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위기의 순간에 기회가 있다

괘상주역의 회복력과 체질의 에너지 관계는 일치한다.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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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괘상일까? 어떤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고서도 즉각 작괘를 해야 한다. 괘상주역의 비밀은 그러한

작괘와 생괘법에 있다.



무너짐 속에서 피어나는 상징

주역의 세계에서 ‘위기(危機)’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위(危)’는 위험이요, ‘기(機)’는 기회다. 즉, 위기의 순간은 파괴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문턱이다. 이 원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괘가 바로 지뢰복괘(地雷復卦)이다. ‘복(復)’은 ‘돌아옴’을 뜻한다. 겨울이 깊어 얼어붙은 대지 속에서도 새싹이 움트는 것처럼, 복괘는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점에 새로운 순환의 시작을 암시한다.

복괘의 괘상은 ‘지(地)’ 아래 ‘뢰(雷)’가 깔려 있는 형상이다.

겉은 고요한 땅이지만, 그 아래에는 천둥의 기운이 숨 쉬고 있다. 이는 곧 내면의 잠재력이 위기 속에서 깨어남을 뜻한다. 한의학적으로도 이 원리는 동일하다. 기가 아래로 침잠할 때, 신(腎)의 에너지가 깊이 저장된다. 이 신기가 충실해야 다시 봄의 상승기운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진정한 회복은 외부의 조치보다 내부의 에너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역사적으로도 복괘의 순간은 늘 위대한 반전의 시점이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이(율곡)는 젊은 나이에 여러 번의 낙방과 정치적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복괘의 시운’을 해석하며 자신을 다스렸다. 그는 “복은 반드시 지극한 정성에서 나온다”고 했다. 즉, 회복의 시점은 외부 조건보다 자기 내면의 진정한 중심을 되찾을 때 찾아온다는 뜻이다.


체질에 따라 무너지는 지점이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마다 에너지가 흐르는 기본 구조가 다르다.

어떤 이는 위기 때 심장의 열로 무너지고, 어떤 이는 신장의 냉기로 꺾인다. 그래서 회복력도 체질별로 상이하다. 체질 역시 괘상주역과 연결된 하나의 상징이며 역의 원리에 부합한다.


1. 태양·소양 체질은 불의 기운이 강하다.

위기의 순간에는 ‘분노’와 ‘조급함’으로 에너지가 급상승한다. 이때 복괘의 뇌(雷)처럼 내면에서 폭발적 힘이 나오지만, 제어되지 않으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이 체질의 회복은 속도를 늦추는 데서 시작된다. 깊은 호흡, 천천히 걷기, 그리고 따뜻한 물 한잔이 ‘내면의 번개’를 안정시켜 준다.


2. 태음, 소음 체질은 수의 기운이 강하다.

위기의 순간에는 겉으로는 침착하지만 속에서는 무겁고 울적한 에너지가 쌓인다. 이때 필요한 것은 움직임을 통한 순환의 회복이다. 태음인은 위기를 버티는 데 탁월하지만, 너무 오래 눌러두면 그 힘이 ‘습(濕)’으로 변해 병이 된다. 가벼운 운동이나 대화, 혹은 따뜻한 땀을 통해 응축된 에너지를 흘려보내야 한다. 반면 소음 체질은 물의 기운을 대표한다. 위기 앞에서 자신을 탓하거나 에너지를 안으로 감춘다.


에너지의 전환으로 회복과 성공으로 가는 길

복괘 다음에는 주역의 임괘(臨卦)가 이어진다.

복괘가 ‘씨앗의 회복’이라면, 임괘는 ‘성장의 시작’이다. 이는 회복의 에너지가 일정 수준까지 차오르면 반드시 확장으로 전환되는 자연의 법칙을 보여준다. 한의학적으로는 기(氣)가 신(腎)에서 간(肝)으로 올라가며 생명활동을 재개하는 시점이다.


이 과정을 심신의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현대 심리학은 이를 ‘레질리언스(resilience, 회복탄력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동양적 회복력은 단순히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즉, 복괘는 “다시 시작하는 힘”, 임괘는 “새롭게 창조하는 힘”이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만성피로와 소화불량으로 내원한 50대 베트남 여성 환자가 있었다.

그녀는 사업 실패와 가족 갈등으로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다. 눈에 힘이 없어 땅을 보고 지팡이를 하나 짚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땅의 기운을 못 이기는 듯 걸음걸이도 무거웠다. 그녀의 즉관즉괘는 지뢰복괘였다. 위장병과 간기능 약화로 힘겨운 상태였다. 생리적으로 보면 땅속의 새싹이 말라가고 있고 바싹 마른 상태였다. 그녀에게 적합한 처방은 한 달간 신기(腎氣)를 보하고, 심열(心熱)을 내려주는 처방이었다. 맥산침법은 간정격과 위정격을 중심으로 했다.


침을 맞을 힘도 없어서 그녀는 스킨 트리거포인트를 했다.

8회의 침치료를 받은 후 그녀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 다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몸이 되살아난 것 같아요. 가벼워지니 마음이 달라지고 있어요."

그녀의 상태는 지뢰복괘에서 지택림괘로 넘어가고 있었다. 기의 순환이 회복되며 마음 또한 새로워진 것이다.

이처럼 회복은 ‘다시 일어서는 기운’의 재구성이다. 주역은 이를 “반복의 도는 하늘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니라”라 했다. 자연은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인간의 몸과 마음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질과 시운에 맞는 복의 시점을 아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같은 파도 앞에서도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일어난다.

그 차이는 체질의 기운과 회복의 괘상에 달려 있다. 복괘는 말한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 단, 그 일어섬은 억지의 의지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에 맞춘 내면의 회복이어야 한다.


한의학은 이를 ‘저장과 발산의 균형’이라 부른다.

에너지를 잃었을 때 억지로 발산하면 번아웃이 오고, 너무 움츠리면 기가 막힌다. 회복의 진정한 시작은 내 안의 천둥을 듣는 일, 즉 나의 ‘복괘’를 인식하는 데 있다.


위기의 순간, 기회를 포착하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리듬을 아는 사람이다.

주역의 괘상은 그 리듬의 지도를 제공하고, 체질의학은 그 리듬을 몸으로 구현하는 길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회복이란 운명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운명을 따라 흐르되 그 안에서 다시 순환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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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상주역을 강의하면서 느끼는 점은 열린 관점으로 자연의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이나 최신의 정보등으로 괘상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연의 현상과 상징을 즉관하여 즉괘를 할 수 있는 직관의 객관화가 중요하다. 위기의 순간에도 그러한 괘상주역적 의미를 이해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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