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비슬산을 갔다. 비슬산은 30만 평이나 되는 넓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데, 해발 1083.4m의 높은 산이라 다른 진달래 명산들의 피크기가 끝나는 4월 25일 전후가 절정이라고 한다. 진달래 명산 중 가장 늦게 개화하는 셈이다.
주말에 진달래가 만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23일(토) 새벽 3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한 다음 대구로 향했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 도착이 7시 30분인데, 그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벌써 많이 와 있다. 전기차 매표소에는 9시에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줄이 매우 길었다.
비슬산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의 모양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2대 명산이라고 한다. 비슬산은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하고 있는데, 달성군이 대구에 편입된 것이 1995년이라고 한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3번의 산행을 했는데, 그때는 모두 유가사 - 정상(천왕봉) - 대견봉 - 1034봉(팔각정전망대) - 유가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다녀왔다. 이번 대견사쪽 산행은 처음이다.
산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전기차나 투어버스(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전기차는 편도 5,000원, 투어버스는 편도 4,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대견사까지 차로 가면 20분 정도 걸리는데, 어린아이도 차를 타면 높은 산의 진달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우리는 하산길에 버스를 탈 계획이라 등산로로 걸어 올라가기로 한다.
공영주차장에서 비슬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포장도로가 나온다.
호텔 아젤리아가 있었는데, 그곳의 주차장도 숙박객들의 차로 꽉 차 있는 모습이다. 진달래 꽃을 보러 온 관광객이 대부분일 것 같다. 호텔 가까이 언덕에 특이한 바위들이 있다. 둥그런 모양이 특징이었는데, 크기가 꽤 큰 편이라 매우 궁금하였다.
계속 걸어가면 비슬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계곡 옆으로 차도와 인도가 나란히 간다. 신록의 계절이라 어김없이 아름다운 연초록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자연휴양림이 가까워지면서 계곡을 끼고 만들어 놓은 캠핑장 데크가 보인다. 코로나 통제가 풀리면 여기도 텐트로 꽉 찰 듯하다.
비슬산에는 중생대 백악기 화성암의 거석들로 이루어진 암괴류와, 그보다 작은 크기의 애추, 특이한 형상으로 이루어진 토르가 많이 있다고 안내판에 소개되어 있었다.
애추는 주빙하기 때 직접 동결파쇄되어 모서리가 각지고 날카로운데, 암괴는 주로 지중에서 화학적 풍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가 주빙하기 때 노출되어 암괴류(암괴가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려 모여서 쌓인 것)가 되기도 한다. 암괴는 애추보다 크고 모서리가 부드럽고 둥근 것이 많다고 한다.
비슬산의 암괴류는 길이 2km, 폭이 80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어 있다. 직경이 1~2m나 되며, 둥글고 부드러운 모서리를 갖는 것이 많다. 아까 올라올 때 호텔 옆에서 본 둥근 바위는 암괴류의 암괴였나보다.
애추는 암괴류 바위보다는 작고 모서리가 각진 편이다. 애추 사이로 지나갈 수 있는 탐석 보도를 만들어 놓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 셋과 엄마 아빠 한 가족이 그 길로 지나고 있다.
토르는 각종 형상의 바위 모양을 보고 그 이름을 붙인 것인데, 비슬산에 있는 토르가 13가지나 된다.
애추 사이에 있는 탐석 보도 등산로와 임도가 갈라지는 곳까지 아스콘 포장이 되어있다. 오른쪽으로는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우리는 왼쪽 등산로로 올라간다.
험한 바위길이라 스틱을 사용해도 힘들텐데 나무 계단을 많이 설치해서 한결 편했다. 계단 오른쪽으로 큰 규모의 암괴류가 보인다. 한반도의 주빙하 기후를 입증할수 있어서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가 크다고 한다. 올라가는 길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산 능선에서 흘러내린 암괴류를 볼 수 있었다.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밀려서 그저 올라가는 데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 게다가 누가 뒤에서 따라올라오는 소리를 들으면 천천히 걸을 수가 없어서 오버 페이스를 하기 쉬운데, 경사가 있는 편이라 피로도가 높아진다.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젊은 청년들이 뚜벅뚜벅 힘 있는 소리를 내면서 올라오는 소리가 마치 영화에서 본 한 장면같이, 전쟁터에서 군사들이 나타나기 전에 천지가 진동하는 듯 말발굽 소리가 먼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서워서 쫓기듯 걸었더니 1.36km가 3.6km라도 되듯이 피곤해졌다. 천천히 걷지만 잘 쉬지않고 걷는 우리가 중간중간 여러번 쉬었다. 오래 쉴 수는 없었다. 계속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다 올라가도록 기다리다가는 언제 올라갈 지 모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들머리를 대견사로 택한것이 살짝 후회가 되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예전처럼 들머리를 유가사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을 거쳐오는 코스긴 하지만 내리막으로 오는 코스라 덜 힘들었는데, 대견사 코스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라 더 힘든 느낌이다.
오르막을 다 올라오면 토르 중의 하나인 부처 바위가 우리를 맞이한다. 정말 부처의 모습이다.
부처바위 대견사 삼층 석탑은 대구시 유형문화재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모여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편을 보고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준다. 덕분에 삼층 석탑만 제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바위 사이로 난계단을 오르면 진달래 군락지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진달래꽃의 향연이다. 이제껏 다닌 산행 중에 가장 절정의 진달래꽃 군락을 만났다. 분홍 그라데이션이 30만평의 들판에서 춤을 춘다. 인위적으로 만든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만든 풍경이다.
평지에 비해 바람이 강하고 기온이 낮은 높은 산에서는 큰 나무가 자라기 힘들어서 주로 관목이 많이 자란다. 향나무도 누운 향나무가 되어 자라고, 주목도 키를 낮추어 자란다. 키가 작은 편인 진달래는 높은 산자락에서 유리하다. 큰 나무가 없어서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진달래는 색깔도 곱게 피어난다. 천상화원이라더니 하늘아래 행복화원이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군락지이긴 하지만 꾸준히 가꾸고 돌봐 주어야 하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냉해를 입어 진달래나무가 많이 고사한 적이 있었다. 피크라고 찾아왔는데 꽃이 절반도 피어있지 않았다. 죽은 나무는 캐 내고 다시 심고 가꾸어 이만큼 멋진 진달래 항연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관광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어서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아름다운 진달래 군락지를 가꾸어 준 달성군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산을 열심히 오르고 길을 열심히 걷고 있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뒤에서 늘 애쓰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된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의 모습 하늘을 잘 안 보여주더니,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늘 파란하늘을 만나기란 어렵다. 아쉽지만 자연이 주는대로 받을 수 밖에. 높은산에서는 하늘도 더 파랗게 보인다.
군락지 동쪽 지역은 꽃이 먼저 피어서 낙화가 시작되고 있다. 아름다운 꽃도 질 때는 보기싫을 때가 있는데, 진달래의 낙화는 아름답기만 하다.
군락지의 반바퀴를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피곤하기도 하고 사람이 많아서 대견봉은 못 가고 내려가기로 했다.팔각정 전망대도 눈으로만 인사했다.
공영주차장까지 3.25km. 버스로 가면 20분 밖에 안 걸린다. 진달래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대견사 자체 행사는 있는 모양인지 북소리와 어울려 찬불가인 듯한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견사는 서기 810년(신라 현덕왕)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삼국사기를 지으신 일연스님이 기거하시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1371년 몽고 침입으로 폐허가 된 것을 중창하여 내려오다가 일제 강점기인 1917년에 강제 폐사된 후 100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복원된 대견사가 진달래 군락지와, 천연기념물 암괴류와 함께 앞으로도 아름다운 관광지와 훌륭한 문화유산으로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투어버스 매표소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바로 탑승하였다. 올라올 때는 버스 출발이 9시부터라 먼저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오래 기다렸을 텐데, 내려갈 때는 버스에 인원이 모두 탑승하면 바로바로 실어 나르느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 탑승 시간을 제외하고, 우리가 걸은 거리는 5.8km이며 3시간 5분 걸렸다.(202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