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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베트남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심

베트남인들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다고요?

by 백승헌


“베트남사람들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다고요?”

허리가 아파서 침을 맞으러 온 C 회장이 놀라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는 23년 전에 빈손으로 베트남에 와서 빈증 공단에서 사업을 일으켜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입지전적 한국인이 가장 다양하게 많은 곳은 베트남이다. 가끔 아메리칸드림이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한국인의 성공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베트남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베트남 드림은 봉제와 신발, 포목,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나타난다.

2군 타오디엔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들의 베트남 드림은 대단히 많다. 그들은 대부분 빈손에서 출발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들이다. 베트남에서 부의 상징인 벤츠나 페라리를 타는 한국인이 많다.

C 회장의 경우엔 한국의 외환위기(IMF) 직후 단돈 100만 원을 들고 베트남에 왔다고 했다. 그 후 그는 다시 사업을 일으켜 현재는 종업원 3000명을 두고 봉재업을 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답변했다.

“회장님과 비교할 수 없이 저는 베트남 거주기간이 짧지만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베트남 문화와 사람들 연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한의원을 하려면 베트남 문화와 사람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베트남어도 기본이고 베트남 문화와 사람을 잘 알아야만 치료가 이뤄집니다.”

“치료와 베트남어나 문화, 베트남 사람들이 무슨 관계가 있지요?”

그는 생전 처음 듣는 얘기인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베트남인을 치료하는데 통역사를 두면 잘못된 통역으로 문제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베트남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의술의 영역입니다. 베트남 문화는 그 사람들의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을 알 수 있는 바탕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을 알아야 그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을 했다.

“그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베트남이 아시아 행복지수 1위라는 것은 친절한 배려 문화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왜 행복지수가 높을 까요? 그건 상대를 친절하게 배려해 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차 경적을 심하게 누르는 경우나 운전하며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화를 내거나 고함치는 일이 좀처럼 없지요. 잘 웃고 친절한 면이 있지요. 배려심은 어떤 것을 말씀하시죠?”

그는 긍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국은 교통사고가 나면 서로 고성을 높여서 정당성을 주장하지요. 상대를 탓하며 공격을 하는 거죠.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배려심입니다. 사고가 나도 서로 크게 화내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배려심이지요. 그것은 사소한 배려 문화의 일부입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 친절한 배려 문화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배려 문화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국인이 파산을 하고 베트남 로컬 지역에 가서 살았는데, 돈이 없어 쫄쫄 굶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이웃들이 도와주어 연명을 했다고 합니다. 배려 문화가 많은데도 제가 그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실제 그렇다. 베트남사람들은 친절과 배려심이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단지 베트남어를 전혀 모르는 분들은 그들과 대화를 하지 않아서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뿐이다.


음주가무 문화에도 신고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 폰과 연결한 노래방 마이크나 대형 마이크를 연결한 노래방 마이크의 소음은 장난이 아니다. 그들은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모여 노래를 부른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소음이 지나치지만 신고정신은 없다. 그들은 노래 부르는 이웃을 고발하지 않는다. 고성방가가 법적인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거의 집집마다 있는 노래방 기계에서 고성방가는 계속된다. 그뿐 아니다, 층간소음이나 위층 아래층의 쿵쾅거림 소리 등 소음공해가 심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이해한다. 어느 누구도 공안(경찰)에게 고발하지도 않고 불평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들도 소음공해가 싫겠지만 참고 이해하며 친절하게 배려한다.

나는 푸미흥에 살 때, 이웃의 노래방 기계 소음공해가 지나쳐서 베트남 이웃에게 물어보았다.

“저 사람들 주말마다 노래방 기계로 고성방가 하는데, 너무 듣기가 힘드네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날에 노래를 부르는 것인데, 참 좋은 일 아닌가요? 이웃이 노래 부르고 기쁘게 노는 것을 보면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기분 좋으면 노래 부르고 싶잖아요. 그렇게 이해하면 되지요.”

나는 그의 대답이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저렇게 시끄러운데도 잠이 잘 오나요?”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제가 스트레스 많이 받고 조용히 쉬고 싶을 때는 조금 싫긴 하지요. 하지만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돼요.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은 소음공해보다는 이웃의 기쁨에 귀 기울였다. 그들이 노래 부르는 기쁨을 이해하고 관대하게 배려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 배려는 문화 속에 자연히 배인 이해와 인내이다. 특별하게 상대에게 잘해주려는 노력보다는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문화인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복권 문화

베트남에는 복권을 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장애인들이 많다.

그들은 길거리 어디에나 쉽게 발견된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왜 그들은 그토록 복권을 팔까?

나중에 안 사실은 복권 판매가 예전 한국의 신문팔이와 유사한 것이었다. 가난한 집의 학생들이 신문팔이를 하듯 베트남에서는 노동력이 상실된 가난한 사람들은 복권을 들고 다니며 판매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복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적선을 하며 동시에 행운도 꿈꾸는 좋은 복권 문화인 셈이다. 한 장에 1만 동으로 한국 돈 500원짜리 복권을 사서 당첨되면 1억 동 한국 돈으로 500만 원가량의 돈을 받는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그 돈은 큰돈이다.

한국의 로또 금액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나름의 장점은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도 돕고 행운의 기대하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와주어야 복을 많이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들은 길거리의 노점상이나 껌 장수, 꽃장수에게도 아주 잘 대해준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그들은 복권이나 껌, 꽃을 사주지만 거스름돈은 꼭 받는다. 또 그들이 식당에 찾아올 경우는 음식의 일부라도 싸주는 배려를 보인다. 그들은 남을 도와주며 가진 것을 나누려고 한다.

2군 타오 디엔으로 이사 와서 여러 차례 공사를 하며 나는 그들의 배려를 몸으로 느꼈다. 알프스마 카페 공사를 할 때는 벽을 허물고 창을 달았다. 그때 공사하는 사람들을 자주 찾아오는 할머니 복권 장수가 있었다.

그들은 그 할머니가 오면 일제히 복권을 구입했다. 웃으며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음식을 먹었는지 묻기도 했다. 참으로 신기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복권을 다 구입하고 할머니한테 친절하게 해 주나요?”

젊은 현장 소장 로언은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가 힘들게 살고 있어요. 우리가 조금씩 도와주어야죠. 음식을 잘 드시는지도 물어봐야지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그렇게 하죠?

“당연한 거잖아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얼른 태세전환을 했다.

“맞아요. 아주 당연한 거죠. 잘했어요.”

한국인에게 어쩌면 낯 설은 것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조금이라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들에게는 친절한 배려 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것이었다.


베트남 노점상들의 바가지 문화와 흥정

호찌민 시내의 노점상들은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작은 트럭, 리어카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노점상을 한다. 시장의 노점상도 여기저기 많고 많다. 이동식 노점상과 일정한 곳에서 저녁이나 낮에만 하는 한시적 노점상, 작은 상점 앞의 노점상까지 종류도 많고 메뉴도 다양하다. 한마디로 노점상 천국이다. 그들은 물건이나 음식, 음료를 판매한다.

그들은 정부에서 허락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거나 이동식으로 단속을 피해 장사를 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이왕이면 시장보다 노점상을 이용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노점상은 코코넛을 판매하는 곳이다.

베트남은 목이 마르면 코코넛을 마시는 것이 최고로 건강에 좋다. 노점상 가격으로 보면 저렴한 것은 5 천동(250원)에서 1만 2 천동(600원) 정도이다. 가격을 알지만 코코넛을 구입하기 전에 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가격을 듣고 나서야 흥정을 한다. 한 번은 자세히 살펴보니 베트남 사람들에겐 8 천동(400원)을 받았다.

나는 동일한 코코넛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것은 얼마인가요?”

“1만 2 천동(600원)입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무려 50% 비싼 가격이 아닌가? 한국 사람입장에서는 쫌스럽게 그깟 400원 가지고 왜 그러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곳 거주민으로 살기 때문에 한국돈 400원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막대한 거주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베트남 둥 4000동은 한국돈 4천 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흥정을 하기로 했다.

“방금 전 보니까 8 천동 받는 것을 봤는데, 왜 1만 2 천동인가요?”

그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은 한국인이잖소, 당연히 가격이 다르지 않겠어요.”

그 말은 한국인은 돈이 많으니, 돈을 더 내라는 논리였다. 노점상의 기본적 마인드는 다 동일하다. 외국인에게 그들은 최소 30~ 50% 비싸게 흥정가를 던진다. 여행객이라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4000동(200원)을 관광세금으로 내면 된다. 하지만 나는 현지 거주민으로서 그런 부당함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흥정을 걸었다.

“그러면 2개 구입할 테니 8 천동에 해주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흥정이 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일부러 바가지를 씌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들의 바가지 문화는 공산주의식 부의 분배라는 의미가 있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적인 바가지가 없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에게도 공정한 가격을 제시한다. 그것이 올바른 상도덕이긴 하다. 하지만 베트남식 바가지는 잘 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좀 도와주면 어때? 하는 심리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바가지 문화라는 것이 분배 방식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대부분은 흥정을 해서 정상가로 구입을 한다.

만약 베트남 여행을 하실 경우, 바가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점상이나 정찰가격이 없는 가게는 한국인에게 30~ 50%까지 가격이 높게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착한 가격으로 흥정하면 바로 정상가로 내려간다. 구매자의 가격에 대해서 나름의 배려(?)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도 나름의 배려(?)라고 하는 이유는 정상가에 대한 기준 때문이다. 가끔 동일한 물건을 사서 베트남 직원에게 보여주고 가격을 알려주면 깜짝 놀란다.

“박시, 어떻게 가격이 그렇게 저렴해요? 원래 그것보다는 비싼데요.”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흐뭇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바가지를 벗기면 그들만의 배려(?)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신다면 베트남에서 오래 살아보시면 공감을 하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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