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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이네의 모래사막과 일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사막과 무이네의 사막

by 백승헌

“베트남에도 사막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곳이 어딘가요?”

가끔씩 호찌민에 여행온 분들이 내게 하는 질문이다.

“아 그곳은 무이네라고 하는 곳입니다. 호찌민에서 가까운 거리라서 한번 다녀오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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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알려주면서도 강력 추천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막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졌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20대 초반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사막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다. 아마 그때쯤부터 사막에 대한 로망이 시작된 것 같다.


‘어린 왕자’의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는 사막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43년에 ‘어린 왕자’를 썼다. 사막에 대한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추락한 한 남자가 낑낑대며 비행기를 고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린아이가 나타났다. 사막 한가운데에 나타난 소년은 소혹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였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행성에 있던 장미꽃 이야기, 자신이 여행한 행성의 이야기들을 남자에게 들려주었다. 남자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장 난 비행기와 얼마 남지 않은 물을 걱정했다. 그때 어린 왕자가 이렇게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남자는 밤새 사막 이곳저곳을 걷다가 마침내 우물을 발견했다.

사막에 대한 로망은 오아시스에 대한 희망과 함께 오랫동안 간직되어 있었던 것 같다. 모래사막이 있는 무이네로의 여행은 ‘어린 왕자’의 기억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여행 가기 전에 사막투어는 일출을 감상하며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고운 모래사막과 아름다운 호수, 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까지 즐길 수 있는 명소라고 했다. 호찌민에서 무이네까지 기사가 딸린 렌트 카를 빌려서 새벽 일찍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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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화이트 샌드 사막

미명의 새벽에 화이트 샌드 사막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자다가 덜 깬 눈을 비비며 가까운 지프투어 하는 곳까지 걸어가서 티켓을 구하고 차에 올랐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사막이 엄청 넓고 큰가 보구나.‘

그런데 지프차는 넓고 넓은 사막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큰 모래 언덕 위로 아슬아슬하게 오르고 있었다. 일반 승용차로는 오르지 못할 경사진 언덕이었다.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래 언덕이었다.

‘어린 왕자’에서 비행사가 추락한 그런 사하라 사막같이 넓게 펼쳐진 사막이 아니었다. 목적지에 내렸을 때는 사막이라기 보단 모래 언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 어둠에 희미하게 가려진 호수가 보이고 인가가 보였다. 어느 벌판에 있는 제법 큰 모래 언덕이었다. 정확히 내가 상상했던 사막은 아니었다. 어린 왕자가 말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오아시스는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을 360도 회전하며 사방을 보면 끝이 보일 정도로 좁았기 때문이었다. 사막이 있거나 비행기가 불시착할 만한 공간은 없었다.

일출을 기다리며 모래 위에 앉아서 했던 생각은 ‘작은 모래사막’이라는 느낌 정도였다. 낙타가 줄을 지어 다니거나 광량 한 사막이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멀리 민가나 모래가 없는 벌판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였다.

말로만 듣던 사막이라는 상상과 실제의 모래언덕의 현격한 차이를 느낀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안개에 가려진 일출을 보며 제법 운치가 있다고 느꼈다.

내가 상상했던 모래사막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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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샘물이 있는 긴 협곡을 걸어가며

모래사막 투어는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요정의 샘물에 대해선 또다시 기대치가 높아졌다.

정말 요정이 있는 것처럼 아름다울까?

한데 차로 그곳에 도착해서 느낀 소감은 기대치와 또 사뭇 달랐다. 주차장 근처에서 티켓을 끊고 신발을 벗고 냇가를 걸어가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맨발로 시냇가로 걸어가는 길가에는 작은 카페와 과일가게, 선물코너 등이 즐비했다.

그곳을 한참 걸어가서야 붉은 황토가 보이는 작은 협곡이 나타났다. 눈으로 보기엔 그렇지만 사진을 찍으면 칼라와 배경이 아름답게 나타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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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요정이 살고 있는 듯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해서 ‘요정의 샘물’이라 한다지만 사실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더운 날씨에 바지를 걷고 맨발로 시냇가를 걸어가는 산책 코스정도였다.

가는 도중에 비단뱀 쇼를 하거나 각종 공예품을 보는 것 정도에 만족했다. 단지 잔잔한 시냇물이 흐르는 황토 칼라가 이색적이긴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까지 요정이 나타남직한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요정이 살기에 좋은 아름다운 꽃밭이나 향기로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린 풍경은 없었다. 맨발로 물 위를 걷는 산책 코스로는 아주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씽(맨발로 걷는 건강법) 중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 ‘워트 어씽’으로는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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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하와이로 불리는 판티엣 해변

무이네 리조트는 대부분 판티엣 해변 가까이 밀집해 있다.

최고급 리조트는 전용 해변이 있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도 있다. 베트남 해변가 리조트는 대개 그런 스타일이 많아서 전용 해변이 있는지의 여부가 클래스를 결정한다.

아무래도 전용해변이 있으면 한적하고 호텔 경비들이 많아서 안전하다. 그래서 푸꾸옥이나 판티엣 등의 해변가 여행을 할 때는 리조트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리조트가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할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가족은 냐짱과 다낭, 푸꾸옥을 여행해서 리조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좋은 위치와 시설을 선택했다. 전용해변도 있고 수영장이나 부대 시절도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그러나 판티엣 해변 산책은 무이네 여행에서 필수 코스라서 걸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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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다양한 해양스포츠도 할 수 있고 해수욕을 하기에도 좋다. 수심이 깊지 않으며 해변이 길고 물도 맑고 수온이 그리 차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해양스포츠나 해수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파라솔 아래에서 주스를 마시며 쉬었다.

그리고 저녁엔 해산물 파티를 하는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저렴하고 싱싱한 해산물들이 근처의 식당가에는 즐비했다. 랍스터, 게, 새우, 생선 구이 등을 푸짐하게 시켜 놓고 즐겁게 포식했다.

파도소리를 음악으로 듣고 산소가 풍부하게 묻어오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먹방을 하면 만족감이 늘어지게 느껴진다.

그렇게 해산물을 푸짐하게 즐겨서일까? 무이네의 하얀 모래나 요정의 샘 등보다 바닷가 먹방의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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