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만난 친구들 27. 약초와 대화를 나누며 약차를 만들어 마셨다.
그 지독히도 춥고 긴 겨울이 끝났다.
깊은 산속에 흐드러지게 진달래꽃이 피어났다.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푸른 새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왔다. 새순의 가지마다 생명의 빛이 감돌았다. 연록의 향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 봄날의 따스함을 찬홍과 유경은 만끽했다.
“우리가 여기 온 지도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 정말 상상도 못 할 시간의 벽을 통과한 느낌이 들어.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을 느껴.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내가 건강하고 자기가 옆에 있어서인 것 같아.”
“맞아요. 이제 몸 상태가 거의 정상이 된 것 같아요. 다 나은 느낌이 들어요. 진맥을 해봐도 더 이상 염증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맥이 아주 좋아요. 이제 저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찬홍은 유경을 포옹하며 말했다.
“감사해. 이건 모두 자기가 내게 생명을 준 덕택이야. 나는 거의 죽어갔지만 자기가 살려낸 거야. 내 생명은 자기의 것이야. 평생 감사하며 살게.”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여기 와서 함께 살며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사회에서는 평생 살아도 느끼지 못할 소중한 것을 이 깊은 산속에서 발견했어요.”
"어떤 것을 느낀 거야?"
"이곳에서 수많은 생명체의 호흡을 느꼈어요. 돌멩이나 나뭇가지 하나도 모두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이젠 알아요. 또 수많은 생명체가 있지만 오직 자기만이 나의 전부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죠."
"그건 나도 그래. 오직 자기 만이 나의 우주이고 삶이며 전부야."
"맞아요. 사회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거죠. 정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어요."
찬홍이 유경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 것 같아?”
“사랑이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사랑과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둘이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랑의 세계죠. 매일 서로 몸을 결합하여 우주에너지를 느끼는 기쁨은 말로 표현되기 어려워요. 자연과 하나 된 몰아의 사랑, 자기와 나만의 우주를 느낀 거죠.”
“사회에서 느끼는 것과 완전히 다른 세계인 거야?”
“둘이서 같이 느꼈잖아요. 완전히 다른 세계죠.”
“어떻게 다를 수가 있지?”
“그 어떤 외부적 환경이나 개인적 조건을 떠난 완벽한 너와 나의 일체감이 다르잖아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개입할 여지가 없는 둘만의 공간을 느낀 거죠.”
“그건 나도 그렇게 느꼈어. 세상의 그 어떤 가치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 사랑, 모든 것을 걸고 하나가 되는 그런 완벽한 사랑을 깨달았어.”
유경은 찬홍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맞아요. 우린 그 깨달음 하나만으로 충분해요. 여기 산속이 천국의 뜨락이 되었어요. 매일 4시간씩 함께 사랑을 나누는 것이 너무나 황홀한 행복이죠. 진달래 3행시처럼 진실하고 달콤한 미래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실제 찬홍과 유경은 완벽한 사랑의 신대륙에서 살았다.
매일 함께 밥을 해 먹고 약초를 캐고 해독약차를 마시며 행복을 누렸다. 그곳에는 그들만의 천국이 있었다. 매일 약산거사와 함께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삶이 행복했다.
약산거사는 그들에게 약초의 성분을 하나하나 잘 알려주었다.
찬홍은 산속 생활에서 엄청나게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산속에서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친근한 약초들이었다. 약초와 대화를 나누며 약을 만들거나 약차를 마셨다. 유경과 함께 하는 일상은 언제나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유경은 찬홍의 눈 속을 깊이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와 함께 밥을 해 먹고 살아가는 이 일상이 너무 소중해요. 주변에 수많은 약초와 약재의 친구들과 함께 살아서 너무 행복해요. 이 친구들이 자기를 건강하게 해 주어서 언제나 감사를 느껴요.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죠. 자기는 언제나 나의 전부예요.”
“맞아. 나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이 많은 약초와 약재의 친구를 사귀며 앞으로 병들고 힘든 사람을 구하고 싶어. 그것이 나의 소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