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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냐짱의 악어와 뱀 요리의 유혹

냐짱의 바닷바람과 푸른 바다, 악어요리와 뱀 요리의 추억

by 백승헌

"냐짱이라고 해야 하나요? 냐트랑이라고 해야 하나요?"

베트남 냐짱은 한국인에게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린다. 냐짱 혹은 냐트랑의 바다는 한국보다 바다색이 연초록과 옥색이 섞인 느낌이 묻어난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바닷가이다. 나는 냐짱 출신 베트남어 여선생에게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냐짱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냐트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편한 쪽으로 부르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냐짱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베트남어가 한 단어를 두 개로 나눠서 부르지 않고 짧게 축약하여 발음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그녀의 발음이 냐짱 특유의 억양으로 내게 많은 혼란을 주는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너는 고향이 어디야? 꾸에 흥 어 더우(quê hương bạn ở đâu?)

그녀는 이 발음을 못했다. 냐짱 특유의 발음적 한계가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는 항상 꾸에를 우에라고 발음했다. 내가 다시 물어봐도 우에였다. 그것은 혀가 짧은 스승이 바람풍을 다담풍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다.

또 그녀는 '이것은' 을 의미하는 '더이라(đây là)'를 '다이라'라고 발음하여 혼란을 주었다.

분명히 한국어로 된 책에는 '꾸에' 이고 '더이라' 인데도 그녀는 '우에'라고 했으며 '다이라'라고 했다. 그런 발음상 한계 때문에 나는 편한 대로 냐짱이라고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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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냐짱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은 순전히 냐짱 출신의 베트남어 선생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틈만 나면 냐짱을 찬양했다. 정말 너무 좋은 곳이라고 자꾸만 가보라고 했다.

그녀의 찬양과 권유를 받아들여 간 곳이 냐짱 여행이다. 처음 갈 때는 기대도 컸고 약간의 신비감도 느끼며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난 후는 기대치가 조금씩 희석되어 가는 느낌이 있었다.


아름다운 냐짱의 해변과 러시안들의 거리


베트남의 냐짱의 해변이 아름다웠다.

쉴 새 없이 바람은 머리카락을 못 살게 흔들었고 땀구멍이 조금씩 닫혀가며 추위마저 느껴졌다. 가로수들은 신나는 듯 몸을 흔들며 바람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원래 바람 많기로 유명한 영일만 출신이라서 그 바람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냐짱 바닷가 근처의 해산물은 신선하고 음식류도 아주 특이한 것이 많았다. 눈요기를 할만한 기념품점이나 노점 상들이 길거리 여기저기 있어 심심치가 않았다. 그중에 베트남의 다른 도시와 다른 풍경은 키가 크고 몸집이 비대한 러시안들이었다.

나는 러시안들을 보면 러시아 롤렛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유사한 레인주의 공산주의라서 아주 친한 관계다. 그런 탓에 친러 성향의 인사들이 많고 냐짱은 러시안들이 좋아하는 바다와 햇볕, 바람이 있어 최고의 휴양지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이 가는 곳곳에는 러시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중에 러시안 마피아도 있을 것이고 러시안롤렛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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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러시아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베트남 전쟁영화를 보면 미군 포로들을 대상으로 러시안 롤렛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미군의 월맹탈출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러시안 롤렛게임에 동원되는 미군이 탈출을 감행한 스토리다. 월맹군은 태연하게 미군을 끌고 와서 소련제 권총에 총알을 한 개만 넣고 돈을 걸고 러시안룰렛을 한다.

그러면 머리에 총을 겨눠 한낫 도박의 희생물이 된 미국은 두려움에 치를 떤다. 그것을 멀찍이 지켜보는 미군들도 두려움에 몸을 떤다. 그것은 몽골의 유목민들이 양을 잡아서 그들의 가죽을 벗기고 피를 마시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양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인간과 가축의 차이를 못 느끼게 하는 러시안룰렛 게임에 대한 나의 기억이 그렇게 뇌리에 박혀 있다. 그 기억들 때문에 냐짱의 러시안들과 마주치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첫날, 맛깔스럽게 보이지만 질겨서 씹다 뱉은 냐짱의 전복요리


냐트랑에서 첫날은 해산물을 먹었다.

체질적으로 몸에 잘 맞는 것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흡입했다. 음식은 곧 체질강화의 약이기 때문에 50리를 달려도 기어코 맛집을 찾아야 하는 것이 여행의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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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는 닭치는 대로 먹고

돼지고기는 돼는 대로 먹으며

소고기는 소기(속이) 좋을 때 먹고

오리고기는 오리를 걸어가서라도 먹는다."


한국의 육식에 대한 유명한 속담이다.

나는 그 육식에 대한 속담을 믿는다. 특히 소고기는 속이 좋을 때 먹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다. 비싼 한우나 스테이크를 속이 안 좋을 때 먹으면 오히려 나빠질 뿐 아니라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냐짱에서는 베트남어 선생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전통적인 냐트랑 맛집에서 전복을 시켰다. 하지만 기대의 절반쯤 정도였다. 부드러운 것을 시킨다고 했지만 질겨서 삼킬 수가 없었다.

그나마 오징어 튀김은 씹고 삼킬만해서 배를 채웠다.

베트남은 오징어의 나라이다. 시장 어디를 가도 오징어와 한치가 여유롭게 깔려 있다. 비교적 베트남 오징어는 신선하면 먹을만한 것이 많다. 다행히 냐짱 맛집의 오징어 튀김은 신선했다. 아삭아삭한 튀김맛이 기억에 남아 있다.



둘째 날, 스마트폰 엡에 14500보를 기록한 걷기


냐짱 시내의 폭과 길이는 비교적 짧다.

둘째 날은 온천과 해변을 거닐며 바람을 맞거나 등지며 걷고 또 걸었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기도 했고 덥지 않아서 걷기에 좋았다. 야시장도 가고 쇼핑몰을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다.

냐짱 쇼핑몰 길가에는 노점상들이 많았지만 그중에 쇼킹 아시아를 발견했다. 옷을 벗고 굳게 입을 다문 악어가 불 위에서 춤을 추듯 구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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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가 옷을 입고 누워서 불위에서 구르고 있었다. 머리 부분을 빼고 고가의 악어가죽은 인간의 옷이나 악어가방을 만들기 위해 다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

문득 악어고기는 무슨 체질에 맞을까?를 생각했다. 파충류의 왕, 갑옷 같은 비늘은 엄청난 미네랄로 둘러 쌓여 있을 것이다. 체질적으로 생각하면 신장이 약하거나 보통 수준인 소양인과 태음인체질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가족들의 체질을 고려해서 악어고깃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악어고기와 비단뱀 고기의 추억


여행을 할 때는 코스와 음식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음식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은 맞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상할 경우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해야 한다.

나는 여행할 때는 가능하면 체질식을 선택한다. 체질에 맞은 음식을 우선순위로 하면 건강에도 좋고 음식탈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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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던 '쇼킹 아시아' 뷔페식 악어식당의 음식맛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악어 비비큐는 별미라는 인식 때문인지 줄을 길게 늘여 세우고 있었다. 많은 러시안과 중국인들이 호기심으로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들이 대부분 앞줄에 서 있었다.

나는 한잠동안 줄을 서서 악어고기를 일부 받아서 씹어보았다. 노릿한 닭고기 냄새와 더불어 질긴 살점이 입안에서 머물러 있었다. 씹어서 삼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악어는 흡입을 포기하고 억지로 다른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악어 다음 타임으로 뱀 고기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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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큰 비단뱀이 옷을 홀라당 벗고 스프링처럼 몸을 감고 불위를 구르고 있었다.

노란 살점 위에 소스를 바르는 직원의 표정은 진지했다. 하지만 더 이상 미각이 동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악어와 뱀의 요리는 낚시였다.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했고 줄을 서서 배급을 받았지만 다들 맛있게 먹는 표정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접시 위에 있는 악어와 뱀요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접시 위에도 그것들은 오래 머물러 있었다. 다들 별 맛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다른 음식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체질과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도 못 먹은 이색 요리들 메뉴 중에 악어와 뱀 요리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쇼킹 아시아의 음식탐방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태로 엔딩을 했다.


냐짱에서 좋았던 여행의 기억들은?


긴 해변과 바람들, 특이한 바닷색들,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넓 다란 해변가의 하얀 파도의 포말들

그런 풍경들이 좋았던 것 같다. 해변가를 벗어나서 진흙 목욕탕이나 특이한 냐짱의 문화촌 탐방 등도 있었지만 뚜렷하게 좋았던 기억은 없다. 단지 지금도 생각하면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던 바람들이 떠오른다. 내 고향 영일만과 큰 차이가 없는 바닷바람의 여행지가 냐짱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긴 해변과 쇼핑몰들 사이의 수많은 노점상들과 악어가죽 숖과 해산물 시장이다.

만약 내가 바닷가 출신이 아닌 내륙에 고향을 둔 산골소년의 기억만 있었다면 대단히 아름답고 좋은 여행지로 기억할 것 같다.


산과 들, 바다가 삼분되어 있는 영일만 출신인 내게 냐짱은 흔한 바닷가 여행지로 기억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만약 좋았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후 두 번 다시 냐짱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나빠서가 아니라 특별하지 않은 여행지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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