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산행의 시작은 여수 영취산이다. 영취산은 보통 3월 말에 찾게 된다. 진해, 하동의 벚꽃과 구례의 산수유 시기와 비슷한데, 우리는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을 숙소로 정하고, 새벽에 나와서 진해 벚꽃을 본 다음 그대로 여수로 향했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군락지가 있다. 가까운 고려산이나 부천 원미산에 잘 알려진 진달래 군락지다. 가까운 데서 진달래 봐도 되는데, 뭐 하러 그리 멀리 가서 보려는지. 피크 맞추기도 쉽지 않은 것을... 그런데, 묘하다. 동네 가까운 데는 여행이 아닌 것 같다. 나들이나 소풍 수준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래서 짐 싸서 그 먼 곳 여수까지 가는 걸까.
사실 쉬운 길보다는 힘들여 산을 올라 그 귀한 진달래 군락을 만나는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 영취산을 가게 된다. 쉬운 수학시험 100점 받는 것보다 어려운 수학 시험 90점 받는 기쁨이 더 큰 것과 같은 것이다. 시기를 맞추기가 참 어렵다. 가까이 사는 사람도 산에 올라가 봐야 알 수 있는 걸 멀리서 알 수 없는 법인데. 꼭 피크 아니라도 괜찮다고 했지만, 맘먹고 내려가는 건데 이왕이면 만개가 좋다. 산이란 하도 지역이 넓어서 전체로 덜 피어 보여도, 어느 쪽에는 활짝 핀 진달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다행이다. 여수 산업단지 도착이 12시 30분쯤. GS 칼텍스 후문 건너편에 위치한 돌고개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시간 상으로 오전에 올라간 등산객들의 차가 빠지는 시간이라 자리는 넉넉했다. 등산로 입구에 예쁘게 핀 산벚나무 몇 그루가 우리를 맞이한다. 약간 경사가 있는 오르막으로 500m 정도 올라가야 한다. 숲 양쪽으로는 남쪽 끝 동네답게 봄 색이 완연하다.
산을 오르면 우선 시원한 바다가 보인다. 정유 공장이라 하얀색 원통형 저장고가 꽤 많이 보인다. 원유가 가득 담겨있는 건가 짐작해 본다. 우리나라 산업이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겠지. 아침보다 구름의 양이 많아졌다. 덩어리 구름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한다. 사진 찍을 때 빛이 있어야 잘 나올 텐데. 하지만 사진작가들처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산행객이니까. 진달래는 우리 민족 정서와 매우 가까운 꽃이다. 우리나라 어느 산이고 지천으로 피어서 봄 하면 진달래를 연상하게 되는데, 특이하게 산꼭대기에 군락을 이루어 산 전체를 붉은 꽃빛으로 장식하는 장관을 연출하는 산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라야 볼 수 있는 그 모습을 보려고 낑낑대며 올라가기를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시니어 천천히 산행팀이다. 산에 가면 우리 같은 나이의 부부 산행객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나잇대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분들이 여럿 어울려 다니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스틱 없이도 씩씩하게 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는 스틱을 자주 사용한다. 어떤 때는 평길에 가까운 트레킹 코스에서도 사용하기도 한다. 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걸을 때보다,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경사가 급한 산에서 훨씬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영취산 능선에는 계단 설치 구간이 많은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스틱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진달래는 키가 별로 크지 않는 교목이지만, 산 위의 오래된 진달래들은 제법 키가 커서 꽃 터널을 만들기도 한다. 색도 자세히 보면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이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더 진한 색이 되는 건지. 연분홍과 진분홍의 진달래들이 내가 더 예쁘다고 빛깔 자랑을 한다.
영취산의 정상인 진례봉은 510m다. 진례봉을 지나 내리막길에도 여전히 계단길이 기다린다. 중턱에 있는 도솔암을 지나쳐서 한참 내려가면 시루봉으로 올라가는 진분홍 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봉우재에 도착한다. 가장 진달래가 많이 핀 곳이다. 산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와 진달래를 감상하기도 한다.
봉우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흥국사 코스가 되는데, 이번에 우리는 임도길 트레킹을 선택하였다.
보통 임도길은 넓은 길이라 땡볕에 걷기 쉬운데, 길이 참 쾌적하였다. 중간중간 키가 큰 편백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임도를 걷는 내내 시야는 가리지 않으면서 편백나무 숲을 걷는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 노란 개나리와, 연두색 새순과 분홍색 진달래가 묘하게 어울리는 구간이 있었다. 산행객 사이에 많이 알려진 뷰 포인트라고 한다. 사유지로 보이는 곳에 벚꽃이 한창이었다. 골명치를 지나 돌고개 쪽으로 하산한다.
생각보다 임도 쪽으로 내려오는 하산객이 꽤 많았다. 중간에 적당한 빈터를 찾아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하산을 하니, 주차장 도착이 4시. 총 거리 7 km였다.(20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