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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r 15. 2024

산청 매화 여행

원정매, 남명매, 정당매를 찾아서

 산청은 친정아버지가 신안면 도산초등학교에  근무하셔서 친숙한 고장이다. 어디로 가시든지 늘 그 학교를 꽃이 많은 학교로 만드셨는데, 도산초등학교도 꽃 많은 학교로 칭송을 받았다.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계시던 사택에서의 일주일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산청을 가면 버스나 도로 표지판에 쓰여져 있던 생비량면, 생초면 같은 재미난 지명은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남편이 산청 3매를 보러 간다고 산청으로 여행지를 잡았다. 여행하는 내내 친정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산청 3매는 남사면 예담촌의 원정매, 시천면 산천재의 남명매, 단성면 단속사지 정당매를 일컫는 말이다.

남사 예담촌은 한옥 마을로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고즈넉한 담장 너머로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돌담길 따라 문화 탐방' 길이라고 안내한다.

'예담촌'이라는 이름은 옛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예담촌이 이렇게 번성하게 된 이유는 이곳의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저곳 매화를 찾아 기웃거리는 동안, 옛 조상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았고, 어떤 풍경을 사랑하였는지 상상을 하는 재미가 컸다.

 우리 집의 1년 차 꽃밭은 이것저것 꽃 백화점처럼 종류를 다양하게 심어서 중구난방인데, 이곳 집안 뜨락에는 매화를 중심으로 몇 종류의 나무들과, 상사화, 함박꽃, 꽃무릇 등 화초도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 과하지 않고 정제된 모습의 단정한 꽃밭을 보고 생각되는 바가 많다.

예담촌은 2011년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선정되었다.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 예쁜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마당에는 천연 염색을 한 때깔 고운 천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카페 마당에 들어서니 이씨매라고 부르는 150년 정도 된 하얀 매화나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화 가지는 항아리에 꽂아야 어울린다. 창호지 문살과 방안의 세간살이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이다.  

산수유도 활짝 피었다.

딸기 가판대의 자전거 바퀴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하씨고가의 감나무도 600년이 넘었다. 원정매와 거의 같은 시기에 심은 나무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라고 한다.

 하씨고가의 매화나무인 원정매는 이 나무를 심은 하즙 선생의 시호를 따서 이름을 붙였는데, 수령이 약 670년 정도 되었다. 원목은 고사했지만 그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붉은 기운이 도는 홍매다.

하씨고가 매화나무 원정매

남학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이다.

남학정 전망대

 비워놓고 구경만 하는 집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카페나 체험 코너, 민박을 운영하는 집도 있고, 일반 가정은 출입 금지 표시를 해 두었다.

 대숲이 아름다운 카페.

매화, 장독, 돌담의 멋진 어울림.

산이 마을을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했는데, 나지막한 산들이 마을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부부 회화나무

 두 번째 방문지는 남명매가 있는  시천면이다.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후학을 가르쳤다고 하는 산천재다. 남명매는 산천재 안에 있었다.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남명매
산천재

남명매는 수령이 약 450년 정도 된다.

 단성면 운리에 있는 정당매는 수령이 약 640년 정도라고 한다. 이 매화를 심은 사람의 벼슬이 정당문학이었다고 해서 정당매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단속사 터에는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인 삼층석탑 두 기가 남아있다.

정당매

 산청 3매인 원정매, 남명매, 정당매는 각각 670년, 450년, 620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안내판을 만들었던 당시의 기록이니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원정매의 원목이 고사했긴 하지만, 후계목이 있어서 다행이다.

선비의 뜰에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매화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제일 먼저 피어나 봄소식을 알려주는 매화, 산청 3매도 보았으니 아직 한 번도 못 본 율곡매 찾으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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