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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유전자 복원하는 특별한 약초

천하의 귀한 약초 28. 하늘이 천문을 열고 지리를 밝혀야 한다네.

by 백승헌

약산거사는 과연 약초의 신이라 불릴 만했다.

그는 모르는 약초가 없었고 신비한 약초의 효능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약초를 캐며 공부하는 것은 신선놀음과 진배없었다. 수많은 약초들과 약재들이 그의 손길이 닿으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는 약초와 약재를 구분해서 알려주었다.

마치 오래 전의 전설 같은 약초와 관련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왜 약초와 약재가 효과가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비했지만 최신 과학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 뜻은 심오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것이었다.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는 한 번은 찬홍과 유경을 깊은 절벽으로 데려갔다.

수없이 약초와 약재 채집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했다. 그가 수없이 절벽의 위와 아래를 오가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사조님, 무엇을 찾으시는 건지요?”

그는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계산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나절이 지나도록 그는 그 특별한 의식을 반복했다.

유경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질문을 했다.

“사조님, 무엇을 찾으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같이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천하의 귀한 약초를 아무나 찾을 수는 없는 법이야. 기다려 보게나. 하늘이 천문을 열어 지리를 밝혀야 한다네. 그 연후에야 인사가 눈을 뜨고 영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야.”

“그러시면 사조님은 천문지리를 살피고 인사를 풀어가며 영물을 맞이하고 계시는지요?”

“바로 맞췄네. 그 과정 없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네. 그래서 약초와 약재 연구에도 반드시 주역을 공부해야 한다네. 주역의 우주변화의 이치를 괘상으로 풀어내고 있다네. 주역을 하고 음양오행까지 밝아야 비로소 공부가 체계화 되는 것일세.”

"아. 그렇군요. 저도 주역과 음양오행을 공부하겠습니다."

찬홍은 그 대화를 통해서 동양철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천문지리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유경은 그 세계를 이미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나절이 흐르고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했다.


그즈음되어서야 약산거사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우러르며 말했다.

“하늘이시여!! 영물을 허락하시어 감사하옵나이다.”

그 순간은 마치 대제사장이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과 같았다. 숭고하며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며 엄숙했다.

그는 주문을 외우며 하늘을 향해 사배심고를 드렸다. 찬홍과 유경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신비하고도 숙연한 분위기가 그들을 감쌌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가 천천히 말했다.

사람의 망가진 유전자를 완전히 복원하는 핵심적 약재가 있다네. 만세천강근(萬歲天罡根)과 고산천수장생탕일세. 만세천강근은 여기처럼 해발 1,400미터가 넘는 높은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란다네. 나는 자네를 위해서 오늘 그 약초를 채집하러 온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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