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10월 15일 오대산 단풍 산행을 시작으로, 선재길, 설악산 흘림골, 주왕산, 속리산 세조길, 내장산, 백양사, 그리고 11월 5일 강천산까지 4주 동안 8곳의 단풍 명소를 걸었습니다. 어느 곳이나 나름대로 단풍길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지요.
이번 토요 산행은 마지막으로 두륜산 산행을 계획했었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에 서울에서 가장 먼 거리인 해남까지 내려가는 일은 일단 접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관악산 둘레길을 오랜만에 걸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지방의 단풍 명소를 다니는 사이에 단풍의 절정을 보인 듯, 살짝 지난 느낌의 가을 산 끝자락의 풍경을 남겼더군요.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 마치 김치를 외국에 나가면 그리워하듯이 지난 다음에야 '와, 예뻤겠구나.' 하고 아쉬워하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등산로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도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지겠지요. 그렇게 11월이 가고 12월이 오면, 우리는 또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다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겠지요.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갑자기 웬 트로트 노래냐구요? 우리가 처음 강천산을 찾았던 때가 2004년이었는데, 강천산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 노래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답니다. 검색해 보니 이 노래가 나온 때가 2003년이었네요. 지금은 그렇게 크게 음악을 틀어놓는 일이 드물지만, 그때 당시에 한창 인기가 오르는 곡이었는지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식당가에서 틀어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강천산만 생각하면 바로 그 노래를 떠올리곤 하지요. 트로트 노래가 참 정겹잖아요.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인데,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군요. 주차비는 없었습니다.
입구부터 강렬한 색상입니다. 강천산도 단풍 절정 시기에 잘 온 것 같습니다
새벽이라 빛이 부족한데도 단풍의 색감이 매우 곱습니다. 햇빛이 너무 강해도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진을 치고 가장 알맞은 때를 기다려 작품을 만들곤 하는가 봅니다.
이른 아침의 트레킹은 참 기분이 좋습니다. 자고 일어난 숲속의 공기랄까요. 공기 자체가 깨끗하고 차분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적은 것도 쾌적한 이유가 되겠지요.
병풍바위 안내판 내용을 옮겨 봅니다.
「병풍처럼 펼쳐졌다 하여 병풍바위라고 불리고, 볼록한 등에 목을 쭉 빼고 있는 모습이 거북이 모양으로 거북바위라고도 부른다. 그리 깊지 않은 소는 밤마다 신선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노는 곳으로, 어느 날 신선이 목욕을 하고 그만 갓을 잃고 올라갔는데 그 갓이 변한 갓바위가 병풍바위 아래에 놓여있다. 전설에 의하면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를 지은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작은 다리에 조명을 설치했네요.
단풍잎 조명입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바뀌는데, 붉은색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다리가 꽤 많습니다.
다른 산에도 보면 단풍나무들이 계곡 주변에 많이 살더군요. 검색해 보니까 단풍나무 씨앗은 물에 담가야(습윤 처리) 발아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산지의 계곡에 단풍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 모양입니다. 땅(토심)이 깊고, 토양습도가 높고 비옥하여야 잘 자란다고 하네요.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놓은 곳입니다. 색감이 달라졌지요? 메타세콰이어가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군요.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황금색 나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강천산 단풍 트레킹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부지런히 길을 관리해 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낙엽을 송풍기로 날리는 분들을 봤어요. 낙엽만 깨끗이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도 줍고 다니시더군요. 포장이 안 된 도로라 사람이 많이 모이면 먼지가 발생하기 쉬운데, 쾌적하게 걸을 수 있게 아침부터 물을 뿌리고 다니는 살수차도 여러 대 만났습니다.
일주문도 단풍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꽃무릇 잎이 파릇파릇하네요. 잎은 꽃이 없는 계절에, 꽃은 잎이 없는 계절에 따로 나는 바람에 서로 만나지 못하지요. 꽃무릇이 피면 이 주변이 또 화려한 붉은색으로 한바탕 잔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강천사의 멋진 모습입니다. 단풍나무만 있어도 아름답지만, 단풍과 건물이 같이 어우러진 풍경도 일품입니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는 천년고찰입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몇 번의 중창과 재건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가 가을이 깊었음을 주황색 점점으로 표현합니다.
짧은 가을이라 더 화려한 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답게 핀 가을꽃이나, 화려하게 물든 단풍을 보면 다 지고 난 후의 쓸쓸한 겨울을 생각하고 우울해진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아름다움이 빨리 사그라져서 그런 마음이 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이 단풍길을 즐겨야겠습니다.
'폭포와 바위가 아름다운 산' 강천산 길은 전북천리길의 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흙길이라 맨발로 걷는 경험을 해 보라고 권하는군요.
연산군 시절 죽음을 각오하고 폐비 신 씨의 복위를 상소한 삼인의 의로움을 기리는 삼인정 정자도 단풍에 둘러싸여 있네요.
계단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가는 길이 현수교로 가는 길입니다. 하지만 정밀 안전점검 중이라 22.10.21~12.13일까지 출입 금지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있었습니다.
현수교를 아래에서 올려다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구장군 폭포가 있는 소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삼한 시대 9 장군의 전설이 있는 구장군폭포가 인공폭포란 말에 놀랐어요. 세 개의 폭포가 멋들어지게 떨어지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자연폭포인 줄 알았네요.
단풍 사이로 보이는 보이는 굴은 수좌굴입니다. 옛날 두 수도승이 이 굴에서 도통을 이루었다고 하네요. 수좌굴로 가는 길에는 '한 가지 소원이 꼭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팻말이 있었어요. 간절한 소원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올라가서 소원을 빌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풍수지리학적으로 음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곳이라는군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당혹감은 방문 횟수가 늘어나면서 희석되긴 했지만, 곳곳에 설치돠어있는 조형물이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중 비교적 점잖은 것을 골랐습니다.
되돌아 나오는 길, 단풍색은 밝아지고, 방문객이 많아지는군요.
강천사 모과나무가 수령이 300년이 넘는다는군요. 잎도 열매도 다 떨어뜨리고, 내년을 위해 쉬고 있는가 봅니다.
파란 하늘 좋지요.
단풍이 예쁜 숲에서 잠시 쉬었다가 나오는 가족을 담아봅니다. 아들은 앞에, 며느리는 뒤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나오는 모습인 듯했어요.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가 생각나는 장면이네요. 어머니와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참 부러웠습니다.
다람쥐 조형물이 귀엽습니다. 참나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실제 다람쥐는 못 만났어요.^^
거라시 바위(걸인 바위)라고 이름이 붙은 굴 앞에 스님이 나와 계십니다. 이곳에서 문전걸식하던 걸인들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동냥을 받아 강천사 스님께 시주를 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는 나눔 실천의 장소로 전해오고 있다는군요.
병풍바위를 거북바위라고도 한다더니, 쉼터 그늘집에 거북이가 눈에 띕니다.
단풍을 그렇게 보고도 나올 때는 또 아쉽지요. 마지막 만난 단풍을 다시 담아봅니다.
맑은 날씨에 감사하구요.
나오는 길에 미니기차를 만났네요. 강천산 군립공원 제3 주차장에서 강천산 입구까지 운행한다고 합니다. 요금은 1,000원이구요.
아침 7시 도착해서 휴식 시간 포함해서 2시간 10분 동안 걸었습니다. 운동 거리는 6.8km이고요. 시속 3.3km네요. 길이 편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다녔는데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다닐 수가 있었지요.
단풍 트레킹은 강천산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겨울로 다가가는 11월의 낙엽 여행? 좀 이르지만 강원도의 눈 산행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겨울이 오면 두근두근 단풍 산행만큼이나 눈꽃 산행을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