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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Nov 04. 2022

속리산 세조길 트레킹

속리산 단풍 산행


속리산 세조길을 검색해 보았어요.

「속리산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의 산책로로 전 구간이 소나무 숲과 저수지 주변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세조가 복천암에 있던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사은 순행한 길이자 피부병에 걸린 세조가 요양차 속리산을 왕래했던 길이었다고 해서 세조길이라고 명명했다.
 탐방로는 법주사 삼거리 - 저수지 - 목욕소 - 세심정 - 복천암으로 이루어지며 경사기 급한 비탈면에는 나무 데크를 설치하여 걷기 쉽게 했고 전 구간에 오르막길이 거의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날 주왕산 산행을 끝내고 숙소로 잡은 곳이 속리산 말티재자연휴양림이었습니다. 강원, 충청 지역까지 산행 후 숙박은 양평 숙소로 가능하기 때문에 말티재휴양림에 오랜만에 찾아왔네요. 서울에서 주왕산이 꽤 먼 거리라 중간 지점에서 하룻밤을 자려고 한 것도 있지만, 다음 날인 일요일 세조길을 걷고 싶었대요.

 일요일인 10월 30일입니다. 말티재휴양림에서 속리산 법주사까지는 승용차로 20분 밖에 안 걸리는 거리라, 새벽같이 일어날 필요가 없었어요.

 법주사 소형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남편만 배낭을 메고 저는 간단하게 작은 쌕을 허리에 두르고 길을 나섭니다.

 입구부터 단풍이 화려하네요.

 입장료가 있어요. 성인 기준 5,000원입니다. 주차비는 나중에 정산할 때 보니까 하루에 5,000원이더군요.

 세조길은 속리산 자연관찰로로 들어갑니다.

 세조길 들어가는 입구의 단풍이 매우 예쁘네요.

 우리는 단풍이 더 고운 길을 골라, 도로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른 시간이라 빛이 충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단풍이 예쁩니다.

 그 단풍길 속으로 가벼운 차림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걷습니다.

 세심정에서 글을 읽어 보니까 보이지 않는 근심은 내려놓고, 지금 내 앞에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즐기라고 하더군요.

  나뭇잎들은 왜 단풍이 드는 걸까요?

 '기온이 낮아지면 성장 촉진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잎의 광합성 작용이 멈추어 엽록소가 분해가 되어 안토시아닌이나 카로티노이드 같은 색소가 나타나서 물이 든다'라는 그런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으로 살짝 해석해 봅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을 한 후 할 일을 다했다는 성취감과 결실에 대한 보람을 느끼며,앞으로 겨울 동안 편히 쉴 생각으로 추수감사절이나 축제 같은 잔치를 벌이려 치장하는 건 아닐까요.

  숲은 단풍이 없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단풍이 있으니까 더 아름답네요.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요.

 일주문 가까이에 있는 매점 아주머니가 손님맞이 준비로 열심히 낙엽을 쓸고 있습니다. 또 떨어지겠지만 또 쓸면 되지요.

 안쪽에서 보니까 더 멋지네요.

 법주사 담장과 노란 은행나무가 잘 어울립니다. 몇 백 년 되지 않았을까요.

  어느새 파란 하늘이네요. 어마어마하게 큰 부처상. 사람 키의 몇 배나 될까요.

  큰 절은 꼭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하더군요.

 절 안에 단풍나무보다 은행나무가 더 많아 보입니다. 산에서는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가 없어요. 단풍나무는 저절로 발아되어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나무는 누군가가 심어야지만 자라는 건 아닐까 싶네요. 양평 용문사 오래된 은행나무도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놓고 가서 자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법주사에 국보가 셋이 있다는군요. 그중의 하나인 국보 제55호인 팔상전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목조탑으로 그 가치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법주사가 처음 지어진 것은 신라 진흥왕 때의 일인데, 그때 함께 지어졌다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져서 선조 - 인조 때 다시 지은 것이라네요.

 국보 제5호인 쌍사자석등은 통일신라 시대인 720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무려 1,300년 전의 일이네요.

 범종각에는 4가지의 물건이 있었습니다.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이 네 가지를 불교의 사물이라고 한다는군요. 법고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범종은 육지의 동물들을 위해서, 운판은 날아다니는 날짐승을 위하여, 목어는 수중생물을 구제하기 위해서 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알고 보면 그냥 휙 보고 넘어가는 것과 좀 다른 느낌으로 보게 되네요. 목어와 법고 치는 것은 TV에서 본 적이 있어요.범종 치는 것은 직접 보았구요. 운판 치는 것도 한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보 제65호인 석련지는 글자 뜻 그대로 돌로 된 연못입니다. 그 당시 물을 담아 연꽃을 띄워놓던 조경석이랍니다.

 단풍 든 은행나무 찍느라고 석련지가 너무 작게 나왔네요. 알았으면 가까이서 크게 찍으라고 했을 텐데요.

 법주사를 나와 세조길로 다시 들어섭니다.

 저수지에 반영이 비치네요. 재미있는 그림이 생겼습니다.

 물에 비친 하늘 빛깔이 더 진한 파란색이네요. 데칼코마니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주왕산 산행길과는 또 다른 맛이지요. 단풍나무가 꽤 많은 세조길입니다. 소나무가 많다고 했는데, 소나무길을 별로 사진에 담지 않았네요. 가을이라 단풍 찍느라 바빴나 봐요.^^

 속리산 문장대도 여러 번 갔었지요. 문장대로 가는 등산로도 세조길과 겹칩니다. 세심정에서 더 올라가면 복천암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3km 정도를 더 올라가야 문장대 정상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조길은 복천암까지구요.

 바위가 송편같이 생겼네요. 만두 할머니 그림책이 생각납니다. 만두 할머니와 산속의 동물들이 힘을 합하여 아주아주 커다란 만두를 만들어, 산속의 모든 동물들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송편은 몇 명이나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요?

 넓고 편안한 도로는 원래 세심정 - 문장대로 가는 등산로였고, 숲 안쪽에 데크길을 만들어 세조길을 조성한 것 같습니다. 속리산 산행을 꽤 오래전에 했었는데, 그때는 숲 안쪽 길이 없었습니다.

 세조길과 도로가 만났습니다. 세심정이 가까워진 모양이네요.

 세조길 출구로 나오니 단풍이 매우 아름답네요.

 아, 되돌아가면 입구가 되네요.^^

 세심정이란 세속을 떠나 산에서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이랍니다. 현실의 어려운 문제, 사업, 직장, 가정사 같은 것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만 보고 즐기라는 조언을 하고 있군요.

 아름다운 경치 속에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힐링이 됩니다.

 온갖 걱정과 고민은 나중에 나가서 해요. 여기다 내려놓고 가도 좋구요.

  되돌아가는 길. 충분히 햇빛을 받은 단풍들이 눈부십니다.

 녹색에서 살짝 연두로만 진행된 나무들도 있네요. 아름다운 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올 줄을 알고 주춤거리는 걸까요.

 목욕소는 세조가 목욕을 하고 피부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는 소입니다.

 되돌아가는 길은 저수지 안쪽에 있는 세조길로 걸어갑니다. 저수지와 가까워서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경치도 좋구요.

 파란 하늘이 예쁘네요.

 세조길 입구가 이렇게 생겼네요. 그림에 왕이 순행하던 길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 걸을 때는 내가 왕인 양 품위 있게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일주문에 아침보다 방문객이 많이 보입니다.                                   

 단풍길 세조길 잘 다녀왔습니다.

 보은은 대추 유명하지요. 살까 물어보는 걸 냉동실에 작년에 산 대추도 잔뜩 있다고 했죠. 몸에 좋은 건 잘 안 없어지네요.^^

 주차장에도 예쁘게 물든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총 8.5km를 3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길이 좋아서 별로 힘이 안 들었어요.

 서울 올라오는데 고속도로 정체는 각오했지요.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에 이태원 소식을 듣고 약간 우울한 기분으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일요일과 월요일까지 흙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분갈이를 하고, 파종을 하면서, 반복되는 TV 뉴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까운 젊은이들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TV를 틀면 계속 보게 됩니다. 간 청춘도 안타깝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의 비통함에, 아직도 후진국스러운 안일한 대처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치유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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