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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Feb 20. 2023

15. 한국어 성조와 베트남어 발음

한국어에도 성조가 있다고? 

“정말 한국어에도 성조가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국어의 성조에 대해 말하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회의적으로 말한다.  

“현대 한국어 표준말은 성조언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세 한국어는 평성, 상성, 거성 등의 성조로 의미를 구별하는 성조언어였습니다. 평성은 베트남어와 마찬가지로 점을 찍지 않았죠. 하지만 거성과 상성은 글자의 왼편에 각각 1점과 2점을 찍어서 구별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증거가 있습니까?"

나는 성조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훈민정음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훈민정음에 찍혀 있는 점들이 성조입니다. 이들  성조들은 16세기말에 한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현대 한국어 중에서 성조의 원형을 가장 많이 지닌 언어는 경상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이 있습니다. 경상도 말은 소리의 높낮이로써 뜻을 구별한 성조언어가 분명합니다. 경상도 방언은 경남방언과 경북방언으로 나눠집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명확하게 성조가 표시되어 있다. 

성조(聲調, tone)는 한 언어에서 뜻을 구별하는 ‘발음의 높낮이“를 의미한다. 

성조를 갖고 있는 언어는 성조언어(tone language)라고 한다. 대표적인 성조 어는 중국어와 태국어, 베트남어 등이다. 중국어는 4개, 태국어는 5개, 베트남어는 6 성조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는 성조가 없을까?

현대 한국어는 성조 언어가 아니지만 그 흔적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상도방언에 있는 뚜렷한 성조


나는 경상도방언에 있는 뚜렷한 성조를 말하며 설명한다. 

"경상도 방언 중에서 경북 방언은 뚜렷한 6 성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경북 방언의 6 성조를 발음하여 보여준다. 

문장 하나하나를 직접 발음하면 정확한 성조가 나타난다.

“정말 그렇군요. 베트남 성조와 완전히 같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주장은 전례 없는 파격적인 발상이지만 사실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베트남어를 배운 지 1개월도 안되어서 대화를 하기는 힘들다. 베트남인들은 억양이 조금만 달라도 전혀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나는 베트남어를 8개월 공부한 후에 통역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시험은 듣기, 읽기, 쓰기, 인터뷰 30분으로 총 4시간 정도였다. 베트남 성조가 아닌 억양이 안되면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과목들이다.

인터뷰 시험을 칠 때, 교수는 베트남어로 '인생의 기술'에 대해 30분간 설명을 하라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인생의 기술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베트남어로 기술은 삶의 생존이며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화적 발전을 가져오게 한다.  등 등을 일목요연하게 베트남어로 말했다. 베트남 억양을 연구한 덕택에 하노이 출신 교수에게도 내가 한 말은 문제가 없었다.

성조에 대한 관심이나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억양을 훈련한 덕분에 합격을 한 것이다. 


성조언어와 음장언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늘날 한국인 중에 한글 창제 시기에 성조가 표시된 성조언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점에 관해서는 국문학자들 사이에도 약간의 이견이 있기도 하다. 성조언어에서 음장언어로의 변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훈민정음에서 사용했던 성조언어는 17세기부터 음장언어(音長言語)로 변화한다. 음장언어는 음절을 발음하는 상대적 길이, 곧 음장에 따라 단어의 뜻이 분화된다. 알타이어는 이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눈[眼] : 눈[雪], 말[馬] : 말[言], 밤[夜] : 밤[栗], 천(千) : 천(옷감), 시(時) : 시(市) 등과 같은 단음과 장음과의 대립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조언어와 음장언어의 명확한 구분이 안 되는 혼합적 형태도 있다.

나는 국문학자가 아니지만 한글은 성조언어와 음장언어가 혼합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를 통해 음장언어로서가 아닌 한글의 성조언어로서의 기능을 체감했다. 

그것은 학문으로서의 언어보다는 생존언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외국인 진료를 위해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양인과 중국인, 베트남인을 진료할 때 통역사를 쓴다는 것 자체는 의술의 문제가 많다. 

해외의 의료에 있어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구사능력은 곧 의술이다. 

서양인이나 중국인, 베트남인이 왔을 때 프리토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역사의 문제라는 것이 있다. 베트남에서 어떤 중국인 의사는 통역사를 두고 치료를 했다. 그런데 치료를 잘못하여 4명이 죽었다. 원인은 통역사가 고혈압과 당뇨, 주사 쇼크 등을 지닌 환자 들에 대한 통역을 제대로 못한 탓이었다. 그런 경우 베트남어는 의술의 영역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 직접 질문하여 듣고 상세한 상태를 파악하여야 치료의 데이터가 나온다. 그런데 통역사가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베트남 성조의 한국어 뜻과 발음의 유사점     

베트남어 성조의 한국식 표현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베트남어를 배울 때, 한국식 표현이나 발음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단순하게 스스로 성조의 개념을 정리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때 베트남 성조를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       


베트남 6 성조와 경상도 방언에 있는 동일한 성조

평성(Thanh Ngang)은 악센트 없이 발음. ma / 마귀, 귀신---한국어 엄마가 평음이다.

상승음(Thanh sắc)은 음을 상승하며 발음. má / 어머니, 뺨---경상도 말로 ‘뭐라 카노’의 ‘카’가 상승음이다.

하강음(Thanh Huyền)은 음을 하강하며 발음. mà / 그러나----경상도 말로 ‘그랬 심더’의 ‘더’가 하강음이다.

하강후상승음(Thanh Hỏi)은 하강 후 상승하며 발음 mả / 무덤----경상도 말로 ‘아니 예’ ‘아니’가 하강후상승음이다.

꺾어진 음(Thanh Ngã)은 두 번 꺾어서 발음 mã / 말---- 경상도 말로 ‘으응 “ 동의, 허락의 ’으응‘이 꺽어진음이다.

낙하음(Thanh Nặng) 짧고 떨어지듯 발음 mạ / 벼-----경상도 말로 ‘밥 먹은 능교’의 ‘교’가 낙하음이다.      


이상의 정리는 백승헌식 베트남어 정리이다. 

나는 한 때 코리안식 영어를 연구하여 가르친 적이 있다. 영어가 매우 쉬운 방식으로 누구나 그 원리만 알면 빠르게 습득이 된다. 그와 같은 원리로 코리안식 베트남어를 연구한 것이다. 이 방식은 정말 쉽다.

그래서 한 번은 한국인 대상으로 특강을 해서 쉬운 베트남어를 무료로 재능기부를 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산수유남자한테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      


천호식품의 이 광고는 너무나 유명하다. 실제 광고효과의 위력은 엄청났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심정이다.

“베트남어, 한국인한테 참 쉬운데, 정말 쉬운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실제 그랬다.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강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반대를 했다.

“한의사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줍니다. 백 박사님은 체질의학 전문가이신데, 베트남어까지 직접 특강 하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차라리 책을 쓰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나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그 역시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서 포기를 했다. 하지만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어 하면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언어나 의학이나 아카데믹한 원리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질병 치료에 있어 체질을 알아야만 몸의 구조를 이해하고 원인치료를 할 수 있다. 차를 고치려면 차종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베트남어도 같은 원리이다. 언어의 발음이나 억양, 구조를 알면 이해하기 몹시 쉽다. 나는 한 때 대학노트로 베트남어를 매일 12장씩 쓴 적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건 한자 차용어인 베트남 단어가 외울 필요 없이 한국어와 같기 때문이다.

나는 베트남어와 한국어의 한자 차용 동의어 사전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와 같은 베트남어들로 암기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베트남 알파벳에 대해서도 한글과 유사한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을 알면 베트남어는 마치 한글의 알파벳 버전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힘들게 단어를 외울 필요 없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한자음 차용으로 한국어와 유사한 발음과 동일한 뜻의 베트남 단어

가공 Gia công 지아 꽁/ 가구 Gia cụ 지아 꾸/ 가능 Khả năng 카낭/ 가능성 Tính khả năng 팅 까낭/ 가보 Gia bảo 지아 바오/ 가스 Ga 가/ 가수 Ca sĩ 까시/ 가시 Cái gai 까이 가이/ 가정 Gia đình 지아 딩/ 가족 Gia tộc /결혼 kết hôn 껫혼/ 경제 kinh tế 낑떼/ 기후 khí hậu. 키 허우/ 발전 phát triển. 팟 찌엔/ 행복 hạnh phúc 한푹/

처음엔 조금 어색하지만 적응하면 한국말과 거의 같다는 것을 느낀다. 따로 외울 이유가 없다. 베트남의 한자음 차용의 법칙을 익히면 한국어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베트남어는 참 쉽습니다. 베트남 성조에 대한 오해의 벽을 허물고 베트남어를 배우세요. 베트남어는 한국인에게는 최고로 쉬운 언어입니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이전 15화 14. 베트남어의 성조와 한글 유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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