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약초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

약초의 세계 13. 병을 고치라면 약초와 마음의 대화를 해야하는 거야.

by 백승헌

그 할아버지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침술치료를 해본 적은 있지만 신통치가 않았어. 약초보다 효과가 느렸지. 그런데 오늘 침치료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경맥을 뚫어서 놀랐어. 젊은 분이 대단한 실력이야.”

“어르신,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여기 자네들이 온 첫날부터 알고 있었어. 잠시 왔다 가는 줄 알았지. 아예 토굴을 짓고 약초를 캐며 눌러 살 줄은 몰랐어.”

가만히 듣고 있던 찬홍이 말했다.

“어르신, 저희들은 여기 한동안 눌러 살 계획입니다. 혹시 폐가 되는지요?”

“허허, 그럴 리가 있나. 너무 좋은 일이지.”

“저는 사실 폐암선고를 받고 여기로 왔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큰 병에 걸려서 제 아내가 될 사람이 여기 오자고 해서 여기까지 동행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둘이서 물 한 그릇이라도 떠놓고 결혼식을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여기 나무들과 바위, 새들의 축복 속에 산속 혼례를 치르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르신.”

그는 유경을 뚫어지게 보다가 물었다.

“자네의 할아버지 함자는 어떻게 되나?”

“한자 대자 택자를 사용합니다.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요?”

“아. 그렇구나. 어쩐지 자네가 대택이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지.”

유경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101세쯤 될 터였다. 그런데 마치 아랫사람 이름을 부르듯 말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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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읽은 듯 그가 말했다.

“아. 대택이는 나의 제자야. 소화기질환 치료를 정말 잘했지. 폐암과 간암, 위암도 많이 고쳤을 것이야. 왕실의 궁중비법을 많이 알고 있어서 특이한 병도 잘 고쳤지. 당대 최고의 약처방을 했어. 안 그런가?”

“예, 맞습니다. 그랬습니다. 제가 어릴 때 들은 기억으로는 할아버지의 사부님은 약초의 신으로 불리셨다 해요. 늘 약초의 신이라는 분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어허, 맞아. 참 인연이 로고. 제자의 손녀를 여기서 만나다니, 예사 일이 아닌 게야.”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나서 다시 말했다.

“약초는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신령스러운 거야. 약초의 세계를 제대로만 알면 못 고칠 병은 없는 것이야. 병을 두려워하지 말고 약초를 찾게나.”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유경이 빠르게 질문을 했다.

“어떤 약초를 찾아야 이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약초의 세계로 들어가야 해. 주변을 둘러보면 흔한 약초도 병을 고칠 수 있어. 그러나 병을 고치려면 약초와 마음의 대화를 해야 하는 거야. 신령스러운 약초의 세계와 통정신을 이뤄야 해. 그래야만 그 약성을 통해서 병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것이야.”

유경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 사람을 고칠 수 있다면 그 어떤 관문도 다 뚫고 갈 거예요. 저의 할아버지 사부님이시니까, 조사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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