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불안의 뿌리는 마음에 있다

괘상주역으로 마음 자리에서 괘상을 찾아보라.

by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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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괘상일까? 한 소녀가 쇼파에 등을 기대고 있다. 괘상주역으로 풀이하고 답을 구해보라.



불안의 뿌리와 괘상의 향방

불안은 인간의 내면에 깃든 ‘진동하는 기(氣)의 패턴’이다.

즉 주역(周易)이 말하는 괘상(卦象)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한의학은 이를 체질과 심리의 흐름으로 풀어내며, 동양의 정신철학은 불안을 하나의 ‘기운의 방향성’으로 해석한다. 불안을 읽는 코드는 다양하지만 괘상주역으로 보는 3가지 패턴을 풀어본다.


1. 흐름(流): 불안은 막힌 기운의 신호

주역의 「감괘(坎卦)」는 물(水)의 상징이다.

감은 흐르되 멈추지 못하면 두려움과 불안이 생긴다고 말한다. 물은 본래 낮은 곳으로 흐르며, 고여 있으면 탁해지고, 너무 빨리 흐르면 거칠어진다.


불안이란 바로 이 ‘감의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막히거나 과속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불안은 간(肝)의 기운이 울체될 때 심(心)을 자극하여 발생한다. 간은 ‘흐름’을 주관하는 장부로, 주역에서는 천둥의 상징인 「뇌괘」에 해당한다. 뇌는 크게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나 이 천둥이 내부에 갇히면, 심장은 계속 두드리며 탈출구를 찾는다. 그때 나타나는 감정이 ‘불안’이다.


이를 일상에서 본다면, 늘 계획적으로 살아야 안심하는 사람이 돌발상황에 마주할 때 불안이 폭발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기운이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날 때, 내면의 감(坎)은 깊이를 잃고 물결친다. 불안은 기운의 흐름을 회복하라는 신호이며, 주역은 말한다. “수중지진(水中之津), 건너려면 흐름을 따라라.”


2. 중심(中): 체질이 만드는 불안의 구조

한의학의 체질론에서 소양인(少陽人)과 소음인(少陰人)은 불안을 느끼는 방식부터 다르다.

소양인은 「이괘」의 상징처럼 불(火)의 성질을 지닌다. 이괘는 밝고 예리하며 외부로 향한다. 이들의 불안은 ‘과도한 확산’에서 온다. 머릿속이 번쩍이며 계획과 가능성을 동시에 그리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면 스스로의 불빛에 눈이 멀어버린다. 그러니 소양인의 불안은 “너무 많이 본 자의 혼란”이다.


반면 소음인은 「감괘)」의 상징처럼 물(水)의 성질을 가진다. 수는 수용과 순응의 괘이지만, 너무 깊이 받아들이면 내부에 응어리가 쌓인다. 소음인의 불안은 ‘과도한 내향’에서 비롯된다. 세상을 흡수하되 해석하지 못해, 마음속에서 미세한 진동이 계속 일어난다. “생각은 많으나 움직임이 없는 자의 떨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괘의 불안은 구조가 다르다. 소양인의 불안은 ‘열’이고, 소음인의 불안은 ‘습’이다. 불의 불안은 폭발하고, 수의 불안은 스며든다. 그러나 두 체질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중(中)’이다. 주역의 「태괘(泰卦)」는 하늘(乾)과 땅(坤)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불안이 사라지는 순간이란, 양(陽)의 기운이 지나치게 오르지도, 음(陰)의 기운이 지나치게 가라앉지도 않은 그 ‘평형의 지점’이다.


3. 수용(受): 불안을 다루는 주역적 태도

주역의 핵심은 변화(變)에 있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다. 「진괘(震卦)」는 천둥의 상징으로, 놀라움과 각성을 의미한다. 사람은 진의 순간에 불안을 느끼지만, 그 진동을 수용하면 변화가 시작된다. 진괘의 교훈은 명확하다. “두려움 속에 움직임이 있다.”


한의학에서도 불안을 ‘없애야 할 병’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기가 흘러가야 할 방향을 잃었다는 신호이자, 조정의 기회를 알리는 생리적 경보다. 예컨대 소음인이 갑작스러운 발표를 앞두고 손이 떨리는 것은 심장의 열이 위로 치밀기 때문이다. 이때 억누르기보다, 호흡을 가라앉히고 발끝으로 기운을 내려주면 자연스레 안정된다. 반대로 소양인이 잠 못 이루는 불안을 느낄 땐, 뜨거운 기운을 머리에 올리지 말고 하지로 내려야 하며 중심을 붙잡아야 한다.

주역의 괘상으로 본다면, 이는 「겸괘(謙卦)」의 원리다. 겸은 자신을 낮추어 만물을 수용하는 태도다. 불안을 통제하려 하면 역풍이 생기지만, 겸의 자세로 받아들이면 불안은 곧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4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이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내원했다.

그녀의 눈빛은 힘이 없었고 시선은 엉뚱한 곳을 응시했다. 또 택시에서 내리기 전 문에 손이 끼어 다친 듯 했다. 그녀의 친구가 베트남어로 진단을 원했다. 나는 환자가 차트를 작성하는 사이에 괘상주역을 했다. 다친 손의 산괘와 이상하게 시선이 분산된 눈의 화괘로 산화비괘였다. 위와 심장의 불협화음, 그녀는 눈으로 침범한 열기로 눈의 병과 위장의 염증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었다.


그녀들이 원장실로 들어오기 전에 모든 진단은 끝나있었다.

과연 그녀의 병명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히 괘상주역 그대로였다. 그는 심각한 눈병으로 앞을 거의 보지 못했고 위장병으로 밥을 먹지 못했다. 괘상주역이 일치하면 처방은 신효하게 나타난다. 그녀에게 맥산침법을 6주간 치료하고 맥산처방으로 간과 심장, 위의 기능을 회복시켰다. 그 결과 그녀의 눈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른 증세들도 사라졌다. 앞으로 보지 못한 사람이 앞을 보게 한 진단과 치료는 괘상주역과 한의학의 원리였다.


불안은 괘상 속의 ‘움직임’이다

불안은 잘못된 감정을 포함한 삶이 방향을 바꾸려는 징후다.

주역은 이를 ‘동중정(動中靜)’이라 표현한다. 움직임 속에서도 고요를 찾고, 고요 속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는 것이다.


소양인의 불안은 ‘멈춤’을 배우며, 소음인의 불안은 ‘움직임’을 배워야 한다. 또 태양인의 불안은 내면을 향해야 하며, 태음인의 불안은 외부로 발산되어야 한다. 한의학은 이를 기운의 균형으로 설명하고, 주역은 괘상의 상호작용으로 풀이한다. 결국 불안은 인간 내면의 주역이다. 그 괘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은 불안을 두려움이 아닌 성장의 징표로 삼을 수 있다.


불안의 뿌리를 뽑는다는 것은,사실상 그 뿌리가 자라온 기운의 흐름’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든, 주역은 늘 한마디로 요약된다.

“기(氣)는 흐르려 한다. 막지 말고, 따라가라.”

괘상주역으로 한의학을 풀이하면 기가 막히게 싱크로율이 맞을 때가 있다. 대부분 그 순간은 마음의 괘상이 환자의 증상과 일치하며 신통하게 병이 낫는 순간이다. 그 순간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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