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상주역 공부 7. 사주와 관상, 한의학을 일목요연하게 꿰뚫기 시작했다.
“주역을 반드시 배우도록 하시게. 역학의 뿌리일세.”
스승이 된 사주대가 도사는 승원에게 주역을 공부하도록 권유했다. 그는 주역대가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일본의 괘상주역을 연구한 정학주선생이었다.
승원은 그를 만나서 괘상주역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가 승원을 보며 작괘를 하고 말했다.
“산수몽괘가 나왔네. 자네는 이 공부를 꼭 해야겠어. 주역은 아주 좋은 학문이야. 한데 문제는 내게서 주역을 배우려면 수업료가 부담이 될 것일세.”
그의 지식은 달콤했으나 배우는 비용은 쓰디쎴다. 당시 거금에 해당하는 무려 500만 원이었다. 엄청난 부담과 배움의 열망이 교차했다.
하지만 대학등록금이 40만 원으로 4년 치인 320만 원이던 시절이었다.
대학 4년 등록금보다 비용이 비싼 것은 충격이었다.
승원은 잠시 생각을 하고 말했다.
“앞으로 일주일 후에 배우러 오겠습니다. 준비해서 다시 뵙겠습니다.”
말이 그렇게 튀어나왔다. 배움의 열망이 현실의 벽을 부수고 앞질러 나간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일단은 저질러 놓고 나와서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았다. 앞이 캄캄했다. 일주일 만에 구하기엔 벅찬 금액이었다. 승원은 고민을 하다가 대성을 만나서 의논을 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주역 한번 배우는데, 4년 치 대학 등록금보다 많이 드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도사님이 소개하셨으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야. 일단 그 세계를 선택했으면 무조건 밀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가치가 있으면 투자해야지. 그 돈은 내가 투자할 테니까, 일단 공부를 해. 단 조건이 하나 있어. 나와 함께 보험영업을 하는 거야. 보험영업으로 돈을 벌면 되잖아.”
“보험영업이라고? 내 성격에 할 수 있을까?”
승원은 선뜻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간이 하는 일인데, 내가 못할 것이 뭐겠어. 젖 먹은 힘까지 짜내서 힘껏 해볼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형제 그 누구도 승원을 도와준 적이 없었다. 등록금을 비롯해서 생활비까지 직접 벌어야 했다. 승원은 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고마워. 보험영업을 가르쳐 줘.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승원은 대성을 따라서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성격과 적성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승학은 괘상주역을 배우며 사주와 관상을 함께 공부했다.
공부는 심오했고 그만큼 난해했다. 보험영업을 하며 대학공부를 병행하기에 벅찼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도 강의시간을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승원은 대학을 휴학하고 주역과 사주, 관상, 한의학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몰입했다.
그 공부의 분야는 달랐지만 뿌리에서 줄기, 가지까지가 연결된 관계였다. 의역동원의 원리로 모두를 연결할 수 있었다. 승원은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공부보다 더 빡 세게 공부해야 했다.
다만 그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깊이 빠져들었다. 괘상주역을 공부하며 사주와 관상, 한의학을 일목요연하게 꿰뚫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게임처럼 흥미로우며 쉬웠다. 승원은 한동석 선생의 ‘우주변화의 원리’와 아산 김병오 선생의 주역, 김일부 선생의 ‘정역’까지도 두로 탐독했다.
그 시절 승원은 몸이 열 개라도 되는 듯 여러 가지 일을 해냈다. 낮에는 보험영업을 배우며 실전으로 뛰었다. 밤에는 여러 가지 알바를 했다.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넓어지며 더욱더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