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明夷) 괘상은 '밝음이 손상되다'는 뜻이다.
나는 주역에서 이 괘상을 만나면 일단은 위축된다. 상괘는 곤(坤)이고 하괘는 이(離)로서 땅 아래로 해가 잠긴 모습이다. 세상이 어두워졌고, 빛을 지닌 사람은 상처를 입는다. 이 괘는 시대의 부조리와 위기, 외부 환경의 악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묻는다. 이 괘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밝음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지금은 나서지 말고 자산을 지키는 국면이다.
명이괘상이 암시하는 자산 보호 전략
보안 투자는 노출을 줄이고 은닉하는 전략이다.
명이괘의 핵심은 드러내지 않음이다. 상승장이 끝나고 경제가 침체되며, 정치·사회적 불안까지 겹칠 때, 자산이 노출되면 손실 위험이 커진다. 이 시기에는 고위험 자산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금이나 채권 등 은신처 자산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 절제를 통한 공포 매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
어두운 시기일수록 감정의 파도가 거세다. 공포, 불안, 회피 심리는 이성을 덮는다. 부자는 어두운 시기일수록 감정을 억제하고, 자산을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위기 대응을 하려면 수비적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공격이 아니라 수비가 필요한 괘상이다. 새로운 기회는 어둠이 걷힌 뒤에야 온다. 위기를 감지했다면 비상자금 확보, 고정지출 축소, 수익구조의 점검이 필요하다. 명이괘상의 의미는 “밝음을 숨겨야 다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P 씨(55세)는 호찌민에서 제조업을 했다. 2021년까지 안정적이었다. 현금흐름도 좋고, 상가 투자로 월세 수익도 있었다. 하지만 2022년 말부터 경기 급랭과 거래절벽, 세금 부담 증가가 겹치면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괜찮겠지” 하는 낙관 속에서 자산을 계속 노출했다. 상가도 내놓지 않았고, 신사업 확장도 감행했다. 하지만 곧 상가는 공실이 났고, 운영비가 자산을 갉아먹었다. 결국 그는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 그가 뽑은 주역의 괘상은 지화명이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괘는 빛을 숨기라고 합니다. 자산을 줄이고, 확장보다 보전을 먼저 하셔야 합니다.” 그는 결단했다. 상가 하나를 손절매해 현금을 확보했고 나머지 부동산은 월세 재조정을 통해 수익을 유지했다. 신사업은 보류했고, 직원 수를 줄여 고정비를 낮췄다. 1년 뒤, 그는 말했다. “그때 자존심을 내려놓고 자산을 숨긴 덕분에 지금 가족을 지킬 수 있었어요. 어두울수록, 더 조용히 움직여야 하더군요.” 그는 주역의 괘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케이스였다.
명이괘는 어둠 속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의미한다.
명이(明夷) 괘상은 결코 ‘실패’를 말하는 괘가 아니다. 빛이 꺼진 듯 보여도, 그 빛은 내부에서 자신을 다듬고 있다. 어두운 시기에 감정적 판단으로 자산을 흔들지 말고, 내실을 다져라. 이 괘는 말한다. “자산의 고수는 공격이 아니라, 은닉으로 살아남는다.” 밝음을 감추고, 기회를 숨긴 채 지켜보는 것이 지혜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큰돈을 번 사람이 부를 자랑하고 떠벌이다 살해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5인조 강도들이 큰 가방을 들고 그의 집을 방문해서 살해하고 돈을 훔쳐간 사건이다. 해외에서 자산을 드러낸다는 것은 곧 위험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찐 부자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과시하지 않는다. 또 ‘움직일 때’ 보다도 ‘멈출 때’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명이 괘가 부의 암흑기를 그렇게 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