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몸은 하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괘상주역과 몸의 관계을 알면 한의학의 눈이 뜨인다.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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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고 괘상주역을 떠올려보라. 무슨괘상이 보이는가? 괘상주역 수업을 하며 그 자세한 원리를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어떻게 괘상을 그릴 것인지를 궁구해야 한다.


몸은 하늘과 연결된소우주(小宇宙)

주역(周易)』에 “상象을 보고 이치를 안다(觀象以知化)”는 구절이 있다.

이는 자연 속 변화의 패턴을 읽어내면 인생의 흐름과 몸의 변화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건강은 단순히 혈압이나 수치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변화와 통하는 ‘상징적 언어’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갑자기 어깨가 무겁고 머리가 답답해지는 날이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근육 긴장이 아니다. 하늘의 기운—즉, 음양의 불균형이 몸속에서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땅의 기운이 눌리는 것처럼, 사람의 기운 또한 위로 오르지 못하고 탁해진다. 주역의 ‘곤괘(坤卦)’가 땅의 수용성과 안정성을 상징하듯, 몸이 지나치게 곤의 기운으로 기울면 무겁고 정체된 느낌이 강해진다. 반대로 ‘건괘(乾卦)’의 기운이 과하면 머리가 뜨고 불면이나 초조함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주역의 괘상(卦象)은 몸의 변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괘(卦)는 자연의 기운을 여섯 개의 효(爻)로 나타낸 그림이지만, 인체에 대입하면 하늘(頭)에서 땅(발)까지의 기운 흐름을 표현하는 생리적 지도라고도 할 수 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닫히는 그 순간, 몸은 ‘균형’을 잃거나 회복한다.


주역의 상(象)과 몸의 메시지

‘상(象)’은 하늘의 변화가 눈에 보이도록 드러난 표징이다.

예를 들어, 『주역』의 “풍뢰익(風雷益)” 괘는 바람이 위에서 불고, 천둥이 아래에서 움직이는 상을 의미한다. 이 괘는 움직임과 순환의 조화를 상징한다. 인체로 보면 간(肝)과 담(膽)의 소통이 원활한 상태를 가리킨다. 바람이 잘 통하면 마음이 열리고, 천둥이 움직이면 혈류가 활발해진다. 하지만 이 괘가 뒤집혀 “뢰풍항(雷風恒)”이 되면, 움직임은 있으나 방향이 고정되어 고집이나 긴장이 생긴다. 이는 간의 기운이 울체되어 분노나 근육 긴장으로 나타나는 상황과 같다.


이렇듯 주역의 괘상은 인체의 장부와 감정, 그리고 건강 상태를 읽는 하나의 언어이다.

한의학의 오행론에서 목(木)은 간, 화(火)는 심장, 토(土)는 비위, 금(金)은 폐, 수(水)는 신장을 의미하는데, 주역의 64괘 또한 이 오행의 상징적 변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화수미제(火水未濟)’ 괘는 불은 위로, 물은 아래로 가려는 성질이지만, 서로 섞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몸에서 심장과 신장의 소통이 막힌 상태, 즉 수화불교(水火不交)의 증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경우 불면, 조급함, 심계항진 등이 나타난다.


체질의학적으로 보면, 태양인과 같은 상열체질은 건괘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다.

머리 쪽으로 양기가 치밀어 오르기 쉽다. 이는 주역으로 보면 하늘이 지나치게 확장된 형상이다. 반대로 소음인은 곤괘의 기운이 강해 하체는 무겁고 위장은 약하다. 하늘이 닫히고 땅이 과도하게 눌린 모습이다. 이런 체질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주역이 말한 ‘조화’와 ‘통(通)’의 문제와 같다.


체질로 읽는 건강의 균형

괘상주역에서는 하늘과 땅, 음과 양, 동과 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길하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로, 한쪽이 과하거나 약하면 다른 쪽에서 그 반응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피로가 누적되면 위장은 냉해지고, 신장은 그 부담을 받는다. 이때 “수화기제(水火旣濟)”의 괘처럼, 불(火)과 물(水)이 제자리를 찾을 때 몸은 안정된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은 음의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반면 냉한 체질은 양의 기운을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하늘의 이치와 마음의 방향이 함께 조율되어야 하는 문제다.


괘상주역 상담 사례

50대 초반의 베트남 남성이 내원하여 늘 피로하고 의욕이 없다고 했다.

괘상주역을 통해 살펴보니, 지뢰복이었고 3효가 동하여 지화명이였다. 그는 늘 ‘곤괘’의 기운에 머물러 있었고 반복된 현실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자신의 내면을 확장할 ‘건괘’의 기운이 막혀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생각과 행동은 부정적이 되어 최악의 지화명이 상태였다.


그는 소화관과 간의 기능이 약한 상태로 간기울증이었고 역류성위염이 있었다. 주역의 괘상으로 보면 그는 6회의 침치료와 한약처방이 필요했다. 나는 그를 맥산침법으로 치료하며 맥산처방을 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위를 보하게 했다. 또한 일상 속에서 작은 목표를 세워 ‘건(乾)’의 기운을 일깨우게 했다. 그러자, 불면과 만성 피로가 사라졌다.


이처럼 체질의학은 몸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기술이며, 주역은 그 조화를 읽는 언어이다. 주역의 괘상은 하늘의 움직임이 인간의 몸에 새겨진 지도다. 우리가 그 상징을 올바르게 읽을 수 있다면, 병은 단지 불균형의 신호로만 남는다.


몸의 상징을 읽는 지혜

몸의 증상은 하늘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어깨의 통증은 책임의 무게를, 위장의 냉함은 마음의 위축을, 두통은 생각의 과열을 상징한다. 주역의 상(象)은 이런 신호를 해석하는 언어이다. 또, 체질의학은 그 해석을 구체적 실천으로 옮기는 기술이다.

나는 괘상주역을 강의하며 몸의 생리와 병리를 설명하고 처방의 원리를 풀어준다. 괘상주역으로 코딩을 하면 거의 모든 한의학적 원리는 풀이가 된다.


괘상주역에서 건강이란 서양의학처럼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이 몸 안에서 만나는 지점을 찾는 일이다. “건곤이 교합하면 만물이 생한다(乾坤交而萬物通)”는 『주역』의 말처럼, 몸의 균형이 회복될 때 비로소 마음도 평형을 되찾는다. 몸은 하늘의 거울이며, 그 거울을 맑게 닦는 일이 바로 삶의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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