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을 좋아하는 베트남의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
“베트남 사람들은 동업을 많이 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요?”
한국에서 베트남 진출을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러 다니던 M 씨가 한 질문이다. 한국인의 비즈니스 문화에서 ‘동업은 절대 하지 마라’가 기본이다. 또 ‘사람을 믿지 마라. 사람을 조심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비즈니스에서 동업으로 손실을 보거나 망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동업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손실을 줄이며 이득을 준다니, 이건 무슨 일인가?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비즈니스 문화가 선진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인들에게 가지는 선입견이 참 많습니다. 베트남어로 그들과 대화를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베트남 사람들 중에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분들이 많습니다.”
그는 놀랍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의외입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한국인을 속이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여자들에게 전 재산을 다 뺏긴 경우도 허다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닌가요?”
“그건 세계 어느 나라이든 나쁜 사람들은 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한국인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누가 속이고 이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인들은 베트남어를 잘 못합니다. 그러니 오해나 편견이 많지요.”
그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베트남 사람들이 괜찮다는 말인가요?”
‘꼭 괜찮다거나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들을 알려면 그들의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같이 놀기도 해야 알 수 있는 문화가 있습니다. 또 베트남 여자들이 한국 남자의 재산을 다 뺏어갔다는 말도 편견일 수 있습니다. “
“그건 또 왜 그렇지요?”
그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베트남인들에게 복수의 개념은 대단히 강합니다. 한국인들은 얼울함을 참고 견디는 한(恨)의 문화가 있듯 베트남인들에겐 복수(復讐)의 문화가 있습니다. ‘은혜는 잊을 수 있지만 원수는 꼭 갚는다.’는 베트남 속담이 그들의 의식과 문화에 있습니다. 베트남 여자들은 남편의 외도를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혼을 하거나 복수를 합니다.”
“아. 정말 그렇습니까? 소름 끼치는 일이네요. 그럼 베트남 여성이 남성의 재산을 뺏는 것이 복수의 형태로 그렇게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모계 중심의 사회에서 남편의 외도는 절대 용납이 안됩니다. 대부분의 베트남 가정은 여성이 중심이 되고 남편은 허수아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문화에서 남편의 외도를 베트남 여성은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도를 알면 재산을 뺏는 복수를 하는 것이지요. 그것도 혼자서가 아닌 가족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뺏어갑니다. 한국인은 절대 당해내지를 못하고 뺏기는 거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을 했다.
“동업에 대한 문화가 발달한 이유가 있나요?”
“베트남인의 상인정신, 비즈니스 문화는 외세 문화의 영향이 많습니다. 중국 상인들의 마인드와 프랑스 식민지 영향으로 유럽식 비즈니스가 결합된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비즈니스는 파이를 키워 나누는 것입니다. 적자가 아니고 조금만 남아도 그들은 사업을 합니다. 한국인의 일확천금 비즈니스 의식과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는 괜찮다는 뜻인가요? 그들과 연계를 해도 계약만 정확히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저는 비즈니스 전문가가 아니라서 깊숙이는 모릅니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중국 상인 혹은 유럽식 영향을 받았다면 무자비한 중국 본토인들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물론 나쁜 사람을 만나면 힘들겠지만 사람 나름으로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하는 듯했다. 현재 베트남 진출 한국의 기업 혹은 개인사업자 등이 1만 개 업체가 넘는다고 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성공을 하고 안정되게 사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2000년대 이후엔 아메리칸드림보다 베트남 드림이 더 많다. 그렇다면 베트남의 동업문화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업이 많은 베트남 회사의 비즈니스 문화
모 한국인 사장이 큰 규모의 베트남 회사를 경영한다고 자랑하듯 말하고 다녔다.
나는 그가 베트남에서도 알아주는 회사의 사장이라서 대단한 사업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타고 다니는 차는 낡고 좋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차량 기사가 딸려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자동차 주차장이 없어 자가운전이 매우 불편하다. 두 번째 오토바이가 많아서 운전이 매우 힘들다. 세 번째 사고가 나면 교통 공안(경찰)이 외국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게 한다. 네 번째 교통 공안(경찰)이 한국인이 자가운전할 경우 잘 잡고 벌금(뇌물)을 많이 요구한다. 등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자가운전은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점으로 미뤄보면 그가 큰 회사의 사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중에 그와 친한 사람이 내게 이렇게 귀띔을 해주었다.
“그 사람은 베트남 회사의 진짜 사장이 아닙니다. 사장 명함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것이지요.”
나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명함에 베트남 회사의 사장으로 되어 있는데도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베트남 회사는 대부분 동업으로 합니다. 특이한 건, 동업자들은 모두 사장 직함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많은 경우는 한 회사에 10명의 사장도 있습니다. 단지 대표 사장이 있어 모든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것이지요. 베트남 회사의 한국인 사장의 경우는 단지 한국인 대상 영업이사 혹은 부장 정도인데, 영업을 잘하라고 사장 직함을 준 것이지요. 그것이 베트남의 동업 비즈니스 문화입니다.”
그제 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동업 문화가 일반화되어서 만약 사장이 한 명이라고 해도 동업자는 반드시 있습니다. 동업자들 중에 비상근이거나 연로하여 활동을 못하면 사장 직함을 쓰지 않지요. 하지만 동업자가 쓰겠다고 하면 사장이 여러 명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동업문화는 철저하게 N분의 1로 나누며 서로 잘 도와가며 잘합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말레이시아에서의 중국 상인들의 마인드를 떠올렸다.
말레이시아의 중국 상인은 허름한 식당에 낡은 옷과 신을 신고 있지만 차는 벤츠인 경우가 많았다. 정말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자주 가던 중국 식당 사장도 그랬다. 손님은 많지만 작고 허름한 식당에 벤츠라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인은 작은 식당을 하며 장사가 잘 되면 주방장에게 투자를 해서 가계를 다른 지역에 오픈을 합니다. 주방장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서 7대 3 혹은 8대 2 비율로 투자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장사가 잘 되면 다른 주방장도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합니다. 체인점을 하듯 가게를 10개에서 수십 개까지 경영하는 거지요. 그러면 당연히 큰 사업이 됩니다. 보통 잘되는 식당은 한 사람이 여러 투자를 통해서 많게는 100개의 지점도 있는 경우가 있어요. 당연히 큰 부자가 되는 것이죠.”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의 마인드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식당이 잘되면 주방장은 다른 투자가와 함께 근처에 유사 식당을 오픈한다. 애초에 식당 사장이 주방장에게 투자를 해서 동업을 했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주방장에게 투자 제의를 하지 않으니, 주방장이 다른 사람과 손잡고 근처에 식당을 오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좋은 지역에 유사한 식당이 난립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유사업종이 근처에 난립하는 경우가 없다. 한 업종이 잘되어도 침범을 하지 않는 그들의 상인정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 곳이 잘되면 유사 식당을 바로 코앞에 내어서 서로가 망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 상인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중국 상인들의 그것과 유사했다.
그들은 식당이나 카페, 슈퍼마켓, 구멍가게, 반찬가게 등 거의 모든 업종에 동업은 활발하게 한다. 또 동업을 해서 부가 축적되면 또 다른 동업자들과 사업을 확장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분산투자가 되고 한 군데 망한다고 해서 타격도 없다. 이러한 그들의 마인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 이해가 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합리적이며 기본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동업문화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만 가능한 계약문화가 잘 이행되고 신뢰관계가 구축될 때만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이런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면, 어떤 면에선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선진적이며 비즈니스 마인드가 열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