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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Feb 01. 2023

 6 주 만의 산책

관악산 둘래길 2구간 겨울 산책

 6주 넘게 둘레길을 못 갔다.

 정말 오랜만이다. 깁스 풀고 첫날, 걱정이 되어서 아프던 발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두툼한 등산 양말과 등산화를 신었다. 신났다.

 한 가지 더, 대중교통, 병원, 약국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발표가 있어서 마스크도 벗고 둘레길로 올라갔다.

 백신은 5차까지 맞았다.

 아파트에서 등산로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코와 귀가 싸아~합니다. 찬 기운에 온몸의 세포가 반응한다. 겨울 산! 눈앞에 보고도 못 오르던 산에 한발 한발 내딛는다.

 핸드폰 사진이다. 남편 보고 찍어달라고 하니 주문한 대로 척척 잘 찍어주어 고맙다.


 지난번 온 눈이 아직 안 녹았다.

 두 발을 찍어본다. 소중한 두 발~

얼마나 걷고 싶었는지 모른다.

"발 달린 동물이 걸어야지. 못 걸으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

 남편이 한 마디 한다.

 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침 해가 숲 사이로 인사한다.

 눈 덮인 흙 속에 봄이 준비되고 있겠지 .

 정식 명칭이 관악산 둘레길 2구간이다.

 맥문동은 키를 바짝 낮추고 겨울을 견딘다.


 봄이 되면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싱싱한 녹색을 되찾겠지 .

 철이 되면 보라색 꽃으로 오고 가는 산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겠지 .

 화투에 나오는 흑싸리 같은 낙엽송 가지가 보인다.

 이끼는 조금만 따뜻해도 녹색빛을 보여준다.

현재 기온 영하 4도. 바람도 없고 햇볕이 좋은 양지쪽에 잘 자리 잡았다.

 리기다소나무의 녹색 잎도 눈부시다.

 자세히 보면 눈과 입이 있다! 자연은 뜻밖의 재미난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을 단풍이 아직 색을 잃지 않았다.

 햇빛이 그려낸 그림자 미술.

 진짜 풀이다. 한 겨울에~

 두꺼운 얼음이 지난 며칠 동안의 강추위를 증명하고 있다

 개천은 눈만 있는 게 아니라~

 눈 쌓인 얼음 아래로 졸졸 흐르는 냇물도 만날 수 있었다. 봄이 오고 있다!

 트리하우스 문지기 파랑새의 색깔은 인공적인 색인데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행복의 파랑새 찾으러 멀리 가지 말고 관악산 둘레길로 오면 된다.

 겨울 산이 황량하기만 하지 않는 이유는 늘 푸른 소나무 덕분이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겨울나무들도 봄을 기다리는 것 같은 건, 그것들을 쳐다보는 내 마음을 실어서겠지.

 연주대가 보인다. 사람이 너무 많은 코스 기피하는 편이라 한 번 밖에 안 가봤다.

 안녕~어째 두꺼비 같다. 우리의 GPS다. 비바람에 무너지면 비슷한 돌을 찾아 다시 만들어 놓는다.

 고향에서 갈비라고 부르는 마른 솔잎. 햇빛을 잘 받았는지 더 붉어 보인다. 발바닥에 느끼는 감촉이 아주 부드럽다.

 예전에 아이들과 체험활동으로 광명시에 있는 어린이 극장에 뮤지컬을 보러 갔었다.

근처 체육공원에서 간식 시간을 갖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처음 보는 거라 대답해 주지 못했다.

 "얘들아, 이게 스트로브 잣나무 열매야."

 유아 쉼터에 스트로브 잣나무 숲이 있는데, 거기에 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다. 잣 열매는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산길을 걸으니 날아갈 듯하였다.

물론 마음만 날고 발은 조심조심 디뎠다.

이제, 남한강 물소리 길도 걷고, 당남리 섬도 가 보고, 우선은 조심조심 아가 걸음마 하듯, 여기저기 걸어 다닐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산행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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