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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람의 고원도시 달랏(Dalat)

달랏의 바람과 산, 호수, 꽃과 야채 농장, 커피농장

by 백승헌

“달랏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얼마 전 한국의 지인 K 씨가 호찌민에 여행 와서 달랏에 대해 물었다.

“달랏은 한국인뿐 아니라, 프랑스인, 미국인, 심지어 베트남인들도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입니다. 맨 처음 달랏은 베트남을 통치한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죠. 그다음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휴양지였어요. 그 후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여행지가 된 거죠. 신기한 것은 베트남인들도 그곳을 최고로 사랑한다고 하죠. 베트남인들의 신혼 여행지로 가장 유명한 곳이 달랏이죠.”

그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왜 베트남 사람들이 그곳을 좋아하죠?”

나는 그에게 그곳을 여행하고 느낀 소감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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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는 시원한 날씨와 맑은 하늘빛 때문입니다.

달랏의 연중 평균 기온이 18도(15도 ~ 24도) 전후인 고원지대입니다. 상춘의 도시(항상 봄이라는 의미)라고 불립니다. 그 정도로 날씨가 좋습니다.

둘째로 도시가 자그마하면서도 운치가 있어요. 계획된 휴양도시로 프랑스풍의 멋진 빌라들이 많아서 아름답지요.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참 편안한 느낌이 들더군요.

셋째로 공항에서 달랏 시내로 오는 길 양편에 소나무들의 풍광이 멋있어요. 달랏 시내로 접어들면 꽃과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지요. 시내를 걸어가면 꽃들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넷째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높은 산이 있어 좋지요. 지프차를 타고 산으로 올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평화스럽고 행복하지요.

다섯 번째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 신선하고 몸과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느낌이 있어요. 맑은 바람이 어디선가 끊임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먼지를 털어내는 것 같은 쾌적함이 있어요."


실제 그랬다. 달랏은 인간이 생활하기에 최적의 온도와 맑은 하늘,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베트남 지역보다 특이하게 다른 날씨와 바람, 산들바람이 불어와서 좋았다.

바람 불어 좋은 도시 달랏, 내 기억 속의 키워드는 푸르른 하늘, 아름다운 산, 맑은 호숫가, 산들바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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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도시 달랏의 네이밍과 그 독특한 의미

달랏(Dalat)은 라틴어: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에서 왔다.

그 의미는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의 뜻이다. 이는 마치 미국 담배 말보로(Marlboro)에 붙여진 네이밍과 비슷하다.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mce Over'

이 뜻은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이다.


영어 알파벳의 이니셜을 딴 것과 유사한 방식의 네이밍이다. 달랏의 이러한 낭만적인 네이밍이 가능한 것은 실제 그렇게 즐거움과 신선함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프랑스 식민지 정부는 달랏(Đà Lạt)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도시명으로 사용했다.


아름다운 랑비앙 산과 베트남 소수민족의 의상

랑비앙산은 달랏 시내에서 12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167m의 산으로 아름다운 산세와 지프로 이동하는 코스가 극적이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사방이 훤히 트인 빼어난 전망이 펼쳐진다. 말레이시아의 겐팅 하이랜드가 있는 산도 거의 2000m 높이지만 느낌이 랑비앙산과는 사뭇 다르다. 겐팅 하이랜드는 아시아 최대의 카지노가 있는 도박장 유흥지이다.

반면에 랑비앙산은 자연 그대로가 잘 보전되어 있었다. 가끔 산악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곳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지프를 타고 가는 중간 중간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았다.

저 높은 산을 걸어서 마침내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짜릿한 성취감이 뿌듯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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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비앙산의 정상은 평평했고 여러 관광시설들이 잘 되어 있었다. 베트남 소수 민족들이 판매하는 각종 장신구와 의상, 사진촬영 등의 아기자기한 관광코스가 있었다. 말타기 체험을 하거나 가벼운 음료수나 음식도 사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랑비앙 산의 압권은 해발 2,167m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었다. 베트남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낮은 산과 숲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랑비앙 산이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아마 다음에 또 달랏에 간다면 아침 일찍부터 랑비앙 정상까지 트레킹 도전을 해 볼 것이다.


달랏의 농산품과 커피 농장의 풍경

달랏은 2016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52위”에 기록되어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여행을 가보면 왜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가 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인지를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의 보석, 봄의 도시, 꽃의 도시, 동양의 파리’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달랏의 또 다른 모습은 수많은 비닐하우스와 수경재배의 농장, 커피 농장의 풍경들이다.

베트남의 호찌민 시장에 가면 대부분 좋은 농산품은 ‘달랏 산'이라고 광고한다. 그만큼 농산품 생산량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접 가서 확인한 달랏 농산물 농장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상상했던 넓은 농장이 아니었다.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수경재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경재배는 땅에 씨를 뿌리고 키우는 재배 방식이 아니다. 화분에 심은 야채나 꽃들을 스프링 쿨러로 키우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땅의 풍부한 미네랄과는 무관한 야채가 생산된다. 또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베트남의 재배방식으로 보면 결코 건강에 좋은 식자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달랏은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과 매우 가깝다. 큰 시장이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꽃과 야채류, 커피 등의 농산물이 생산 도시로도 유명하게 된 것이다. 실제 가서 농장을 살펴보고 느낀 소감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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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아라비카 커피와 달랏(Dalat)의 커피 농장

베트남 커피 역사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는 베트남에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로부스타종 커피나무를 심었다. 이 로부스타종은 베트남의 많은 지역에 해당하는 낮은 지대(해발 1,000m 이하)에서 생산 가능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는 맛이 쓰다. 카페인이 강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점이 있다.

그러한 점 때문에 맛을 중화(?)하는 설탕과 프림을 같이 타먹는 인스턴트커피에 많이 사용된다.

로부스타 커피는 베트남의 G7 인스턴트커피 브랜드로 유명하다. 건강에는 그리 유익하지 않은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베트남의 G7 인스턴트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한국 관광객에게도 마시지 말라고 조언을 해준다. 대신에 달랏의 아라비카 커피를 연하게 해서 마신다.

그 이유는 달랏은 해발 1,500 ~ 2,000m로 고지대여서 로부스타종 커피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지대에서 재배 가능한 아라비카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달랏의 기후는 커피 생산에 최적이고 토양도 적합하기 때문에 고급 아라비카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라비카 원두는 해발 1,000-2,000m 이상의 서늘한 고지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일반적인 로부스타 원두에 비해 단위당 수확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카페인 함량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등에서 생산. 아라비카의 단가가 로부스타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달랏은 2000년 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진 스페셜 커피 붐에 맞추어 재배 커피의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 고가인 아라비카 커피 재배를 하며 커피 농장 투어 프로그램도 잘 짜여 있다.

달랏에 가면 커피 농장 투어는 선택이 아니고 거의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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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평화스러운 커피 농장의 풍경

생전 처음 커피나무와 커피 열매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커피 농장 근처에 무수하게 핀 코스모스 밭과 수없이 많은 바람개비 장식들이다.

마치 이태리 영화 ‘해바라기’의 영화 한 장면과 오버랩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 영화에서 소피아 로렌(여주인공)은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바라본다.

나는 달랏의 해바라기 밭을 보며 그 영화를 떠올렸다. 또 근처에 있는 코스모스 꽃밭도 아주 좋았다. 신기하게도 베트남에는 코스모스도 많이 피어 있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꽃들이 묘하게 어울렸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고 코스모스는 우주다.

나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무성하게 핀 밭에서 태양과 우주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 이태리 영화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와 달랏의 ‘해바라기’의 싱크로율 덕분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고로 베트남 여행에서 냐짱의 멋진 바닷 풍경과 달랏의 고원지대 풍광은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두 도시를 여유롭게 다니며 고품격 여행을 할 수 있다. 바다와 고원이라는 상반된 분위기를 즐기며 완벽한 휴양과 사색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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