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왕산 진달래

산성따라 진달래 향연

by 세온

일찍 가야 고속도로도 안 막히고 산에 사람도 적고 주차장에 자리도 많다고, 남쪽 지방 산행엔 남편이 꼭 새벽에 깨운다. 새벽 3시 기상. 간단히 아침식사용 연밥을 찌고, 점심은 샌드위치로 준비하면 1시간 내에 출발 준비가 끝난다.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달려 창녕 자하곡 매표소 주차장에 8시쯤 도착했다. 주차 공간은 이른 시간이라 당연히 여유가 많다. 매표소는 있는데 주차비나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주차장이 꽤 쾌적하다. 오래된 벚나무가 그늘을 멋지게 만들어 주어 유리창에 커튼을 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는 정말 예뻤을 것 같은데, 거리가 멀어서 진달래 산행 때만 오게 된다.

처음 온 때가 2010년인데 그때는 진달래가 다 진 다음이라 섭섭했다. 그 뒤 두 번 정도 산행을 더 했는데, 이번 산행이 가장 적기에 간 셈이다.

전에는 없던 데크길 따라 걸어 올라간다. 바야흐로 4월, 신록의 계절이다. 어느 산이나 다 신록으로 아름다울 때다.

도성암 가는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화왕산의 등산로는 옥천 등산로와 자하곡 등산로가 있는데, 자하곡 등산로는 3개 코스가 있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등산로- 전망이 좋은 편이며 암릉 구간이라 위험 구간이 많다.

제2등산로 - 제일 빠른 코스이며 경사가 급하다. 환장고개가 있다.

제3등산로 - 경사가 완만하여 등산하기가 수월한 편이며 가장 긴 코스다.


경사가 급한 코스는 올라가는 것이 더 쉽다. 내려갈 때 경사가 급하면 무릎에 더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제2등산로로 올라가 제3등산로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화사한 꽃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겹벚꽃이다. 예전에 식당이었던 건물은 이제 사람이 거처하지 않아 폐허가 되었지만, 겹벗꽃은 해마다 아름답게 피었겠다 싶어 대견하다.

생명의 숲을 거쳐 가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이 자주 찾을 것 같은 숲속 공원이다. 평상과 벤치도 있고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었다. 꽃무릇과 구절초가 식재되어 있었는데, 꽃 피면 또 얼마나 멋있을까.

산림 1ha는 연간 16톤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12톤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45명의 사람이 1년간 숨 쉴 수 있는 산소의 양이란다. 나무는 또한 우리 공기 중의 오염물질인 SO₂와 NO₂를 기공을 통해서 흡수하거나 잎에 흡착시켜 공기를 정화한다고 한다. 이곳까지 올라와 운동을 하고 쉬었다가 가면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건강해지겠다. 생명의 숲이란 이름이 참 어울리는 공원이다.

등산로에 진달래와 철쭉(연달래)가 만개해 있다. 정상의 진달래 군락은 또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가 크다.

등산로 곳곳에 핀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걸어가는 재미가 있다.

줄딸기
개별꽃
산괴불주머니

봄 꽃나무들도 꽃이 한창이다.

복숭아나무
말발도리나무

길이 좀 험하다. 경사가 급할 뿐만 아니라 돌계단이라 스틱이 필수다.

<지금부터 환장고개입니다. 정말 환장합니다.>라고 쓰인 환장고개 안내판을 만났다. 올라가는 코스로는 스틱만 있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다. 환장할 정도는 아니었다.

예쁜 복숭아꽃이 위로하는 듯 예쁘게 피어있다.누군가가 복숭아 씨앗을 던져놓은 것이 발아된 것일까. 산 여기저기에 복숭아나무가 많았다.

환장고개
고래 바위와 부부 소나무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드디어 진달래를 만난다. 서문을 올라오면 너른 억새 들판이 우리를 반기는데, 여기서 정상은 300m 밖에 안 된다. 화왕산은 산성으로 둘러싸여있는데, 산성을 따라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철이 되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어 가을 억새산행지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다.

소원바위
미소바위

정상에서 동문 쪽으로 가는 능선의 왼쪽에 진달래가 많은데, 아래는 절벽이다. 피크를 만나기 어려운데 제대로 온 것 같다. 만개한 진달래가 향연을 벌이고 있다.

화왕산 정상석

등산로를 가운데 두고 왼쪽은 진달래 군락, 오른쪽은 억새 군락으로 확실히 구별이 된다.

억새 군락은 보호를 위해 대부분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한 군데 길만 통행할 수 있게 터놓았다.

걸어온 길을 가끔 되돌아본다. '우리가 저 길을 걸어온 거지?'하고 서로 묻는다. 걸을 때는 못 보던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허준 세트장이 보인다. 산 한쪽 면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었다. 그곳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산성 아래로 내려가면 둘레길 수준의 평탄한 길이 기다린다.


세트장이 가까워지면서 멋진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허준 세트장은 1999~2000년에 64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를 촬영할 때 지은 곳이다. 그 뒤로도 여러 사극을 여기서 촬영했다고 한다. 새 사극 촬영이 있는지, 아니면 창녕군에서 정비 사업을 한 건지 초가지붕을 깨끗하게 단장했다.

안내판에 화왕산 스토리길이라는 걷기길이 소개되어 있었다.

되돌아와서 배바위 쪽으로 걸어간다.

억새 군락지 안에 있는 창녕 조씨와 관련 있는 기념물이 보인다.

동문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간다.

동문
산벚나무

배바위에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온 세상이 물난리로 물에 잠겼을 때 배를 묶었던 바위라고 한다.

곽재우 장군 세숫대야라는 홈이 배바위 위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근거지로 삼아 큰 전공을 세운 곳이 이곳이란다.

배바위
곰바위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걸 싫어하는 남편이, 제1등산로가 이렇게 험하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도 몇 년이나 지난 데다가 길에 대한 기억력이 좀 약한 편이라. 게다가 두 번이나 다녔지만 올라오는 코스로 왔기 때문에 악! 소리를 별로 내지 않았던 것 같다.

전망 좋은 길에 욕심이 났는지, 정상까지 도로 가야 하는 게 싫었던지 제1등산로로 내려가자고 해서 내려갔다. 그런데 악! 악! 소리가 절로 나는 구간이었다. 다시는 하산길로 택하지 말자, 여긴 내려오는 길이 아니야, 등등 떠들어대며 내려왔다. 떠들기라도 해야지 힘이 날 것 같아서. 우리는 늘 조용히 걷는 편인데 꽤 시끄럽게 산행했다.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요즘 등산객이 꽤 젊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4,50대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새는 남녀 불문하고 2,30대 청년 등산객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두부 바위

스틱이 소용없는 등산로다. 스틱은 한 손에 모으고, 줄을 잡고 내려왔다.

자하정 정자까지 오면 험한 암릉길이 끝이 난다. 계단을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제 쉬운 길만 남았다.

아침에 보았던 겹 벚나무가 햇빛을 받아서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신록도 햇빛을 받으면 더 아름답다.

도성암 가까이 가 보기로 했다.

완만한 코스인 제3등산로는 도성암 오른쪽에 있는 길로 올라간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가 감사하다. 해가 갈수록 포기하는 산의 리스트가 길어지는데, 화왕산 제1등산로는 이제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못 걸을지도 모른다 싶어서 이왕 들어선 길, 악악거리면서 재미있게 걸었다. 보통 제일 험한 산을 등산할 때 1km를 1시간에 걷는데, 하산길이 그쯤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총 거리는 8.3km이고, 걸린 시간은 휴식 시간 포함하여 6시간 20분이다.(202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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