고 여기저기를 헤맸다. 마치 미아를 찾는 엄마처럼 눈이 쑥 들어갈 정도로 그녀의 존재를 찾았다. 그녀는 증발한 듯 아무 곳에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착장으로 향했다. 혹시 육지로 나갔다면 그곳을 통해서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선착장에서 두리번거리다가 근처의 가게에 가서 물어보았다.

“언제 마지막 배가 오나요?”

“조금 전 마지막 배가 왔어요. 이제 더 이상 없어요.”


진성은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도 없는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진성은 펜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펜션에 도착하고 나서 진성은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터벅터벅 걸었다.

사방에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진성은 다시 불 꺼진 방을 상상하며 문 앞에 섰다. 가슴이 탁 막혔다. 진성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텅 빈 방 안의 공기가 적막하게 흐르고 있었다. 진성은 창가에 서서 혼자 말을 했다. 

‘아. 어디로 간 거야?’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오신 건가요?”

그녀였다. 진성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3일의 시간이 영원처럼 흐르고 그녀가 잠시 보이지 않는 시간의 악몽을 새삼 느꼈다. 진성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오 나의 경아 씨, 나의 솔 메이트!!”

그녀가 달려와 진성의 품에 안겼다. 


그녀 역시 놀란 눈빛을 하고 말했다. 

“마지막 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고 차를 타고 흩어지더군요. 그런데 선생님 차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배가 하역을 마치고 선착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메이고 아팠어요. 울면서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앞으로 전화기를 충전하고 잘 받도록 해. 나는 전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앞으로 자기만은 예외로 할 거야. 오늘처럼 단절된 시간은 너무 고통스러웠어."

"저도 전화를 하거나 받는 것을 싫어해요. 섬에 와서는 전화를 하지 않으려고 충전도 않고 마지막 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앞으로 단 한 사람만 항상 기다리며 언제든 받을 게요. 

둘은 천년의 해후를 한 것처럼 다시 힘차게 부둥켜안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진성이 말했다.     

“내 꼬마를 소개하고 싶어. 내 안에서 늘 어리광을 부리는 이 녀석은 뜨겁고 단단하며 예민해. 가끔은 내 말을 듣기도 하지만 개구쟁이처럼 멋대로 행동해. 손오공의 여의주처럼 기분에 따라서 늘어나며 팽팽해지기도 하고 수축되기도 해.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부터는 뜨겁고도 온순해. 당신이 그리우면 눈물도 흘리고 당신이 없으면 죽어가곤 해. 이제 이 꼬마는 당신 거야 꼬마를 부탁해.”


그녀는 무릎을 꿇고 꼬마를 꺼내어 입안 깊숙이 넣었다 진한 키스를 한 후에 말했다.

“꼬마야, 앞으로 내 꽃잎이 너를 감싸 안아 줄 거야. 언제든 꽃잎 속으로 들어와서 쉬어도 돼. 원하면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어. 내 꽃잎은 너를 영원히 감싸 안으며 완벽한 결합을 할 거야. 나는 꼬마가 숲을 찾아 꽃잎을 보고 싶어 하면 언제든 보여주고 환영할 거야. 꽃잎은 언제나 꼬마를 위해 꿀이 흐르는 샘이 될 거야. 꽃잎은 항상 열정의 온도를 유지하며 오직 꼬마만을 위해 존재할 거야. “

꼬마와 꽃잎은 찬란한 조우를 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찾아 헤맸던 그들이 서로를 소개하며 만난 것이었다.  꼬마는 꽃잎을 향해 고사포처럼 고개를 쳐들었고 꽃잎은 활짝 열렸다. 그들은 더 넓은 우주의 한가운데에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듯한 절대적 시공속을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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