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과의 괘상 29. 지나침을 말하며 과부하를 강력하게 상징한다.
부는 많을수록 무거워질까? 혹은 가벼워질까?
대과(大過)의 괘는 말 그대로 “지나침”을 말한다. 주역 64괘 중에서도 가장 ‘과부하’를 강력하게 상징하는 괘다. 중간이 양으로 가득 차고 양쪽 끝이 음으로 지탱하는 형상이다. 이는 중심이 약한 상태에서 양쪽 날개만 커진 구조다. 부의 지도로 보면 자산이 급속도로 불어나 관리·나 통제, 운용이 따라오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나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은 이 괘를 ‘부의 그림자’로 경험하게 된다. 많은 돈은 무조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돈을 유지하기 위한 ‘체력’이 없으면 무너진다. 대과의 괘는 과부하가 걸리면 무사하지 못하다는 상징을 지니고 있다.
세금 부담은 벌 때보다 낼 때 가중이 되며 고통스럽다
부자가 되는 길목에서 처음 마주하는 장벽은 ‘세금’이다. 많은 자산가들이 자신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훨씬 큰 금액을 세금으로 잃는 순간을 겪는다. 대과괘는 하괘가 ‘진(震)’이고 상괘가 ‘태(兌)’이다. 진은 움직이고 태는 기뻐하지만 그 사이 중심이 비어 있는 모양이다. 즉, 움직임과 기쁨이 있어도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다 보면 세금과 부채, 복잡한 자산 포트폴리오가 무너질 수 있다. 관리되지 않은 채 쌓이고 와르르 모래성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자는 세금을 계획한다. 부자가 못 되는 이는 세금을 맞는다.” 이는 그 부담을 의미한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법인 설립과 부동산 법제,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 복잡한 세무 구조에 진입하게 된다. 대과괘는 이 과정을 무시하거나 피하려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자산관리는 그 자체가 피로한 것이며 관리되지 않는 부는 파산으로 연결된다.
K 씨(71세)는 호찌민에 아파트 2채와 하노이에 2채를 투자했다. 시세 기준은 20억 원가량이었고 훗날 자녀에게 증여해 주려는 목적과 투자가 맞물려 있었다. 처음에는 베트남이지만 부동산 상승이 되자 큰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월세 관리는 번거롭고 공산주의식의 각종 세금 처리 등의 압박감이 커져갔다. 더군다나 팬더믹 이후에 아파트 가격이 일부 떨어지자 심각성이 더욱더 커졌다. 그즈음해서 신경성 소화불량이 심해져서 내원했다. 그는 위장병보다 자산관리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때 괘상주역을 뽑은 것이 대과괘였다. 나는 이 괘상을 대단히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그만큼 대과괘는 고통을 줄 수 있는 의미가 있다.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일부는 정리하고 일부는 장기적으로 관망하셔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내 건지도 모르겠고 계속 지출만 쌓이는데 마음이 무거워요. 하지만 괘상이 그렇다면 일부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대과(大過) 괘는 ‘기쁨과 움직임이 크지만 중심이 없을 때 그것이 무너진다’는 경고를 준다. K 씨처럼 투자가 많이 된 상태에서 뒷감당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심리적 압박과 법률적 체계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던져야 한다. ‘자산 피로증후군’을 겪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못하게 되고 고통만 따르기 때문이다. K 씨는 욕심을 버리고 일부 자산 정리를 하고 유망한 부동산은 소유했다. 그러자 그다음 해에 부동산 폭락이 더 심해졌을 때 그는 혼자서 웃었다. ‘돈’이 아니라 ‘무게’가 된 자산은 그렇게 처리해야 한다. 대과의 괘상은 그 무게를 견딜 근육이 있는지를 묻는다.
재정 조율은 부의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부자가 되는 기술보다 부자로 오래 머무는 기술이 훨씬 어렵다. 나는 순식간에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 부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대과괘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지나침'을 말하는 동시에 그 과함을 ‘조절’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재정 조율이란 수익과 투자, 소비, 세금, 유동성 사이의 균형점이다. 큰 배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쉽게 파도에 좌초되지 않는다. 자산이 커질수록 유연성과 전략적인 감속이 필요하다. 많은 자산가들이 결국에는 ‘일부 처분’, ‘상속 설계’, ‘법인 분할’, ‘리밸런싱’ 같은 조율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과괘는 얼마를 가졌는가 보다는 가진 만큼 조절할 수 있는가?를 중시하는 것이다.
과함은 결국 불균형을 초래하며 큰 위기상황을 나타낸다.
대과괘는 무작정 자산을 키우는 것의 위험을 경고한다. 돈은 많을수록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균형감각을 잃게 한다. 나는 2006년부터 2008년간 친구가 100억의 현금을 쓰는 것을 보았다. 하루 밤에 3000만 원을 쓰는 것도 옆에서 보았다. 당시 수천억을 소유했기 때문에 그 돈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돈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다. 돈을 쓴다는 건 '기술'과 '조율'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친구는 돈을 엄청나게 썼지만 세계적인 금융파동과 세금을 이겨내지 못했다. 위기는 때와 장소가 없어서 늘 대비해야 하고 세금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을 그 당시는 몰랐던 것이다. 부는 ‘갖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것을 그 당시 배웠다. 부의 무게는 내면과 구조와 버티는 근육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지금이 어려운 시기라면 대과괘의 시기라고 인식하고 과함을 조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대과괘는 누구에게 어느 순간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