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원미산은 도시공원이다. 2001년에 개원하였다고 하는데, 진달래를 언제부터 심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이곳저곳에 진달래를 식재한 기념석이 있는 걸 보니 꾸준히 심고 가꾸어서 오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듯하다.
원미산이란 이름보다 먼저 안 것이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이었다. 1980년대의 소설이라니 내가 읽은 지도 40년도 더 되었나 보다. 내용이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나서 검색해 보니 11개의 단편으로 쓴 연작 소설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서울 주변 도시 부천시 원미동에 사는 소시민들의 삶을 잘 그려내었다는 소개가 있었다. 내 기억의 '원미동 사람들'은 뛰어나거나 잘나 보이지 않은 우리 주변의 아무나가 가지고 있는 일상을 그려낸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의 느낌이었다.
그 원미동에 있는 원미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진달래 동산의 주소지는 춘의동이란다. 원래 전체가 원미동이었다가춘의동과 원미동으로 나눠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때 원미산은 원미동이고, 진달래 동산 쪽은 춘의동이 된 것 같다. 원미산은 부천의 원미동, 춘의동, 소사동, 역곡동의 중심에 위치한 부천의 주산이라고 한다.
해마다 4월이면 진달래 축제를 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취소하고 작년까지는 공원을 아예 폐쇄했단다. 다행히 올해는 축제 없이 공원만 개방한다고 하여 진달래 만개 소식을 듣고 방문하기로 하였다.
7호선 전철을 타고 부천 종합운동장 역에 내려서, 2번 출구로 나와서 500m 정도 걸으면 진달래 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는 자차를 이용하여 종합운동장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진달래 동산으로 향했다.평일 오전이라 주차장에 여유가 많았다.
입구를 들어서자 기념식수 표지석이 우리를 맞이한다. 주변의 활짝 핀 진달래 무리가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피크에 제대로 온 느낌이 들었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만개하고.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부천 둘레길은 총 6개 코스 48km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1코스인 향토유적 숲길이 이 진달래 동산을 지난다.
1코스는 고강선사유적지에서 출발하여 경숙옹주묘 -까치울정수장- 부천무릉도원수목원 -청소년수련관-원미정-소사역까지총 9km,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간 날 때 역사 공부 겸해서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진달래 하면 대표적인 김소월 시인의 시비가 진달래 꽃 더미 속에 파묻혀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시려다가 진달래의 아름다움에 그냥 돌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달래 동산을 방문한 사람들의 인증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다.
보통 산속의 진달래는 흩어져 있어서 이런 진한 색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가까이 가야 예쁜, 색이 약하고 여린 꽃이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피어서 존재를 과시하는 그런 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산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참으로 흔하고 소박한 꽃이다.
그런데 높은 산에 올라가면 큰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정상 부근에서 진달래 군락지를 만날 때가 있다. 여수 영취산, 창원 천주산, 대구 비슬산 등 진달래 산행지로 유명한 그곳에 피크일 때 가면 진분홍빛으로 온 산자락을 뒤덮는다. 군락지라 만개하면 벚꽃 못지않은 존재감을 진하게 내뿜는 것이다.
167m의 나지막한 원미산에 도시공원을 계획하기 전부터 진달래가 많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산은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장기간 정성으로 심고 가꾸었는지, 진달래 명산에 못지않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꽤 오래된 듯한 진달래나무를 만났다. 그 옆에 키만 삐죽하게 큰, 옮겨 심은 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 나무가 엄마에게 기대 듯 가까이 서 있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까. 이런 나무가 찾아보면 꽤 많이 보인다.공원의 나이가 20년이 넘었는데, 그 정도 오래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 본다.
흰 진달래가 있다고 한다. 아니 눈앞에 보였다. 진달래의 변종으로 환경부에서 특정 야생 식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하는데, 2019년에 여기에 식재했다고 한다. 바로 앞에 진달래 동산의 포토존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유치원 아이들이 꽃 풍경 속에 스며들 듯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 걱정할 것 없는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에 꽃물이 든다. 예쁘다.
전에 못 보던 노랑 개나리 울타리가 보인다. 계단 양편으로 심어놓은 개나리가 진분홍 진달래와 잘 어울린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노랑저고리, 분홍치마. 우리나라 한복의 전통 색깔이 아니던가. 유치한 듯하면서도 안 어울릴 수가 없는 색이다. 봄의 대표 색깔이다.
원미정으로 가는 길이다. 이쪽으로 가면 소사역까지 연결되는 둘레길이다.
꽃 속에 파묻히면 나도 꽃이 될까. 무더기로 화려하게 핀 꽃들은 사람도 함께 꽃이 되어보라 유혹한다.
부천 종합 운동장의 모습도 진달래 동산 덕분에 더 멋지게 보인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세계 평화의 교향곡에서 가져온 좋은 글을 잠시 읽어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진달래 동산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가까이 살면 꽃눈이 맺히고, 꽃봉오리가 생기고, 꽃이 조금씩 피어서 만개할 때까지 매일 인사하러 갈 것 같다. 부천 시민들은 진달래꽃 부자다.
평일 잠시 시간 내어 가느라 걷기는 오래 못하였다. 집에서 출발하여 진달래 동산을 돌아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11시 반. 우리 동네 둘레길 산책 다녀온 시각이었다. 오늘도 진달래꽃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