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을 대신 주문해 준 부동산 직원의 계산이 이해가 안 되어서 한국인 부동산 사장에게 물어본 말이다.
처음 베트남 이주 후에 여러 가지 물품을 사야 하는 일이 많았다.
당시 주변에 영어와 중국어를 하는 베트남 사람이 드물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기본적인 영어를 하는 부동산 직원에게 자주 물품 구매를 물어봤다.
의자와 테이블을 사거나 여러 물품을 주문하면 그녀가 잘 알아서 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용이 약 30%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 한 번이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많은 횟수를 다 그랬다면 심각했다.
부동산 사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사람에게 소개나 물품 대신 구매는 반드시 소개비가 있습니다. 약 30%의 소개비를 받습니다. 무엇을 구입해도 그들은 그것을 적용시킵니다. 그들은 그것을 커미션(수수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친하면 물품구매 정도에 대해서 소개비는 받지 않는다.
그것은 친절이고 친하면 당연히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인은 그렇지 않다. 소개비는 철칙이고 기본이다. 물품 대신 구매에 대해서도 당연히 소개비를 포함해서 비용을 청구한다. 쇼킹했지만 그것이 문화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무엇을 부탁하거나 소개를 해주면 당연히 30%는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중 소개비를 받는 경우는 황당했다.
한 번은 베트남 사람에게 화분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는 화분을 사 왔고 나는 수고비(소개비)를 지불했다. 한데 그 화분 중 한 개가 남았다. 그것이 필요 없어서 환불하려고 했지만 그 베트남 사람이 출장 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직접 영수증을 들고 갔다. 그곳에서 안면이 익은 직원에게 환불해 달라고 했다.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환불해줄 수 없어요.”
“어제 구입해서 사용도 하지 않았는데 왜 안 된다는 거죠?”
그녀가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거 사실 실제 가격은 20만 동(1만 원)인데 어제 그 사람이 40만 동(2만 원)으로 적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러니까 환불하시려면 20만 동(1만 원)만 가능해요.”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 많은 화분을 전부 100%나 가격을 인상해서 받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주는 수고비(소개비)도 냉큼 받은 것도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데 그것을 소개비 문화라고 아무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이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지금은 베트남 사람에게 절대 부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소개를 해줄 때는 정확히 소개비는 지불한다.
장미꽃은 급행료(뇌물)의 뜻
뇌물은 호화홍(hoa hồng- 장미꽃)이라는 은어로 통한다.
정확한 뇌물의 뜻은 호이로(hối lộ)이며 뇌물로 유혹한다. 뇌물을 먹인다는 뜻이다. '장미꽃 혹은 호이로' 로 불리든 베트남 행정체계에 있어 그것은 필수이다.
영어로는 언더 테이블 머니(under table money)로 베트남에서는 급행료이다.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공짜 진행은 거의 없다. 변호사는 당연히 그것은 지불해야 한다는 듯이 말한다.
만약 장미꽃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세월아 네월아 차일피일 미뤄지며 언제 진행될지 알 수가 없다. 세계 부패지수 1위 국인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면 그래도 베트남이 훨씬 좋다. 베트남의 ‘장미꽃(뇌물) 문화’는 받은 만큼 최대한 실행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공무원이 뇌물(급행료)을 받고도 꿀꺽 삼키고 ‘모르쇠’ 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기다리세요.”
그 말만을 수 십 번 듣고서야 포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트남은 ‘장미꽃(뇌물)’을 받으면 그만큼 빨리 진행이 된다. 베트남 장미꽃 효과는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의 경우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봤다고 했다.
세금을 약 2억 부과받은 후에 ‘장미꽃(뇌물)’으로 3천만으로 합의를 했다고 했다. 아주 행복한 결과가 아닌가? 그는 그 공로로 회사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외국인으로서 거주해야 하는 경우엔 때론 윤활유 작용의 장점도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인 변호사는 미리 설명을 한다.
“워커 퍼밋이나 거주권 등의 여러 행정업무를 할 때 장미꽃(급행료)은 필수입니다. 물론 하지 않겠다고 하면 선택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빠른 진행은 힘이 듭니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그것을 따지는 것은 쉽지가 않다.
“왜 그것을 더 내야 해? 이건 너무 한 것이잖아.”
이렇게 따지게 되면 진행이 느리거나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국의 70년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박봉에 시달렸던 일부 공무원들은 생계형 부정부패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발달하여 축재형 부정부패가 되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한국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김영란법이 통과되었다. 베트남의 경우는 그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절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개발도상국 행정절차의 어두운 문화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베트남 정부는 그런 관행과 문화를 알고 있고 척결하고 있다. 연일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며 축재형 부패 공무원을 엄벌에 처한다. 하지만 생계형 급행료(뇌물)까지는 그 대상이 아니다.
베트남 공안(경찰)의 권력과 그들의 장미꽃 문화
처음 호찌민을 여행 왔을 때 특이한 것이 공안(경찰)들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었다.
길거리를 가면 여기저기 짙은 베이지색 정복을 입은 교통공안(경찰)이 있다. 또 녹색 정복을 입은 일반공안(경찰)도 자주 보인다. 가끔 검은색 계통의 정복을 입은 경찰기동대도 보인다. 그들은 한국의 전투경찰과 유사하다. 방패와 진압봉, 방호도구로 무장하고 시위군중이나 조폭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임무가 있다. 또 대테러, 요인방문이나 이동시 안전보장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고 군대와 같은 엄격한 조직체계가 있다. 이들을 보면 베트남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이 공안(경찰) 국가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들은 한국의 경찰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민중의 지팡이로 친절하고 권력을 휘두르기보다 민원에 거의 시달린다. 하지만 베트남 공안(경찰)은 단속하고 때로는 위협을 가한다. 권력을 행사하고 필요하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관광객이라고 더 친절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에게 예외는 없다.
특히 교통 공안(경찰)의 경우엔 자동차나 오토바이 운전자에겐 저승사자와 같다. 하이에나와 같은 예리한 눈으로 사소한 잘못도 찾아내어 가차 없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세운다.
그래도 그들은 양심이 있는 듯 오토바이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인한다. 그곳에서 연신 ‘머니’를 외친다.
처음엔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1년에 4번 장미꽃(뇌물)을 털린 후에 생각이 달라졌다.
베트남인들에게 벌금은 한 번에 20만 동(1만 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100만 동(5만 원)에서 최소 50만 동(2만 5천 원)이다. 나는 그것이 정상적인 벌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분명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그들은 트집을 잡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베트남어로 따진 적이 있다.
“무엇 때문에 벌금을 내야 하는 겁니까?”
공안(경찰)이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서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았어요.”
베트남은 교통 신호가 명확지 않은 곳이 많다. 특히 공안(경찰)이 가리키는 곳은 내가 신호를 어길 만한 곳도 아니었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면허증을 받기 위해서 돈을 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마지막 벌금이었다.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번 걸렸지만 벌금을 낸 적은 없다. 비결은 간단했다. 아예 말을 못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영어와 중국어도 알아듣지만 아예 모른다는 손짓만 했다. 그러면 시간이 돈인 공안(경찰)들은 나를 빨리 보내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해서 그냥 가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살면 소개비나 장미꽃 같은 문화도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소개비와 장미꽃도 당연히 알고 적절히 가미하는 것이 힘이다. 베트남에 관광을 온다고 해도 이러한 문화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왜 돈을 요구하지?” 혹은 “왜 나를 속이지?”
이렇게 따질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문화라고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원만하게 타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인간적인 일면을 가지고 있다. 소개비나 장미꽃 문화 역시 합리적인 타협이나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과 유사하게 한자문화권의 인본주의적 전통과 문화의 흐름이 있다.
고 호찌민 주석은 평생 한 권의 책을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고 한다. 그 책은 정약용의 ‘목민심서’였다.
이 책은 ‘지방관을 비롯한 관리를 지칭하는 목민관의 올바른 마음가짐 및 몸가짐에 대해 기록한 행정지침서’이다. 그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은 그 정신과 뿌리가 베트남에도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베트남의 다양한 문화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와 이질적인 요소도 많다. 하지만 유교문화권의 유사한 점도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나라보다는 편안한 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