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 카페에서 맞춤법 논쟁이 붙었다. 맞춤법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는 편과, 맞춤법 틀리면 어떠냐는 편이 팽팽히 맞섰다. 댓글의 수가 129개나 되는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결론은? 그 논쟁이 있고 난 뒤에도 여전히 카페에는 맞춤법에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글이 계속 활개를 치고 있으니, 틀리면 어떠냐의 판정승일까.
한글을 배우기는 매우 쉽단다. 닿소리 14자, 홀소리 10자의 음가만 배우면, 한글을 소리 내어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해져서, 외국인이 제일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어 표현 말고도, 띄어쓰기, 복자음과 복모음까지 신경 쓸 대목이 많아진다.
초등 1학년이 되기 전에 아이들은 대부분 쉬운 글자들은 읽을 줄 아는 수준이 된다. 딸아이도 특별히 한글 교재로 가르친 일이 없이,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네 한 바퀴를 하는 사이, 간판을 보고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기본음절표와 낱말과 글자가 함께 있는 그림 글자표를 벽에다 붙이고, 아이에게 글자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림과 글자를 매치할 수 있는 학습 도서나 그림책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더 좋은 교재나 학습지가 개발되어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1학년에 입학하고 입학 적응 기간인 한 달이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맞춤법과의 씨름을 하게 된다. 받아쓰기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국어책을 막힘없이 읽는 아이도 받아쓰기에 완벽한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아이도 힘들고, 학부모도 힘들고, 교사도 바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받아쓰기가 맞춤법 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2학년에도 받아쓰기 훈련을 시키는 교사가 있기는 하지만, 학습량이 대폭 늘어나는 3학년부터는 결국 받아쓰기라는 맞춤법 훈련을 접게 된다.
1933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된 후 1988년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서 고시한 <한글 맞춤법 > 사이에 50여 년의 세월이 있었다. 나의 맞춤법 실력은 1988년 이전과 이후로 구별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1988년 이전에 태어나, 교육을 받고, 독서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나는 동료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국어사전'이라고 칭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내 눈에 어색하면 맞춤법이 틀렸다고 판단해도 별로 틀리지 않았다. 교육청에서 발간하는 작품집에 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익혀왔던 맞춤법에 큰 변화가 오자, 내 실력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에구, 이제는 나도 큰 소리 못 치겠어."
1990년대에는 1988년 이전의 맞춤법으로 발행한 어린이 도서들도 많이 폐기처분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의 맞춤법이 틀리면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맞춤법 공부를 따로 한 적은 없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맞춤법은 물론 어휘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도 좋겠지만, 많은 책을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문맥에서 따져보면, 설혹 낱말을 잘못 썼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법에 맞게 쓰는 머리 복잡한 일에 신경 쓰기 싫을 수도 있다.
맞춤법에 맞게 쓰면 글이 보기가 좋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맞는 글은 읽기가 쉽다.
또, 글의 의미를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가 경복궁 개장 시간인지, 경복궁 게장 음식점인지 ㅐ와 ㅔ로 그 뜻이 매우 달라진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이유가 있다. 표준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투리로 표현된 글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같은 고향에서 익숙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정감도 있고 구수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것이니, 그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글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도 글을 쓰고 난 다음, 맞춤법 검사를 하는데, 틀리는 것이 제법 나온다. 어떤 때는 그렇게 해서 발행하고 난 뒤에도 틀린 글자를 발견할 때도 있다. 띄어쓰기는 더 자신이 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이에 학습이 된 것도 많다.
좋은 문장은 바른 맞춤법에서 나온다. 표준어를 어법에 맞게 잘 관리해서 사용해야 우리 한글이 더욱 아름답고 체계적인 좋은 언어가 될 것이다.
"감기 낳으세요."란 말에 "당신이 낳으라고 한 우리 아들 감기예요."라고 대꾸하는 우스갯소리가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어서 옮겨본다.
* 대표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