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온도 28. 꽃잎이 용처럼 여의주를 머금고 있다는 거죠.
한참 후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저는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껴요. 그런 식으로 저를 위로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야. 꽃잎 속 여의주를 확인해 봐. 다른 어떤 꽃잎도 그런 여의주는 없어. 나는 용이기 때문에 여의주를 보면 바로 알아. 위로하려고 말한 것이 아니야.”
그녀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으며 따지듯 물었다.
“정말 그런 거예요. 꽃잎이 용처럼 여의주를 머금고 있다는 거죠.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진성은 농담을 하거나 비과학적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진성은 그녀에게 설명을 했다.
중국의 ‘방중경’ 중에 32 품계로 여성의 꽃잎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1품이 최고로 좋은 것으로 여의주, 2품이 백미이며 나머지 품계가 있었다. 관상으로 인물됨을 품평하듯 꽃잎에 대한 연구였다.
그 품계의 요점은 남성이 상품의 여성을 만나면 행복하고 성공하며 깊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초한전에서 천하영웅 항우가 나온다. 그는 역발산기개세로 표현된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는다.’는 뜻이다.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한 힘과 기운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한신은 주막집 주모한테 의탁을 하며 동네건달의 놀림에 기어서 그들의 다리사이를 지났다는 인물이다. 그처럼 막강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왜 한신은 항우를 꺾었을까?
그 비결이 32 품계에 있었다.
상품의 여인을 통해 역발산기개세의 기운을 얻었다는 것이다. 비록 출신이 좋지 못해도 상품의 여인을 만나면 귀해진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중품을 만나면 평범한 삶을 산다고 되어 있었다. 문제는 하품이었다. 31품인 솥뚜껑이나 32품인 매몰을 만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최하품의 여인을 만나면 남성은 중병에 걸리거나 요절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조선시대에도 그런 사상이 있었다.
아들이 요절하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이렇게 외쳤다.
‘니년이 내 아들 잡아먹었구나. 내 아들 살려내.’
미신 같은 말이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품평은 당시의 과학으로 구분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있었다. 인체과학적으로 논리 정연하고 이치에 맞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진성은 한의학의 전립선과 자궁, 귀두와 자궁경부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그 책을 읽었다. 난해한 한문으로 기록되어 이는 원서를 힘겹게 암호 해독하듯 연구했었던 것이다.
그 내용은 여체의 음기상태와 남체의 양기와 관련된 음양불협을 설명했다.
과도하게 탁한 음기는 암사마귀나 거미처럼 수컷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맑고 순수한 음기는 평강공주가 온달을 장군으로 만들 듯 남성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설명을 듣고 나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만약 제가 중품이나 하품이면 어떻게 하시려고 했어요?”
“그럼 상품으로 만들면 돼. 착한 마음과 곱고 따뜻한 말씨로 변화시키며 체질을 강화하면 하품도 상품이 될 수 있는 거야. 책에 보면 하품은 포악한 마음과 거친 말씨를 가지고 있고 몸의 상태도 아주 좋지 않다고 되어 있어. 체질의학으로 보면 충분히 설명이 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야. ”
“그래요. 어느 정도 이해가 돼요. 품평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네요. 확실하게 변화가 가능한가요?”
“진정 원하면 어떤 변화든 가능하잖아. 한의학은 원리와 구조적 치료를 통해 난치병을 완치하거나 환골탈태도 가능하게 해. 그것은 지금 성형수술이 못난이를 예쁜이로 만드는 것과 같은 거지, 물론 타고난 명품꽃잎처럼 될 수는 없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상품으로는 만들 수 있어. 다만, 사람들이 이런 세계를 모르고 믿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이야.”
실제 그럴 수 있었다.
한 번은 진성의 후배가 아름답고 착한 여자 친구를 만났다고 자랑하고 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토로했다. 외관상으로 완벽하지만 침대 위에서 그녀는 나무토막이었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진성은 그녀에게 특효제를 처방했다. 그 후배는 믿지 않았지만 1달 후 놀랍게 달라진 맛과 느낌을 경험하고 결혼을 했다. 그 후 유사한 임상사례를 통해 과학적 진실을 확인했다. 진성은 그러한 계기로 32품의 세계를 의학적 관점으로 더욱더 연구했던 것이다.
그녀는 설명을 듣고도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못 믿겠다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확인할 수 있어.”
진성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의 꽃잎에는 동그란 모양의 여의주가 보였다. 진성은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세히 봐. 여기 작은 여의주가 있지? 보이지 않아?”
“아, 정말 그러네요. 그렇게 보여요. 한데, 선생님도 용이라면서 왜 여의주가 없어요?”
“용은 사찰이나 왕궁에 조각으로 있어. 주로 한 쌍의 용이 새겨져 있어. 동쪽의 용은 청룡이야. 좌청룡이라고 하며 암컷이고 여의주를 물고 있어. 반대편에 위치한 서쪽의 용은 황룡이야. 우황룡으로 수컷이며 여의주가 없어. 오래된 왕궁이나 고택의 용을 보면 여의주는 암컷용이 지니고 있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정말 그래요. 너무나 신기해요. 그런 내용이 중국의 고서에 기록되어 있다는 거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신기하다기보다는 고대의 과학이 그렇다는 거야.”
“이제 이해가 돼요. 한데, 제가 실제는 용띠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선생님한테 용띠냐고 했죠.”
진성은 자신을 용띠라고 물어봤던 기억을 하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기가 용띠라고 나까지 용띠로 슬쩍 떠본 거야? 통찰력 아니고, 순전히 사오정이야.”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맞았잖아요. 통찰력 맞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함몰유두에 대한 콤플렉스를 한 번에 날린 듯했다. 심지어 약간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여의주를 지닌 용이니까 조심해요. 한눈팔면 풍운조화를 일으킬 거예요.”
그녀의 묘한 표정과 장난기 가득한 말투에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