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느낌이 편안하고 좋은 섬, 푸꾸옥의 추억
“푸꾸옥 섬이 정말 좋은가요? 많은 사람들의 강추를 받았어요.”
베트남 여행을 꿈꾸는 한국의 지인 L 씨가 내게 카톡으로 물었다.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금 생각한 후에 답변을 보냈다.
“푸꾸옥 섬은 딱히 뭐가 좋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이 편하고 바다가 아름답습니다. 제가 가본 베트남 휴양지 중에서는 최고였습니다.”
실제 그랬다.
나는 푸꾸옥 여행을 생각할 때부터 빈펄은 가고 싶지 않았다.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 사파리인 빈펄 사파리가 있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의 여행스타일이 유명한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를 정해놓고 인증 샷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멋진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관심이 없다.
유명한 여행지에 가도 대표적인 명소는 잘 가지 않는다. 대신에 책을 한 권 꺼내서 편하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또 술을 마시고 조용히 자연경관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 준비를 하면 반드시 책과 노트, 볼펜, 소주는 필수적으로 챙긴다. 소주 없는 여행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 같다고 느낀다.
푸꾸옥 여행을 할 때는 특히 그 필수물이 중요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벌써 조용한 휴식을 꿈꿨기 때문이었다. 단 푸꾸옥 여행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섬의 해산물과 진주, 특산물이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반드시 약재상을 찾았다. 내가 모르는 특이한 약재를 만약 발견한다면 그것은 큰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엔 특별한 기대치도 없고 덤덤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푸꾸옥을 갔을 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아무것도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편안했고 좋았다.
별처럼 반짝이는 해변 사오비치를 가다.
베트남어로 사오는 영어로는 ‘스타’이다. 별처럼 반짝이는 고운 모래를 비유해서 ‘스타 비치’라고 한다. 사오 비치는 푸꾸옥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해변이다. 푸꾸옥은 어디를 가도 바다가 예쁘지만 사오비치는 특히 물빛이 맑고 백사장이 곱다. 또 그곳에는 제트 스키나 카약 등의 액티비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나는 그곳에 가서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다.
고향 영일만과는 다른 빛과 느낌의 바다였지만 그저 편안했다. 왜 그렇게 푸꾸옥이 편한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편안한 바다이고 섬인 것은 틀림없었다.
아기 자기한 관광상품으로 가득한 푸꾸옥 야시장
푸꾸옥 야시장을 돌며 아기자기한 관광 상품을 많이도 만지작거렸다.
딱히 해야 할 일도 없고 구경할 것도 없는 섬에서 야시장은 그나마 볼거리가 많았다. 수많은 인종들이 활기를 띠는 푸 야시장에는 쇼핑거리와 먹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액세서리는 진주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다. 의류나 해산물, 과일 등도 지천에 깔려 있었다.
유독 관심이 가는 것은 야시장 한쪽 코너에 있는 약재상회였다. 해구신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정력에 좋다는 해마도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가게에 들어가서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저것이 정말 바닷물개의 생식기가 맞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히 설명했다.
“저것이 그 유명하다는 바다 물개 해구신이 맞습니다. 남자들 정력에 아주 좋습니다.”
나는 그의 친절한 태도를 보고 잠시 진짜 일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저렇게도 많은 해구신을 구했을까? 저것 하나면 물개의 생명 하나가 날아가야 하지 않은가?
다시 자세히 살펴본 결과 물개의 해구신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다른 한약재는 한국이나 중국 약재와 대동소이했다. 신기하게 약재 이름도 중국 한자를 차용해서 읽어보면 대번에 무슨 약재인지 구별이 되었다.
야시장은 구석구석 돌아보고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식당에는 가지 않았다.
일몰 명소로 유명한 딘 꺼우 사원
푸꾸억 시내에서 가까운 딘 커우 사원을 찾았다.
바다의 여신 티엔허우를 모시는 곳으로 현지 어부들에게는 성역이다. 푸꾸옥 주민의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그 장소는 매우 중요한 듯했다.
현지 어부들은 딘 커우 사원을 찾아 바다의 평온과 고기잡이가 잘되기를 기원한다. 만선의 꿈이 피어나는 곳이고 바다의 여신에게 소원을 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29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툭 트인 바다가 보인다. 제단과 등대가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해가 지는 일몰의 풍경은 일품이라고 했지만 그 시간까지는 있을 수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푸꾸옥의 이름 모를 카페에 앉아서 바라본 바다 풍경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바닷가 카페에서 보낸 저녁 시간이 가끔 떠오른다.
바다로 향해 있는 방향으로 하얀 모래가 깔려 있고 그곳에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특이하게 드러누워도 되고 잠시 잠을 청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손님들은 별로 많지 않고 호젓했다.
나는 그곳에서 푸꾸옥 바다의 야경을 편안하게 지켜보았다. 별로 뚜렷하게 좋은 곳은 없었지만 푸꾸옥은 그렇게 마음이 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하면 나는 답을 잘하지 못한다.
“푸꾸억에 가면 좋은 곳이 많이 있나요?”
“글쎄요. 좋은 곳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뚜렷하게 기억나는 곳은 없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요. 마음이 편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암튼 그런 느낌이 있더군요.”
아마도 이런 답변은 애매모호한 것 같지만 사실상 그랬다. 딱히 꼬집어서 좋다고 할만한 곳도 없지만 나쁘다고 할 곳도 없었다. 내 기억 속의 푸꾸옥은 그렇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